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김흥종 신임 주영한국대사 "어젠다세터 되겠다…선진국 외교할 것"

단독 김흥종 신임 주영한국대사 "어젠다세터 되겠다…선진국 외교할 것"

정한결 기자
2026.04.19 16:15

[the300]

김흥종 신임 주영한국대사. /사진제공=김흥종.
김흥종 신임 주영한국대사. /사진제공=김흥종.

"선진국의 외교를 하겠습니다."

김흥종 신임 주영한국대사는 19일 머니투데이와의 인터뷰에서 "외교하기 어려운 환경에서 선배님들이 굉장히 잘해오셨다"며 "우리가 눈을 떠보니 선진국이 됐는데 아직 부족한 부분들이 남아 있어 그 부분들을 보완하려고 한다"고 포부를 밝혔다.

직업 외교관이 아닌 그가 지난 17일 임명됐을 때 '전(前) 대외경제정책연구원장'이라는 이력이 부각됐다. 서울대(학부)-영국 옥스퍼드(석사)-서울대(박사) 모두 경제학을 전공하고, 한-EU(유럽연합) FTA(자유무역협정)에도 참여했으며, 20여년간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소속으로 일한 '경제통'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김 대사는 아산정책연구원 객원연구위원을 지내는 등 해양안보와 지정학에 대한 연구도 병행한 안보 전문가이기도 하다.

김 대사가 말하는 '선진국 외교'도 지정학적 통찰과 맞닿아 있다. 김 대사는 "그린란드-아이슬란드-영국(GIUK)의 가장 중요한 축인 영국이 변화하는 세계와 지정학적인 질서에서 굉장히 중요한 역할을 할 수 있다"며 "특히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취임 이후 대서양 관계(미국·유럽)가 급변하고 있는데 그 중심에 선 곳이 바로 영국"이라고 진단했다.

GIUK은 냉전 시절 자유 진영이 북대서양에 설정한 대(對)소련 해양 저지선을 의미한다. 최근 북극항로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그 문지기인 그린란드에 트럼프 대통령이 눈독을 들이고 있다. 이로 인해 미국과 유럽의 관계가 삐꺽거리는 가운데 중간에서 이를 조율하는 영국의 중요성이 더욱 커졌다는 분석이다.

김 대사는 "영국과 미국, 대서양 관계의 변화를 모니터링해 우리나라의 대외정책을 수립하는데 기여하겠다"며 "이를 한미·한일·한유럽·한중 등 관계에도 반영하는 것이 바로 선진국 외교"라고 설명했다. 이어 "세계 질서가 근본적으로 바뀌는 상황에서 일본·호주·유럽·캐나다 등 선진국과 연대를 강화해야 한다"며 "그 점에서 영국과도 어떤 부분을 함께할 수 있을지 이야기를 많이 하고 있다"고 했다.

김 대사는 "한영 관계가 한 단계 업그레이드되는, 대한민국이 영국과 선진국 대 선진국으로서의 경제·외교 등 모든 관계를 완전히 구축해 나가는 원년으로 삼고 싶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2026년은 한영 관계에 있어 중요한 해다. 한영 FTA 개선 협상이 지난해 말 타결되면서 빠른 이행을 위한 국가 차원의 노력이 필요한 시점이다. 무엇보다 내년 G20(주요 20개국) 의장국이 영국이다. 차차기 의장국인 한국(2028년)과 영국은 의제 등을 두고 올해부터 '트로이카' 체제로 협력해야 한다.

영국은 2028년 G7(주요 7개국) 의장국이기도 한데, 영국 측의 이재명 대통령 초청도 이끌어내는 것도 주요 과제다. 다만 김 대사는 양국 간 단독 정상회담에 대해서는 "역점사업으로 하되 충분히 성과가 날 수 있도록 여건을 갖추는 것이 우선"이라며 실용외교 기조를 분명히 했다.

김 대사는 한·영 관계 주요 협력 의제로 경제·통상을 비롯해 해양안보와 방위산업, K-문화 확산 등을 꼽았다. 그는 "영국은 브렉시트를 했기에 통상권을 비롯한 모든 권한을 독자적으로 갖고 있다"며 "한영 관계는 정무·경제·문화·인적 교류·안보·군사 협력 등 모든 것이 가능한 완전한 관계"라고 평가했다.

특히, 영국 대사관이 국제해사기구(IMO) 한국 대표부를 겸임한다는 점을 강조했다. 본부가 영국 런던에 위치한 IMO는 해사 안전과 보안, 선박 기인 환경오염의 방지, 해상교통 촉진 등을 위해 정부간 협력을 추진하는 유엔 산하기구다.

김 대사는 "여러 국제기구가 무력화된다 해도 IMO는 지금도 굉장히 강력하게 그 힘을 발휘하고 있다"며 "해양안보는 내년 G20 의제로 반드시 들어갈 것"이라고 내다봤다. 중동 사태로 호르무즈 해협에서 항행의 자유가 보장되지 않는 상황에서 IMO의 역할이 커졌고, 그 본부가 자리잡은 영국과 긴밀한 협력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그는 "친환경 등 관련 해양 규제가 우리나라 기술 수준을 반영해, 너무 앞서나가지도 뒤처지지도 않게 노력하겠다"며 "한국의 니즈가 전 세계적인 규제의 기준이 되도록, 어젠다 테이커가 아니라 어젠다 세터가 되는 것을 굉장히 중요하게 생각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발전시킬 신산업으로 AI(인공지능)·반도체를 꼽았다. 한국의 강점인 반도체 제조 역량과 영국의 우수한 AI 이론 및 R&D(연구개발) 역량을 결합한다는 구상이다. 김 대사는 "카이스트(KAIST)와 영국 임페리얼 칼리지·케임브리지 등 대학 간 협력을 추진하기 위해 직접 판을 깔아주려 한다"고 말했다. 아울러 "K-문화가 영국에서도 인기는 있는데 아직은 여러 선택지 중 하나인 수준으로, 중남미·동남아 같지는 않다"며 "우리의 문화가 영국에 더 뿌리를 내릴 수 있도록 기여하겠다"고 덧붙였다.

주영한국대사에는 "한영 간 경제 통상 분야에 기여할 수 있는 사람"이 필요하다는 점을 강조한 김 대사는 "G20은 거시 금융을 비롯해 공급망 같은 경제 안보가 핵심 이슈"라며 "업적으로 보여드리겠다"고 힘주어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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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한결 기자

안녕하세요. 정치부 정한결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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