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재용이 형!", "10만 전자!". 사람들은 '회장님' 대신 '형'이라고 친근하게 불렀다.
지난해 10월 30일 서울 강남의 한 식당.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최고경영자(CEO)가 치킨과 맥주를 두고 마주 앉았다. 치맥을 곁들인 이른바 '깐부 회동'이다. 소비자와 주주, 직원 등 모두의 시선이 쏠렸다.
공식 회의도, 사업 발표도 아니었다. 사적인 만남 형식이었다. 정제된 무대도 준비된 연설도 없었다. '회장님'들은 소탈한 차림으로 웃고 떠뜰었다. 이 장면이 수백억원대 광고보다 강한 파급력을 만들었다.
글로벌 반도체와 자동차 산업을 대표하는 기업인들이 공식 회의실이 아닌 일상 공간에서 자연스럽게 어울리는 모습은 그 자체가 파격이었다. 세 사람이 모였던 삼성동 매장은 '성지순례' 명소가 됐다. 온라인에서도 밈(Meme·온라인에서 반복 공유되면서 확산하는 문화 코드)처럼 번졌다.
총수를 향한 대중의 기대가 달라졌다. 권위와 거리감을 앞세운 엄숙함보다 자연스럽고 친근한 이미지에 반응한다. 이런 인식 변화는 젊은 세대일수록 뚜렷하다.
'깐부 회동'은 단순한 화제성을 넘어 기업과 총수에 대한 호감으로 이어졌다.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 22~24일 전국 성인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인 관련 인식 조사'(오차범위 ±3.1%포인트, 95% 신뢰수준)에 따르면 응답자의 88%가 이른바 '깐부 회동'을 '알고 있다'고 답했다. 해당 회동을 알고 있다는 사람 중에서 '긍정적이다'라고 평가한 응답은 91%에 달했다.
'깐부 회동'의 연상 이미지는 단연 '친근함'(32%)이었다. 이어 △기대감(26%) △개방성(15%) △신뢰감(13%) △혁신성(9%) △스타성(3%) 등의 순이었다. 더 이상 총수는 '위대한 영웅'이나 '카리스마 리더'에 머물지 않는다는 것을 보여준다. 기술이나 실적뿐 아니라 기업인의 태도와 분위기까지 평가 대상이다.
연령대별로 보면 이러한 인식은 미래 세대에서 더 두드러졌다. '친근함'을 꼽은 비율은 18~29세가 42%로 전 연령대 중 가장 높았다. 30대에서도 32%로 1위였다. 미래의 주소비층이나 주주인 이들이 반응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형식적인 메시지보다 일상적인 장면과 자연스러운 소통에 더 반응한 결과로 풀이된다.
과거 기업 총수는 '엄근진'(엄격·근엄·진지) 이미지였다. 공개 석상 동선은 통제됐고 발언은 아꼈다. 그러나 3세 경영 시대로 넘어오면서 달라지고 있다. 그동안 의도적으로 드러내지 않았던 총수의 일상과 감정 표현이 오히려 새로운 기업 이미지를 형성하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대중들이 총수들의 만남에 이 정도로 관심을 갖고 열광할 줄은 내부에서도 예측하지 못했다"며 "새로운 협력이나 기술 담론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함께 어울리는 장면 자체가 신뢰와 개방으로 받아들여졌다. 총수 소통 방식이 달라지고 있음을 보여주는 사례"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