韓기업인은? "국가 전략 자산"…만능 요구하는 'A·C·E 시대'

박종진 기자, 최지은 기자
2026.01.06 10:40

[A·C·E 회장님이 온다]②선대 유산 위에 '새 리더십' 쌓아야

[편집자주] AI 대전환, 트럼피즘 심화 등 불확실성의 시기에 글로벌 무대를 뛰는 기업인들은 국경과 산업을 넘나든다. 투자와 외교의 경계가 모호할 전장에서 전천후 플레이어로 정치인, 주주, 소비자들과 소통한다. 이런 측면에서 뛰어난 기업인은 그 자체로서 회사의 최고 경쟁력이자 국가 전략자산이다. '만능(All-round) 셀럽(Celeb) 기업인(Enterpriser)'이자 '만능(All-round) 활동가(Campaigner) 기업인(Enterpriser)'이 요구되는 A·C·E 시대 기업인들의 현재와 미래를 짚어본다.

우리 국민은 한국 기업인을 보며 '전략 자산' 이미지를 가장 많이 떠올리는 것으로 나타났다. 기업인에게 기대하는 역할로는 '국가 경제 성장 기여'가 높은 비중을 차지했다. '사회적 책임' 등 다른 응답도 골고루 나왔다.

바야흐로 'A·C·E 기업인'(All-round Celeb & Campaigner, 올라운드 셀럽·활동가 기업인) 시대다. 대중의 관심을 한 몸에 받으며 복합적 책무도 소화해야 한다. 이전 세대와는 확연히 다른 기업인 상(像)이 요구된다.

5일 머니투데이가 한국갤럽에 의뢰해 지난달 22일부터 24일까지 전국 성인 남녀 1020명을 대상으로 실시한 '기업인 관련 인식 조사'(오차범위 ±3.1%포인트, 95% 신뢰수준)에 따르면 '우리나라 기업인을 떠올리면 어떤 모습에 가장 가깝다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국가 경제에 기여하는 전략 자산'이라는 응답이 25%를 차지했다. '엄청난 자산을 가진 부자'(25%)라는 답과 함께 가장 많았다.

'미래를 개척하는 혁신가'(17%), '전문성과 글로벌 네트워크 등을 두루 갖춘 만능인'(16%), '강한 리더십을 갖춘 오너'(12%) 순이었다.

반면 해외 기업인 이미지는 달랐다. 같은 질문에 '미래를 개척하는 혁신가'가 44%로 압도적 1위였다. 3세 경영 위주인 우리 기업인과 달리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최고경영자), 마크 저커버그 메타 회장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인들이 대부분 창업주인 영향이 작용한 것으로 풀이된다.

우리 기업인에게 기대하는 역할과 능력은 다양했다. 기대 역할은 '국가 경제 성장 기여'(26%), '기술 발전과 혁신 주도'(23%), '일자리 확대'(21%), '사회적 책임과 윤리 경영 실천'(21%) 등으로 집계됐다.

필요한 능력으로는 '인성 및 도덕성'(27%), '기술과 사업 지식 등 전문성'(27%), '리더십 및 비전 제시 능력'(22%), '글로벌 네트워크' (14%) 등이 차례로 꼽혔다.

대중은 기업인에게 이중적 과제를 던지고 있다는 의미다. 기업인은 국가 핵심 산업을 이끄는 전략 자산으로서 경제에 기여하는 동시에 윤리 경영과 훌륭한 인성도 갖춰야 한다.

이는 달라진 환경과 무관치 않다. 과거와 달리 SNS(사회관계망서비스) 등으로 정보가 빠르게 공유되며 기업인 일거수일투족에 관심이 쏠리는 게 현실이다. 이번 조사에서 '기업인도 셀럽에 해당된다'(68%), '앞으로 기업인은 올라운드 플레이어가 돼야 한다'(86%)는 응답이 압도적인 것도 같은 맥락이다.

[서울=뉴시스] 고범준 기자 = 최태원(왼쪽부터) SK그룹 회장,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정기선 HD현대 회장이 16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청사에서 열린 한미 관세협상 후속 민관 합동회의에 앞서 대화를 나누고 있다. (대통령실통신사진기자단) 2025.11.16. bjko@newsis.com /사진=

기업인들은 이제 내밀한 집무실에서 무대 위로 나오고 있다. 정확히는 '소환'되고 있다.

구정우 성균관대 사회학과 교수는 "정치, 문화는 물론 기업까지 '팬덤' 리더가 안 되면 어려운 세상"이라며 "대중이 열광하고 즐거움을 느끼게 만들고 자발적으로 헌신하는 로직(구조)이 만들어져야 소비자들을 끌어올 수 있다"고 밝혔다.

아버지, 할아버지 세대와는 또 다른 도전이다. 우리 기업사를 관통하는 '사업보국' 정신은 여전히 유효하다. 하지만 이를 달성하는 공식과 문법은 바뀌었다. '무에서 유'를 창조한 창업 회장, 선대 회장의 유산 위에서 새로운 리더십을 쌓아야 한다.

이병철 삼성 창업회장은 일흔을 넘긴 나이에 반도체 사업에 도전했다. 이건희 삼성전자 선대회장은 프랑크푸르트 선언으로 세계 1등 DNA를 심었다. 정주영 현대 창업회장은 500원 지폐의 거북선 그림 하나로 불모지에서 조선업을 일으켰다. 정몽구 현대차 명예회장은 수출 직전에 차량을 직접 몰며 '모기소리' 잡음까지 잡아내면서 세계 시장을 개척했다.

과거가 강력한 카리스마와 추진력의 시대였다면 'A·C·E 기업인' 시대는 복합적이고 다층적이다. 새 리더십에 정답은 없다. 시대의 가치와 개개인의 요구를 상시 파악하고 눈높이를 맞추면서 조정하는 과정이 계속돼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다양한 시도가 고려될 수 있다. '기업인 이미지와 경쟁력 제고를 위해 가장 효과적인 방식'을 묻는 질문에 국민 45%가 '신제품·실적 발표 직접 진행'을 꼽았다. '소셜 미디어 활동'(19%)이나 '외부 행사 참여'(18%)보다 월등히 높다.

"'쇼 비즈니스'에 기대이자 '캠페이너(Campaigner) 리더'에 대한 바람"(플랫폼 9¾, 전망 6호 패권)이다. 글로벌 주요 기업인들은 실적 발표와 질의응답에 직접 나선다. 반면 우리 총수들이 이런 모습을 보이는 사례는 아직 드물다.

방법이 무엇이든 진정성이 중요하다. 황용식 세종대 경영학부 교수는 "(보여주기식으로) 반복되는 행사는 금방 식상해지고 신선함도 사라진다"며 "어떤 이벤트를 하든, 어떤 메시지를 내든 모든 것에 진정성이 담겨야 한다"고 말했다.

유민영 플랫폼 9¾ 대표도 "사실보다 진정성있는 쇼가 가치를 지닌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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