A씨는 B 지자체의 공공기관에 근무하며 B 지자체로부터 법인 신용카드를 지급받아 사용하고 있다. 그런데 A씨는 업무와 상관없이 가족들과 지인들의 초밥, 소고기 등 식사비용을 B 법인카드로 결제하는 등 수회에 걸쳐 재산상 이득을 취하고, B 지자체에 같은 액수에 해당하는 손해를 입혔다.
형법 제345조 업무상배임죄는 업무상 임무로 타인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그 임무에 위배하는 행위로 재산상 이익을 취하거나 제3자로 하여금 이를 취득하게 할 경우 성립되는 범죄이며, 형법 제356조에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반면 업무상횡령죄는 타인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그 재물을 횡령하거나 그 반환을 거부한 때 성립되는 범죄이며, 형법 제356조에서 업무상배임과 마찬가지로 10년 이하의 징역 또는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에 처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업무상횡령은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자신의 의무를 위반한 채 재물의 반환을 거부하거나 고의로 재물을 취득하는 행위인 반면, 업무상배임의 경우에는 '업무상 다른 사람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가 업무에 위배되는 행위로 재산상 이득을 얻고 다른 사람에게 손해를 끼치는 행위다.
그렇다면 A씨가 업무와 상관없이 가족들과 지인들의 식사비용을 B 법인카드로 결제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일까, 업무상횡령일까?
A씨는 B 지자체의 재물을 보관하는 자가 아니라 B 지자체의 사무를 처리하는 자라고 볼 수 있고, A씨가 B의 신용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여 취득한 것은 재물이 아니라 재산상 이익이다. 일각에서는 소고기, 초밥 등을 취득한 것도 재물을 취득한 것이 아니냐고 반문을 제기할 수도 있는데 소고기·초밥과 재물은 엄연히 다르다. A씨가 B의 신용카드를 사적으로 사용하여 취득한 것은 소고기, 초밥이라기보다 소고기, 초밥 구입대금 채무의 면제·소멸과 같은 재산상 이익인 것이다.
결국 A씨가 업무와 상관없이 가족, 지인들의 식사비용을 B 법인카드로 결제한 행위는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업무상배임죄와 업무상횡령죄는 다 같이 신임관계를 기본으로 하고 있는 재산범죄로서 그 형벌에 있어서도 같은 조문에 규정되어 경중의 차이가 없으므로 업무상배임죄에 해당하는데도 이를 업무상횡령죄로 기소하고 처벌했다 하더라도 그와 같은 법령적용의 잘못은 판결 결과에 영향을 미치는 것이 아니다.
한편 A씨가 취득한 재산상 이득의 가액이 5억 원 이상일 경우에는 특정경제범죄 가중처벌 등에 관한 법률에 의해 더욱 무거운 처벌을 받을 수도 있다. 또한 A씨가 회계관계직원에게 자신의 신용카드 사적 사용과 관련하여 위법한 지시·요구를 하고 회계관계직원이 이러한 불법 지시를 이행함으로 인하여 B 지자체에 손해가 발생한 경우 A씨는 회계관계직원과 연대하여 일명 국고손실죄(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관한법률 제5조)의 책임을 부담할 수도 있다. 국고손실죄의 경우 그 손실이 2억원 이상인 때에는 사형, 무기 또는 5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고, 그 손실이 2,000만원 이상 2억원 미만인 때에는 무기 또는 1년 이상의 징역에 처하도록 규정되어 있다. /글 김소정 대표변호사(김소정 변호사 법률사무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