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7일 방문한 경북 구미시 LG이노텍 '드림팩토리'. 공장 내부는 가동 중인 장비 소리로 가득했다. 서울 상암월드컵경기장 필드의 약 3.6배(2만6000㎡) 크기의 공장 내부에서 작업자들의 모습은 쉽게 찾아볼 수 없었다. 작업자들의 자리는 다관절 로봇과 자동 로봇 등이 대체하고 있었다.
드림팩토리에서는 첨단 반도체 패키지 기판인 '플립칩-볼그리드어레이(FC-BGA)'를 생산한다. FC-BGA는 반도체 칩과 메인보드 사이 '신경망' 역할을 하는 부품으로 PC, 서버, 네트워크, 자동차 등 고성능·고밀도 회로 연결이 필요한 CPU(중앙처리장치) 등에 사용할 수 있다. LG이노텍은 2022년 FC-BGA 사업을 미래 먹거리로 삼고 지난해 2월부터 양산에 돌입했다.
FC-BGA 공정은 엄격한 관리 속에 이뤄진다. 속눈썹과 같은 작은 이물질도 품질 저하로 이어질 수 있기에 겹겹의 점검이 필요하다. 휴대전화에는 보안 유지 스티커가 부착됐다. 드림팩토리에 들어가기 전 마스크와 위생모, 방진복 착용은 필수다. 방진 처리가 된 실내화로 갈아신고 장갑도 이중으로 껴야 한다. 환복을 하고도 바람으로 먼지를 털어내는 에어샤워 과정까지 거쳐야 비로소 작업장에 들어갈 수 있다.
LG이노텍은 공장 설계 단계에서부터 작업자·실패비용·사후 보전 손실·안전사고가 없는 '4무(無)'를 염두에 뒀다. 제품과 사람의 접촉을 최소화해 수율과 품질을 끌어올리겠다는 전략이다. 공장에 들어서자 '품질은 필수이지 선택이 아니다'는 문구가 눈에 띄었다.
LG이노텍의 FC-BGA 공정 대부분은 기계가 사람을 대신한다. 강민석 LG이노텍 기판소재사업부 부사장은 "모든 이물과 수율 저하의 원인은 사람"이라고 밝혔다. 공정 간 이동과 제품 적재는 물론 로봇이 필름 제거 등 세부 공정도 대체했다. FC-BGA 패널과 패널에 배열된 기판마다 생산 날짜와 바코드가 부여돼 모든 생산 과정이 데이터로 추적된다.
작업자들은 라인 모니터링 시스템(LMS)실에서 실시간으로 공정 과정을 살펴본다. 총 15개의 대형화면에 공장 조감도와 설비 이상 유무, 제품 생산 실적이 표시된다. 각 장비에 부착된 카메라가 송출한 화면도 볼 수 있다.
설비 사이로는 자동 로봇(AMR) 수십 대가 이동한다. 공장 내 모든 기기는 신호체계로 연결돼 있어 사람이 지령을 내리지 않아도 장비들이 스스로 판단하도록 딥러닝 학습을 시켰다. 생산 과정에서의 데이터도 꾸준히 학습할 수 있도록 설계했다. 공정 과정(레시피)을 변경하면 바뀐 제품 디자인에 맞춰 제품을 생산할 수 있다.
특히 검수 과정에서 사람의 역할을 대폭 줄였다. 제품 설계도를 보고 작업자가 일일이 대조해야 했던 과거와 달리 AOI 장비가 완제품 회로를 스크리닝해 미세한 불량도 30초 안에 판단할 수 있다. 검사 결과는 즉시 고객에게 전송된다. 공장 관계자는 "AOI는 글로벌 고객 관계자들이 가장 인상 깊게 여기는 대목 중 하나"라며 "이를 통해 주문부터 납품까지 걸리는 시간을 최대 90% 이상 단축하고 샘플 검사를 위해 투입하던 인원도 90%가량 줄였다"고 설명했다.
LG이노텍은 스스로를 'FC-BGA 후발주자'라고 표현하면서도 30년 이상 이어온 반도체 기판 사업 노하우를 바탕으로 경쟁사와 격차를 줄이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올해 PC CPU용 FC-BGA 시장 진입에 도전하고 2026년에 서버용 FC-BGA 시장 진입을 노리고 있다.
강 부사장은 "LG이노텍 주력 사업인 광학 솔루션 사업에서 FC-CSP 글로벌 상위 5개 고객들과 10년 이상 관계를 유지 중인데 FC-BGA 역시 같은 고객을 대상으로 하기에 고객 관계가 탄탄히 형성돼 있다"며 "양산하지 않을 뿐 서버용 FC-BGA 기술 역시 확보해 검증하고 있다. 물량에 맞는 투자를 통해 2~3년 내 글로벌 선도 기업과의 격차를 줄이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