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세대 강판은 고강도와 고성형성을 동시에 확보한 제품입니다."
지난 17일 충남 당진 현대제철연구소에서 만난 이상욱 차세대강판개발팀 책임연구원은 현대제철의 '3세대 강판'을 두고 "전 세계 주요 철강사들이라면 모두 시도하고 있다"며 치열한 경쟁 상황을 강조했다.
최근 전기차와 수소차 등 친환경차 수요가 급증하면서 탄소 배출 저감에 기여하면서도 안전성을 강화한 고기능성 강판이 철강업계의 핵심 과제로 떠올랐다. 이 책임연구원은 "현재 현대차, 기아를 포함해 글로벌 완성차 업체들과도 테스트를 진행 중"이라고 했다.
올해 하반기부터 상업 생산에 돌입한 현대제철의 3세대 강판은 '게임체인저'로 평가받고 있다. 기존 2세대 강판이 지닌 품질과 생산성 한계를 극복하고, 성형성도 대폭 개선했기 때문이다. 통상 자동차용 강판은 충돌 안전성을 위한 고강도와 가공 편의성을 위한 고성형성이라는 상반된 특성을 동시에 요구받는다. 문제는 이 두 특성이 반비례 관계에 있다는 점이다. 강도를 높이면 성형성이 떨어지고, 성형성을 높이면 강도가 낮아지는 식이다.
3세대 강판은 이런 기술적 딜레마를 동시에 해결했다. 인장강도는 기존 제품보다 약 1.2배 높은 1.2기가파스칼(㎬) 수준이다. 1㎬은 1㎟당 약 100㎏의 하중을 견딜 수 있는 강도다. 동시에 고성형성까지 확보하면서 기존에는 여러 부품을 조립해 제작하던 부분도 일체형 구조로 생산할 수 있게 됐다.
접합 공정이 줄어들며 차체 무게는 기존 대비 약 8% 가벼워졌다. 현대제철은 차량 경량화가 곧 연비 향상으로 이어지는 만큼 소비자들에게도 주목받을 기술이 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특히 배터리로 인해 무게가 늘어나는 전기차에서는 더욱 경쟁력을 발휘할 수 있다는 분석이다.
연구부터 상업 생산까지는 꼬박 10년이 걸렸다. 핵심은 강판의 냉각 및 가열 속도, 온도 조건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기술이다. 이준영 압연엔지니어링팀 책임매니저는 "900도까지 가열한 뒤 급속 냉각해 강판 내부 조직을 동결시켜 강도를 높인 뒤 다시 400도까지 재가열해 연성을 확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이를 위해 현대제철은 2냉연공장의 열처리 설비를 업그레이드하고 신규 투자도 단행했다. 실제로 이날 현장에서는 약 18m 높이의 거대한 파란색 파이프 형태의 설비를 볼 수 있었다. 고강도·고성형성 공정을 단순화하면서 생산 효율성은 높아졌고, 재고 비용 등 생산비 절감 효과도 얻었다.
현대제철은 내년부터 3세대 강판을 완성차업체에 공급할 계획이다. 연간 550만톤 생산을 목표로 하며 루프사이드, 범퍼빔 등 주요 차체 부품에 적용해 점차 공급 범위를 확대해 나간단 방침이다.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을 적극 공략하고 철강업계 불황을 돌파하겠다는 전략이다. 현대제철 관계자는 "글로벌 시장에서 3세대 강판 수요는 지속적으로 성장할 것"이라며 "앞으로도 설비 투자를 꾸준히 이어가 차세대 강판 기술 개발을 선도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