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최태원 SK(676,000원 ▲12,000 +1.81%)그룹 회장 겸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이 인공지능(AI) 경쟁력 강화를 위한 국가 차원의 전략을 제시했다. 속도, 규모, 안전을 핵심 조건으로 내세우며 경쟁력 있는 'AI Nation(AI 국가)'로 도약해야 한다는 것이다.
최 회장은 지난 28일 방영된 KBS 1TV '다큐 인사이트'에서 "과거 산업화 시대에는 상품을 생산하는 공장이 중요했다면 앞으로는 AI를 생산하는 AI 팩토리가 중요해질 것"이라며 글로벌 AI 산업을 뒷받침할 수 있는 대규모 AI 인프라 구축 필요성을 강조했다. 아울러 국민 누구나 생활 속에서 AI를 활용할 수 있는 '모두를 위한 AI(AI for All)' 비전을 제시했다.
새로운 기술과 제도를 실험할 수 있는 '실험도시(AI City)' 필요성도 언급했다. 완벽한 제도를 갖추기를 기다리기보다 전문가들에게 자율성을 부여하고 산업·교육·행정 시스템 등에 AI를 적용해보는 '샌드박스' 형태의 실험이 필요하다는 취지다.
특히 최 회장은 앞으로는 스스로 판단하고 행동하는 '에이전틱 AI' 시대가 본격화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그는 "이 시기에는 AI를 적극적으로 활용하는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의 능력 차이는 지금보다 훨씬 더 커질 수 있다"며 "개인뿐 아니라 기업과 국가 역시 AI를 얼마나 빨리, 잘 활용하느냐에 따라 양극화가 심화될 수 있다"고 말했다.
다만 장기적으로는 인간 수준의 범용인공지능(AGI) 시대가 도래하면 인간 간 지식과 생산 능력 격차는 오히려 줄어든다고 전망했다. 이에 따라 미래에는 인간과 AI를 어떻게 함께 활용하고 연결할 수 있느냐가 더 중요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국가 차원의 AI 전략을 강조해온 최 회장의 구상은 SK그룹의 투자·사업 전략 전반에도 반영되고 있다. 지난 2년간 진행된 리밸런싱(사업 재편)의 골자도 비핵심 자산 매각 등을 통해 확보한 재원을 AI와 반도체 등 미래 성장 분야에 투자한다는 데 있었다. 2024년부터 이어진 리밸런싱 작업이 사실상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며 올해부터는 관련 사업이 한층 속도를 낼 것으로 보인다.
내달 창사 이후 처음으로 경영전략회의와 이천포럼을 통합 개최하는 것도 이 같은 전략의 연장선으로 풀이된다. 올해 '뉴 이천포럼'에서는 그룹 차원의 AI 전략과 계열사 간 시너지 확대 방안 등이 집중 논의될 것으로 예상된다. SK하이닉스, SK텔레콤(100,600원 ▲3,700 +3.82%), SK AX, SK이노베이션(119,200원 ▲2,200 +1.88%) 등 주요 계열사들이 AI 및 AI 인프라 중심으로 사업 구조와 수익성 강화 전략을 본격화할 가능성이 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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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제 SK하이닉스(2,333,000원 ▲44,000 +1.92%)를 중심으로 SK그룹의 AI 투자는 빠르게 확대되고 있다. 대표적으로 약 7조원을 투입해 아마존웹서비스(AWS)와 함께 울산에 AI 데이터센터를 구축 중이다. 오픈AI와도 서남권 지역 내 AI 데이터센터 구축을 추진하고 있다. 최근 베트남에 '특화 에너지-산업 클러스터(SEIC)' 모델을 수출한 것도 같은 흐름으로 해석된다. 발전소에서 생산한 전력을 인근 첨단산업단지에 공급하고 AI 데이터센터 등을 구축하는 '한국형 AI 풀스택' 밸류체인을 적용하는 것이 핵심이다.
글로벌 빅테크 경영진과의 협력 논의 역시 이어가고 있다. 최 회장은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와 수차례 만나 AI 사업 협력 방안을 논의해왔다. 지난 2월에는 미국 실리콘밸리에서 치맥 회동을 해 눈길을 끌었다. 두 사람은 내달 1일부터 대만에서 열리는 'GTC 타이베이'를 계기로도 만날 것으로 알려졌다. 황 CEO가 'GTC 타이베이' 직후 방한해 최 회장과 또 회동할 가능성도 거론된다. 최 회장은 지난해에 빌 게이츠 마이크로소프트 창립자, 샘 올트먼 오픈AI CEO 등과 면담을 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