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바지' 잡스, '가죽재킷' 젠슨황...직접 마이크 쥐고 아이콘 됐다

임찬영 기자
2026.01.06 11:30

[A·C·E 회장님이 온다]⑦잡스, 기업인→대중문화 주인공으로

[편집자주] AI 대전환, 트럼피즘 심화 등 불확실성의 시기에 글로벌 무대를 뛰는 기업인들은 국경과 산업을 넘나든다. 투자와 외교의 경계가 모호할 전장에서 전천후 플레이어로 정치인, 주주, 소비자들과 소통한다. 이런 측면에서 뛰어난 기업인은 그 자체로서 회사의 최고 경쟁력이자 국가 전략자산이다. '만능(All-round) 셀럽(Celeb) 기업인(Enterpriser)'이자 '만능(All-round) 활동가(Campaigner) 기업인(Enterpriser)'이 요구되는 A·C·E 시대 기업인들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한 가지 더(One more thing)"

애플의 창업자 스티브 잡스가 신제품 발표 때마다 내뱉은 이 말에는 청중을 단번에 사로잡는 힘이 담겨 있었다. 그는 검은 터틀넥과 청바지라는 고정된 스타일을 통해 애플의 단순함과 완성도를 시각적으로 각인시키며 기업의 총수를 단순한 관리자에서 혁신을 이끄는 대중문화의 주인공으로 끌어올린 인물이다.

이를 통해 애플의 제품 발표회는 기술 설명의 자리를 넘어 하나의 무대가 됐고 잡스의 등장은 그 자체로 혁신을 상징하는 신호로 받아들여졌다. 기술 이해도와 스토리텔링 역량, 상징성을 동시에 갖춘 인물이라는 점에서 잡스는 'A·C·E 기업인'(All-round Celeb & Campaigner, 올라운드 셀럽·활동가 기업인)의 원조라 할 만하다.

잡스 이후 대표적 스타 기업인은 테슬라의 일론 머스크다. 머스크는 "위험을 감수하지 않으면 혁신은 없다(Risk is an essential part of innovation)"는 자신의 말처럼 기업 경영 전반을 공개된 실험의 장으로 만들었다. 전기차와 우주 산업, AI(인공지능)이라는 서로 다른 영역을 넘나들며 그는 기업의 비전을 CEO(최고경영자) 개인의 언어로 직접 설명했다. 그의 발언과 행동 하나하나는 곧 기업 메시지로 해석됐고 총수 개인이 기업 서사의 중심에 서는 구조를 본격적으로 굳혔다.

소셜미디어 시대를 상징하는 총수는 마크 저커버그다. 저커버그는 "우리가 하는 일은 사람들을 연결하는 것이다(The thing that we are trying to do at Facebook is just help people connect)"라는 메시지를 통해 기술 기업의 존재 이유를 정의해왔다. 플랫폼 자체가 무대가 된 시대에 등장한 그는 창업 초기의 젊은 개발자 이미지를 넘어 메타버스라는 장기 전략을 설명하는 전달자로 진화했다. 후드티와 청바지 차림의 소탈한 외형으로 직접 나서는 제품 발표, 정책과 규제 이슈에 대한 공개 발언은 기업인이 기술과 사회의 경계에서 동행자로 자리 잡는 새로운 유형을 보여준다.

요즘 가장 상징적 인물은 'AI 황제'로 불리는 젠슨 황 엔비디아 CEO다. 황 CEO는 "가속 컴퓨팅은 모든 산업을 바꿀 것이다(Accelerated computing will transform every industry)"라는 메시지를 반복하며 반도체와 인공지능이라는 고도의 기술을 대중의 언어로 풀어낸다. 가죽 재킷 차림으로 무대에 올라 직접 칩과 로드맵을 설명하는 방식은 기술 전문성과 셀럽성을 동시에 확보한 사례로 꼽힌다. 황 CEO 개인의 서사는 곧 엔비디아의 미래 전략으로 소비되며 스타 총수의 완성형에 가까운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기업 총수의 셀럽화는 대중과 소통을 넘어 기업 이미지 제고와 성과 증진 등 복합적인 효과를 낸다"며 "총수 개인의 이미지와 기업 제품, 서비스가 하나의 패키지로 인식되는 흐름은 앞으로도 지속되고 강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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