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장에서 들어보면 사업 자체에 대해 잘 몰랐다는 분들이 매우 많아요. 주민들로부터 '나한테 정보를 너무 늦게 알려줬다' 이런 이야기가 나오는 경우가 상당해요. "
윤순진 서울대 환경대학원 교수는 오는 15~17일 스마트에너지플러스(SEP)를 앞두고 지난 1일 서울대 환경대학원장실에서 진행한 인터뷰에서 "우선 좀 더 앞단에서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는 게 재생에너지 개발 과정에서 주민수용성을 확보하는 데 핵심"이라 강조했다.
주민수용성 확보는 국내 재생에너지 보급 확대를 위해 풀어야 할 가장 긴급한 숙제 중 하나다. 개별 개발사들이 '주민'으로 통칭되는 이해관계자들과 뚜렷한 기준 없이 개별적인 협상과 보상을 하는 형태로 사업이 진행되고 있어 사업 지연을 포함한 불필요한 비용이 발생하고 있어서다. 윤 교수는 재생에너지 관련 사회적 수용성 연구의 권위자로, 오는 '해상풍력의 과도기, 실행 가능성과 협력의 길'을 주제로 16일 열리는 SEP 세션에서 관련 내용을 발표한다.
윤 교수는 바다라는 공간을 사용하는 어민들과 해상풍력 개발사들이 '윈윈'을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주민들, 특히 조업을 계속했던 어민들에게는 '바다의 속'을 안다고 표현하는 외부인들이 모르는 물살, 어종, 구간별 어획량에 대한 지식이 있다"며 "경험과 관찰을 통해 축적된 지식(local knowledge)이 있기 때문에 어민들과의 의논이 더 적합한 해상풍력 입지를 찾는데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했다.
아울러 그는 네덜란드처럼 해상풍력 개발 과정에서 주민의 참여를 적극적으로 유도하는 경우를 예로 들며 "단지 주민이기 때문에 금전적인 보상을 하는 건 무임승차를 유발하는 등의 적절하지 않은 영향을 초래할 수 있다"고 했다. 윤 교수는 "개발 단계 초기부터 주민들에게 정보를 제공하며 주민들이 더 적극적으로 참여할 수 있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며 "이런 사업이 왜 필요한지에 대해 주민들과 가치와 이익을 공유하고, 이런 참여가 스스로에게 유익하다는 걸 알게 되는 경험이 축적되는 게 필요하다"며 "이런 주민 참여를 유도하는 제도 설계가 필요하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내년 3월부터 시행되는 '해상풍력 보급 촉진 및 산업 육성에 관한 특별법'(해상풍력특별법)에 따라 주민과 해상풍력 개발 사업자간 갈등을 줄이기 위해 구성하도록 한 '민관협의체'의 효과적인 구성이 중요하다고 설명했다. 민관협의체는 어민 대표, 지자체장, 전문가들로 구성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어촌계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기 때문에 대표성을 가질 수 있도록 적절한 어민 구성이 필요하다는 것.
윤 교수는 "'어민'이라고 통칭되지만 그 구성원들의 이해관계는 매우 다양하다"며 "협의체 구성은 일정 수로 제한이 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어민들이 스스로 대표들을 뽑고 그들이 각 어민들의 목소리를 정확히 전달해야 한다"고 했다. 또 "예비지구 지정 후 입찰이 시작되기 전 그 지역에서 발생할 수 있는 갈등 쟁점들을 우선 추려낼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아울러 윤 교수는 해상풍력이 지역사회는 물론 해양생태계와 상승효과를 낼 수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윤 교수는 "외국에는 해상풍력 하부구조물 주위에 인공 어초를 넣거나, 구조물 자체가 어초 역할을 해서 산란장이 형성되며 생태계가 더 풍부해지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며 "물고기가 풍력 터빈 근처에 더 많이 모이는 사례가 많고 구조물을 활용해 양식업을 하는 사례들도 있다"고 설명했다.
인공 어초란 자연 상태의 암초처럼 물고기들이 모여 살고 번식할 수 있도록 바다 속에 설치한 인공 구조물이다. 국내에서도 제주 탐라 해상풍력단지의 경우, 인근 해양생태계에 긍정적인 효과가 나타난 실례가 있다고 윤 교수는 부연했다.
그는 해상풍력 발전과 생태계와의 공존을 위해 가장 필요한 게 연구 결과 및 자료의 축적이라고 했다. 윤 교수는 "풍력 발전 단지 입지를 선정할 때 철새의 이동 경로나 이동 고도를 알면 충분히 철새를 피할 수 있고, 어업 활동에 미치는 영향을 파악해 적절한 보상을 하기 위해서도 관련한 정보가 필요하다"며 "우리나라에 가장 부족한 것 중 하나가 정보"라고 했다. 윤 교수는 "사업 전후 자료들을 축적해서 실제로 환경에 미치는 영향을 사후 모니터링이 가능하도록 해야 하고 그 결과도 공개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이와 함께 윤 교수는 "에너지전환은 기술만 바뀌는 게 아니라 사회에 연쇄적인 영향을 미치며 사회를 재구조화 하는 것"이라며 "예를 들어 해상풍력 확대로 일부 어선이 조업을 못하게 될 경우 선주 외에 선원들에 대해서도 관심을 가지는 등 영향을 세심하게 살피는 게 중요하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