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덜란드 반도체 노광장비 기업 ASML이 경기 화성시에 1만6000㎡ 규모의 신사옥을 개관했다. ASML은 반도체 초미세 공정 구현에 필수적인 EUV(극자외선) 노광장비를 독점 생산하는 기업이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국내 메모리 기업과 한층 긴밀한 협력 관계를 구축할 것으로 전망된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크리스토프 푸케 ASML CEO(최고경영자)는 이날 오전 경기 화성시 송동에서 개최된 ASML 화성캠퍼스 준공식에 참석한 후 전영현 삼성전자 DS(디바이스솔루션)부문장과 만나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했다. 전날에는 곽노정 SK하이닉스 사장을 만난 것으로 알려졌다.
ASML은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TSMC 등에 EUV 장비를 공급하는 사실상 유일한 기업으로 '슈퍼 을(乙)'로도 불린다. 노광장비는 빛의 파장을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에 설계된 회로 패턴을 그리는 장비다. 파장이 짧을수록 미세 공정이 가능해 첨단 반도체 생산의 핵심 장비로 꼽힌다.
업계에서는 ASML의 신사옥 개관으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선단 반도체 경쟁력이 더욱 강화될 것으로 기대한다. ASML은 2022년 해외 지사 중 처음으로 한국을 직접 투자 국가로 삼고 신사옥 건립을 추진했다. 신사옥은 지상 4층~11층, 지상 4층~5층 2개 동으로 구성되며 R&R(Repair&Reuse) 센터, 트레이닝 센터 등을 결합한 복합 클러스터로 설계했다. 총 연면적은 7만4418㎡에 이른다.
R&R 센터가 들어서며 국내에서 직접 EUV 수리 부품 조달도 가능해질 전망이다. 삼성전자는 올해 3월 국내 최초로 R&D(연구개발용) 하이 NA EUV 장비를 도입한 데 이어 연내 양산용 장비 추가 도입도 계획 중이다. SK하이닉스는 지난 9월 양산용 하이 NA EUV 장비를 경기 이천시 M16 공장에 도입했다.
하이 NA EUV 장비는 기존 EUV 노광 장비의 해상력을 끌어올린 차세대 반도체 제조 핵심 장비다. 2나노미터(nm) 이하 초미세 공정에서 더 섬세하게 회로를 그릴 수 있다. 대당 가격은 5000억원을 넘지만 연간 생산 가능 물량이 7~8대 수준으로 적어 글로벌 확보 경쟁 치열하다.
인텔은 지난해 하이 NA EUV를 확보한 후 세계 최초로 2나노 공정을 적용한 반도체 양산을 발표했다. TSMC는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기업 중 처음으로 하이 EUV 장비를 활용해 2나노미터 공정에 적용할 방침이다.
한편 비공개로 진행된 이날 개관식에는 송재혁 삼성전자 CTO(최고기술책임자), 차선용 SK하이닉스 미래기술연구원장 사장 등이 직접 참석해 ASML과의 협력 관계를 과시했다. 삼성전자의 경우 ASML과 공동 R&D 센터 프로젝트를 추진 중이다. 양사는 2023년 EUV 연구소를 설립해 하이 NA EUV를 활용한 2나노 이하 초미세 반도체 공정 기술을 개발하기로 하고 1조2000억원 상당을 공동 투자하기로 했다.
크리스토프 푸케 CEO는 "화성시에 캠퍼스를 조성하기로 한 것은 매우 전략적인 결정으로 한국 고객과의 신뢰, 혁신, 지속가능성, 성장을 향한 ASML의 의지를 보여주는 상징적인 공간"이라며 "주요 반도체 제조사가 화성시에 있어 보다 긴밀한 협력과 신속한 기술 지원이 가능할 것"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