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10월 서울 삼성동 코엑스 광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의선 현대차그룹 회장,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함께 무대에 오르자 젊은 관중은 환호했다. 그들은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주가창을 띄운 스마트폰을 흔들며 '회장님들'을 맞이했다. 황 CEO는 "저것을 보라"며 외쳤고 이 회장은 삼성전자와 엔비디아의 관계를 설명했다.
'A·C·E 회장님'의 역할은 빠르게 재정의되고 있다. 내부 의사결정의 정점에만 머무는 존재가 아니다. 이제는 투자 유치와 인재 확보를 결정짓는 핵심 변수로 인식된다. 글로벌 시장과의 소통 능력, 기술에 대한 이해도가 기업 가치를 가른다. '투자하고 싶은 회사', '일하고 싶은 회사'는 오너에게 달렸다.
5일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성인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인 관련 인식 조사'(오차범위 ±3.1%포인트, 95% 신뢰수준)에 따르면 '기업인의 자질과 능력, 이미지가 해당 기업의 주식 매수 등 투자 여부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89%가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이 가운데 48%는 '매우 영향을 준다'고 응답했다. 기업 실적을 넘어 기업인의 활동·발언·신뢰가 투자 판단에 직접 반영되고 있다는 의미다.
개인투자자 급증이 인식을 바꿨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주식 보유 개인(법인 제외, 중복 소유자 제외)은 약 1410만명에 이른다. 5년 만에 2.3배 늘었다. 삼성전자 주주만 567만 명에 달한다. 기업인의 행동이 '나의 자산'에 직접적인 영향을 준다고 믿는 시대다.
기업도 더 이상 기관투자가와 애널리스트만을 상대하지 않는다. 수백만 '개미'들에게 기업의 얼굴은 결국 회장이다. 투자자들은 무엇을 원할까. 주식 투자자에게 기업인에게 필요한 능력을 묻자 ''기술과 사업 지식 등 전문성'(29%)이 1위였다. '리더십 및 비전 제시 능력'(27%)이 뒤를 이었다.
인재 확보에서도 A·C·E 회장의 존재감은 뚜렷하다. '기업인에 대한 인식이 인재 확보 및 채용에 영향을 미치는가'라는 질문에 응답자의 90%가 '영향을 준다'고 답했다. 기업인의 이미지와 리더십이 채용 경쟁력의 부수적 요소가 아니라 핵심 요인으로 이동했음을 보여주는 결과다.
응답자의 연령이 높아질수록 그 영향력은 더 커졌다. 특히 40대(55%)와 50대(59%)는 '매우 영향을 준다'는 응답이 과반을 넘었다. 리더가 누구냐에 따라 인재의 질이 달라지고, 결국 기업 경쟁력이 결정된다는 경험칙이다.
투자자들은 '직접 소통'을 원했다. 기업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묻자 52%가 "신제품·실적 발표 직접 진행"을 꼽았다.
단순한 대중 노출이나 스타성을 바라는 게 아니다. 오너가 직접 전략을 설명하고 결과에 책임지는 모습을 원한다는 의미다. 기업인은 이제 추상적 존재가 아니다. 기업의 현재와 미래를 보여주는 실체적 정보의 출발점이다
정유신 서강대 경영학부 교수는 "예전에 주식회사의 목표가 주주 이익 극대화였다면 지금은 이해관계자를 고루 살피는 게 중요하다"며 "이해관계자는 궁극적으로 엔드유저(최종 사용자)까지 포함되는 개념으로 판매자·생산자·소비자가 모두 연결된 환경에서 소통의 중요성은 더욱 커졌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