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문 중소기업중앙회(이하 중앙회) 회장은 지난달 시행된 중대재해처벌법(중대재해 처벌 등에 관한 법률, 이하 중대재해법)에 대해서도 '기울어진 운동장'이라며 반드시 보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무엇보다 대기업과 달리 중소기업은 대표가 형사처벌을 받으면 기업차제가 휘청일 수 있기 때문이다. 그는 중대재해법과 함께 주52시간 근로제와 최저임금, 탄소중립 등 3종 세트로 인해 발생하는 문제들은 해결하고 가야 한다고 했다. 차기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작심발언을 쏟아낸 것이다. 또 다른 핵심과제로 대·중소기업 양극화 해소를 지목하며 납품 계약상 강제력을 갖는 '원자재 가격 연동제'를 제시했다. 그는 삼성이 원자재 수급으로 어려움을 겪는 협력업체에 납품단가를 조정해줬다며 이같은 모범사례가 많이 나와야 한다고 했다. 머니투데이는 그를 지난 24일 집무실에서 만났다.
-대선이 코앞이다. 양당 후보의 공약 중 중소기업에 가장 와 닿는 것은 무엇인가.
▶두 후보가 우리 의견을 모두 반영한 게 대기업과 중소기업의 양극화해소다. 지난 5년간 양극화가 심화됐다. 대기업이 이익을 몽땅 가져가 버리고, 중소기업은 고생만 하고 이윤추구를 못 하고 있다. 윤석열 국민의힘 후보는 이것을 담보하기 위해 대통령직속 상생위원회를 만들겠다고 했다. 중소기업계에서 원하는 사람을 임명하겠다고 한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후보는 디테일한 공약을 많이 냈는데 디지털 대전환이 눈에 띈다.
-두 후보가 내놓은 공약이 실질적인 대안이 될 수 있는가.
▶과거에 대통령 직속 중소기업 특별위원회를 장관급으로 만들었는데 전직 국회의원 등의 자리 나눠 먹기 수준에 그쳤다. 실효성이 떨어졌다. 그 역할을 중소기업계에서 직접 맡으면 달라진다. 이런 위원회를 만든다는 건 서로가 상생하기 위한 것이다. 이 후보 공약의 경우 민주당 선대위의 디지털 혁신 대전환 박영선 위원장이 전 중소벤처기업부 장관이다. 중소기업 사정을 잘 알고 있어서 기대할 수 있는 부분이 있을 것 같다.
-문재인 정부의 정책에 대한 중소기업의 만족도가 낮았다. 왜 그렇다고 보는가.
▶3종 세트라고 하는데 주52시간 근로제와 중대재해법, 최저임금 등이다. 이 때문에 중소기업이 상당히 힘들었다. 이런 점을 반영한 것이라고 본다. 물론 잘한 정책도 있다. 가장 잘한 정책이 대출금만기연장이다. IMF외환위기와 글로벌 금융위기 등을 겪으면서 가장 문제가 은행들이 무차별적으로 대출을 회수하는 것이었다. 코로나19와 같은 천재지변으로 기업이 부도나는 건 억울하다. 청와대 비상경제 대책회의에서 얘기했더니 다음날 곧바로 시행됐다.
-중대재해법은 일단 시행됐다. 현재 입장은 무엇인가.
▶차기 정부에서 입법보완을 해야 한다. 중소기업 단체가 같은 의견을 갖고 있다. 특히 하한규정인 '1년 이상의 징역'은 기업가에게 굉장한 불안요소로 작용한다. 현행 산업안전보건법(이하 산안법)에 1200~1500개 관련 처벌조항이 있다. 산안법으로 다 되는데 굳이 할 필요가 없다. 노동조합 의견만 너무 듣고 기업 의견을 무시한 것이다.
-중대재해가 50인 미만에서 많아 확대해야 한다는 시각도 있다.
▶근로자 50인 미만 사업장에서 많다고 해서 원인을 조사해봤는데 근로자 과실이 75.6%가 넘는다. 그럼 대표는 잘못을 안 해도 처벌을 받아야 한다. 사실 50인 미만 기업은 사장과 직원이 현장에서 함께 일하는 곳이다. 오너가 곧 대표다. 사고가 나면 수습을 하고 보상을 해야 하는데 대표가 처벌을 받으면 그럴 수 없다. 기업도 망한다. 어느 쪽도 득이 되는 게 없다. 기업과 근로자를 위한 법이 맞는지 따져봐야 한다.
-주52시간 근로제에 대해서는 어떤 의견을 갖고 있다.
▶(연장근로가)주간 12시간, 4주면 48시간이다. 이걸 한 달로 따져보면 52시간이다. 주간 초과 근로시간의 경우 지나간 건 못쓴다. 예를 들어 월·화요일엔 일이 없어서 놀고 수·목요일에 쓰고 싶어도 못 쓴다. 노동 유연성이 없다. 일본에선 노사가 합의하면 월 100시간, 연간 720시간을 쓸 수 있다. 몰아 쓸 수 있게 해야 한다. 날마다 부품이 공급되는 것도 아니고 한달이나 두달에 한번 이렇게 들어온다. 탄력근로제도 기간을 넘기면 안 된다. 이런 부분이 답답하다.
-최저임금제도에 대해서도 할 말이 많을 것 같다.
▶미국 캘리포니아에 가보니까 최저임금을 정하면 중소기업은 1년 유예해서 적용한다. 한국은 일률적으로 한다. 중소기업이 규모, 지역, 업종별로 구분해달라고 말해 왔다. 노조는 52시간 넘어가면 건강권 문제를 제기하는데, 근로자들이 더 일을 하겠다고 해도 막는다. 70% 넘는 근로자들이 월급이 깎여서 생활이 안된다고 한다. 재작년에 319만명이 최저임금을 못 받았다. 매우 안타깝다.
-탄소중립도 중소기업이 감당하기 어려운 부분이다.
▶정부 보조에 맞추기 위해서는 3가지를 먼저 들어달라고 주문했다. 첫번째로 중소기업 전용 전기요금을 만들어 달라는 것. 두번째는 탐소저감장치를 정부가 지원해달라는 것, 그리고 세번째가 납품단가 연동제다. 이 정도만 받아준다면 중소기업들도 감내하겠다는 것이다. 다음 정부에서 수용해 주는 게 관건이다.
-납품단가의 경우 원자재 가격이 급등하면서 중소기업이 더 힘들어졌다.
▶납품단가 문제가 더욱 이슈가 되고 있다. 코로나19 이후 세계 경제가 꿈틀거리는데 글로벌 공급망이 무너지면서 공급이 수요를 못 따라가고 원자재값이 천정부지로 올랐다. 포스코가 철강 가격을 5번 올렸다고 하는데 꼭 그렇게 해야 했는지 의구심이 든다. 포스코가 사상 최대 이익을 냈기 때문이다. 어떤 곳은 5~6개월 뭉개다가 올려주거나 소급적용을 안 해주기도 한다. 원자재 값이 조금 뛰었다면 모를까 급격히 오르니 나중에 따져보면 손해다. 정부 조달이나 대기업 납품 할 것 없이 모두 그렇다. 일부지만 원자재 가격이 오르니까 그 금액을 반영해주는 착한 곳도 있다. 그야말로 착한 대기업이다. 대표적으로 삼성이 그렇다.
-임기가 1년 남았는데, 앞으로 어디에 중점을 둘 것인가.
▶마지막까지 협동조합 활성화에 초점을 맞추려고 한다. 17개 광역지자체에서 관련 조례가 다 통과됐다. 기초 지자체로 확대하고 있다. 협동조합에 이미 중소기업 지위를 줬기 때문에 551개 중기 지원정책을 똑같이 받을 수 있다. 공동판매를 담합이라고 보는 문제를 해결하면 협동조합이 마음껏 일을 할 수 있다. 분업화해서 여러 분야의 협동조합이 나타나야 한다. 상당부분 시간이 필요하다. 다음 타자가 받아서 해야하는 부분이다.
-임기 중 가장 기억에 남는 일이 있다면
▶코로나19 위기 이후 도산하는 기업을 최소화했다는 게 가장 보람된 일이다. 두번째는 토스뱅크가 인터넷뱅킹 사업권을 따는 데 일조를 했다는 것이다. 토스가 기업공개를 하게 되면 중앙회 자체적으로 금융지원을 할 수 있는 종잣돈이 될 것이다. 중앙회가 자립기반을 마련한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