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경기도 기후보험
경기도민 1440만명 기후보험 자동가입
온열질환 등 발병 시 진단비 지급
기후위기→건강 위협 현실화에 지자체 차원 안정망
중앙정부 차원으로 확산 필요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전국 대부분 지역에 폭염특보가 발효된 21일 서울 종로구 광화문광장 인근에서 시민들이 그늘막 아래서 햇빛을 피하며 신호를 기다리고 있다. 2025.08.21.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사진과 기사 내용은 무관)](https://thumb.mt.co.kr/cdn-cgi/image/f=avif/21/2026/05/2026052615115571508_1.jpg)
30℃ 넘는 무더위가 5월부터 찾아오며 올해도 '현실이 된 기후위기'가 일상을 타격했다. 폭염·열대야·극한 강수 등 기후변화로 초래된 위기가 건강에 직접적인 타격을 가하는 위험의 크기와 빈도 역시 해가 다르게 커지고 있다.
정부가 전국 응급실 운영 의료기관의 참여로 파악한 온열질환자의 수는 지난해 4460명으로 이 조사가 시작된 2011년 443명에서 10배로 급증했다. 전문가들은 이 제도로 파악 된 환자 수 보다 실제 온열질환자 수가 상당히 더 많을 것으로 추산한다.
기후재해가 모두에게 고르게 영향을 미치지 않는다는 점도 이 재해를 대응하는 데 고려해야 할 중요한 특성이다. 기후재해 피해는 날씨의 영향을 고스란히 받을 수밖에 없는 작업 환경에 있거나 고령층에게 더 크게 집중된다. 온열질환자 중 30%가 65세 이상이었고, 발생 위치로 보면 실외 작업장(32.1%)이나 논밭(12.2%) 등이 많았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기도가 선보인 '기후보험'은 기후위기 적응 대책의 새로운 정책 모델로 주목받는다. 온실가스를 감축하는 차원을 넘어 이미 도래한 기후위기 피해에서 시민을 보호하는 공공 안전망 구축 장치라는 점에서다.

경기도가 지난해 4월 개시한 기후보험은 기후위기로 인해 발생한 건강 피해를 보장하는 정액·정책보험이다. 온열·한랭질환, 감염병 진단이나 이로 인한 상해 시 정해진 보험금을 지급하는 구조다.
가장 큰 특징은 '자동 가입'과 '보편적 설계'에 있다. 경기도에 거주하는 약 1440만 명의 전 도민(등록 외국인 포함)은 별도 가입 절차나 보험료 부담 없이 자동으로 가입 된다.
여기에 고령층·만성질환자 등 방문건강관리사업 대상자, 임산부를 포함한 약 22만 명을 기후위기 취약계층으로 분류해 입원비와 통원비 등을 추가로 지원하는 보장 내용이 담겼다.

해외 사례 중 강수량 등의 날씨 변수에 따라 손실을 보상하던 '지수형 보험' 등은 존재했으나, 기후변화에 따른 건강 피해를 공공부문이 직접 보상하는 정책보험은 전 세계에서 경기도가 최초인 것으로 경기도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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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제사회가 이 제도를 주목하는 배경이다. 경기도 기후보험 제도는 유엔 기후변화 홈페이지에 소개되고, 세계지방정부 기후총회에서 사례로 발표됐다.
제도를 설계부터 이끈 박대근 경기도 환경보건안전과장은 "기후위기의 심각성이 어느 시점부터 끊임없이 보도되는 것을 보며 지자체 차원의 실질적인 대책을 고민했다"며 "기후로 인한 건강피해를 도가 같이 책임진다는 심리적 안정감 제공이 가장 큰 성과"라고 했다.

지난 1년간의 운영 실적은 이 제도의 실효성을 숫자로 보여준다. 2025년 한 해 동안 온열·한랭질환 등으로 총 5만1688건, 12억6600만 원의 보험금이 도민들에게 지급됐다.
특히 기후 취약계층에게 지급된 '의료기관 통원비' 항목이 전체 지급 건수의 절대다수인 5만 건을 차지했다. 고령층이자 만성질환자가 대부분인 취약계층이 폭염이나 한파 속에서도 건강 이상으로 병원을 찾는 일상적인 수요를 기후보험이 실질적으로 뒷받침한 셈이다.
과제도 확인됐다. 실제 경기도 내 온열질환자 발생 추정치 약 5000명에 비해 실제 보험금을 수령한 인원은 635명에 그쳤다. 환자가 병원을 방문했을 때 의료진이 통상적으로 '더위를 먹었다'고 표현할 뿐 공식적인 '온열질환 진단 코드'를 명시해 주지 않아 청구 기회를 놓치는 경우 등이 발생하면서다. 박 과장은 "실제 발생 대비 수령률이 낮은 부분을 개선하기 위해 안내를 지속적으로 강화하고 있다"고 했다.

경기도는 지난해 첫해 경험을 보완해 지난달 11일부터 '경기 기후보험 시즌 2'를 가동했다. 메리츠손해보험을 대표 시행사로 선정하고 보장 항목과 금액을 상향 조정했다.
우선 온열·한랭질환 진단비는 기존 10만 원에서 15만 원으로, 감염병 진단비는 10만 원에서 20만 원으로 올렸다. 기후재해로 인한 '응급실 내원비' 10만 원과 '사망 위로금' 300만 원도 새롭게 신설했다. 기후변화에 민감한 임산부 7만 명도 취약계층 항목에 새로 편입했다.
아울러 고령층이 어려워하던 청구 절차를 개선하기 위해 민간 보험사에서도 시도하지 않았던 '카카오톡 채널을 통한 간편 청구 시스템' 도입도 추진 중이다.

제도 운영의 가장 큰 어려움은 기후위기의 양상 자체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점이다. 기후위기가 과거 통계만으로는 예측하기 어려울 정도로 빠르게 변하고 있어 보험 상품 설계나 재정 추계에 상당한 불확실성이 존재하기 때문이다.
공공성과 보편성을 고려해야 하는 정책보험 특성상 민간 보험사의 단순 손해율 중심으로만 접근하기 어려운 측면도 있다. 장기적으로는 중앙정부 차원의 제도적 기반 마련이 필요하다는 제언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대근 과장은 "기후위기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닌 국가적 과제인 만큼, 지역별 재정 여건에 따른 격차가 발생하지 않도록 국가 차원의 표준 모델 개발과 국비 지원 등 법적 근거 마련이 논의돼야 한다"며 "기후위기 대응은 국가 안보나 재난과 같이 공공이 반드시 수행해야 하는 역할이라 생각한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