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와 LG 재산분할...같은 듯 다른 점

오동희 산업1부 선임기자
2024.12.26 05:58

[선임기자가 판다/기업가문 재산분할(하)]SK는 최태원 회장에게 몰아주고, LG는 딸들에게도 일정부분 지분 분배

(상편에서 이어서...) 이같은 합의서를 작성한 지 20년만인 2018년 11월 21일 최태원 회장은 최신원·재원·창원 등 친인척 18명에게 SK㈜ 주식 329만주를 증여했다. 2018년 종가기준(28만 500원) 총 9228억여원어치다. 최 회장의 동생인 최기원 이사장도 친인척 5명에게 373억여원어치( SK㈜ 13만3332주)를 증여했다. 합계 총 9624억원어치를 지난 20년간 SK 그룹 성장에 지원한 '패밀리'들에게 나눠줬다.

지난 항소심 재판부가 "최 회장이 노 관장에게 나눠주라"고 한 부부공동재산 4조 115억원 중에는 이미 동생과 사촌, 친척들에게 나눠준 약 1조원의 돈도 포함돼 있다. 여기에 최종현 선대회장 사망당시 주식을 상속받지 못한 동생 최재원 수석부회장에게 증여 또는 대여한 것 등 1900억원 가량도 최 회장의 보유추정 재산에 포함돼 있다. 현재 재산에는 없지만 보유한 것으로 추정해 분할 대상에 포함시킨 것이다.

재계 관계자는 "부부공동 재산에 대한 다툼이 있겠지만, SK 그룹이 성장하는 과정에서 다른 형제들이나 사촌들이 포기하고 위탁한 권리들에 대해 기업을 안정적으로 성장시킨 후 이를 되돌려준 금원까지 현재 보유하고 있는 것으로 판단해 분할해야 한다는 주장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지적했다. 최 회장이 과거 보유했던 재산이 모두 최 회장 개인의 몫이 아니라 기업가문의 공동재산 성격이 짙다는 얘기다.

이는 한국 기업가문의 특성상 기업 지배력 약화를 막기 위해 장자나 가족대표에게 경영권을 몰아주는 전통으로 볼 때 '기업가문 공동의 재산'인 문중의 '선산'이나 '곳간'과 같은 개념이라는 주장이다. 장손에게 계속 물려주긴 하지만 이 재산은 장손 개인의 재산이 아니라 문중의 공동재산으로 이혼시 재산분할 대상으로 볼 수 없다는 것이다.

TRS 계약 SK실트론 지분 소유주는 증권사들...7500억원 상당 TRS 계약도 논란

SK실트론 주주현황/사진=전자공시시스템. 분기보고서.

항소심 재판부는 또 7500억원 규모로 추산된 SK실트론 파생상품의 경우도 분할 재산에 포함시켰으나, 이 재산도 소유권이 누구에게 있는지를 놓고 논쟁이 있다. 2017년 TRS(총수익스왑) 계약 당시 채권단은 주당 1만 2871원에 SK실트론 지분을 29.4%를 최 회장에게, 19.6%는 SK㈜에 넘겼다. 최 회장이 부담해야 할 비용 2535억원은 TRS 계약을 맺은 증권사들이 대신 지불했고, 최 회장은 매월 수수료를 지불하고 있다.

현재 SK실트론 분기보고서의 주주구성을 보면 SK㈜가 51%를 보유했고, 나머지는 키스아이비제십육차(19.4%), 워머신제육차(11.5%)·워머신제칠차(8.1%), 더블에스파트너쉽2017의2(유)(10%)가 총 49%를 갖고 있다.

이 4개의 특수목적법인(SPC)은 TRS 계약당사자인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 삼성증권이 세운 자산유동화회사로 주주명부에 최 회장의 이름은 없다. 2027년 TRS 만기 전까지 SK실트론의 소유주는 이 증권사들이고 그 기간 동안 SK㈜와 최 회장은 이들에게 TRS 수수료를 지급하는 식이다.

이 TRS 계약을 쉽게 설명하면 최 회장이 100% 은행대출로 집을 사서 2027년까지 대출이자를 내다가 만기 때 대출원금을 상환하고 집의 소유권을 완전히 넘겨받는 것과 같다. 그 집에 살고 있는 동안 집값이 오르고 내리는 이익과 손실은 최 회장의 몫이 되고 정해진 이자를 지속적으로 지급하는 것과 같다.

주택담보 대출과의 차이는 이 주식의 소유권이 현재로는 최 회장 명의가 아니기 때문에 이를 담보로 잡힐 수 없어 최 회장이 소유한 SK㈜ 160여만주를 담보로 잡혀 질권을 설정한 상태다. 항소심 재판부는 최 회장이 보유한 SK실트론 지분 29.4%를 약 7500억원으로 계산해 이를 분할토록 했으나 최 회장 측은 현재 소유권이 최 회장에게 없는 주식이어서 분할 대상이 아니라는 입장이다.

이미 증여한 주식과 보유추정자산(최재원 수석 부회장에게 증여한 금원), 파생상품(TRS) 등을 제외하면 최회장의 실제 재산은 2조 1500억원 가량으로 추정되며, 이를 토대로 노관장 몫(35%)을 추산하면 항소심의 1조 3808억원보다 훨씬 줄어든 6500억원 수준으로 계산된다.

가족 대표에게 경영권 위임...공동재산 성격은 LG와 SK 유사

SK의 이혼 재산분할 소송은 현재 상속재산 분할 소송을 벌이고 있는 LG의 장자승계 전통과 일정 부분 닮아 있다. SK가 패밀리 협약을 통해 장자였던 고 최윤원 부회장이 조율해 최태원 회장에게 선대 최종현 회장의 경영권 지분을 몰아줬다면 LG는 구본무 회장 타계 직후 당시 집안의 최고 어른이었던 고 구자학 아워홈 회장(구인회 창업 회장의 3남)이 그 역할을 했다.

장자승계의 전통을 이어온 LG는 구인회 창업주의 장남 구자경 2대 회장에 이어 구본무 선대 회장으로 경영권을 승계했고, 구 선대 회장의 타계 이후 경영권 승계 논의가 진행됐다. 이 자리에서 구자학 회장은 구본무 회장의 세 동생(본능, 본준, 본식) 등 가족들을 한남동 고 구본무 회장의 집에 모아 가족회의를 열고 구광모 회장으로의 경영승계 합의를 이끌어낸 것으로 알려졌다.

당시 구광모 회장의 삼촌인 구본준 LG 부회장(현 LX회장) 등이 LG 그룹 지분 7% 가량을 보유하고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던 상황에서 선대 회장의 유지를 받들어 경영권 다툼 없이 일선에서 물러나도록 했다. 또 선대 회장의 유지대로 장자인 구광모 회장에게 문중의 곳간 열쇠와 문중의 선산 역할을 하는 ㈜LG 지분을 물려주도록 한 것이다.

당초 LG 선대 회장의 '유지' 메모는 '경영권 지분인 ㈜LG 지분은 구광모 회장에게 모두 물려주라'는 것이었다는 게 상속재판에 출석한 하범종 LG 사장의 증언이었다. 하지만 고인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가 딸들(연경·연수)에게도 ㈜LG 주식을 일정부분 분할해줄 것을 요구해 아들인 구광모 회장이 경영권을 행사하는데 필요한 15%를 제외한 지분(2.52%)을 넘겼다. 장자에게 경영권 지분을 전량 넘겼던 SK와 달리 LG에서는 일정부분을 다른 자녀들에게 분배한 게 차이다.

하지만 이런 합의가 끝난 후 3년여가 지난 시점에서 추가지분을 요구하면서 상속 분쟁이 이어지고 있다. 당초 구본무 선대 회장이 기업가문의 전통에 따른 장자승계 지분(전체의 60~70%)을 이어받지 않고, 법적 상속분(각 형제마다 1/n)만 받았다면 그 가족(부인과 자녀)의 상속분은 현재의 22분의 1 정도만 물려받았을 수 있을 것으로 추정된다. 다른 가족들이 받아야 할 몫을 가업승계자에게 몰아준 만큼 법대로 했을 경우 현재 챙긴 몫보다 현저히 줄어들었을 것이라는 얘기다.

한편, 최 회장은 지난 4일 대법원에 이혼확정 증명서 발급을 요청한데 이어 23일에는 이혼소송 소취하서를 제출했다. 이혼확정을 통해 공정거래법상 신고대상에서 노관장 측을 제외하기 위한 목적으로 재산분할 소송은 이와는 별개로 계속 진행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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