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전자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을 기록하며 9년 만에 분기 기준 적자로 전환했다. 미국 관세 부담과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이 겹친 영향으로 풀이된다. 다만 연간 기준으로는 역대 최대 매출을 경신했다. LG전자는 수익 다변화를 위한 B2B(기업간거래) 사업 강화 등 올해 '질적 성장'에 방점을 두고 수익성 중심의 성장 구조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LG전자는 2025년 4분기 연결기준 매출 23조8538억원, 영업손실 1094억원의 잠정실적을 9일 발표했다. 분기 기준 영업손실을 낸 것은 2016년 4분기 이후 처음이다. 영업손실 규모는 시장 전망치였던 84억원보다 컸다.
지난해 연결기준 누적 매출액은 89조2025억원으로 역대 최대 기록을 달성했다. 전년 대비 1.7% 증가하며 2년 연속 성장세를 유지했다. 같은 기간 영업이익은 2조4780억원으로 27.5% 감소했다. 디스플레이 제품 수요 회복 지연과 경쟁 심화에 따른 마케팅 비용 증가가 수익성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여기에 미국의 관세(보편관세 10%, 철강·알루미늄 품목 관세 50%) 영향과 희망퇴직에 따른 일회성 비용도 실적에 반영됐다. LG전자는 지난해 8월 MS사업본부를 시작으로 전 사업부 대상 희망퇴직을 실시했다. 시장에서는 관련 비용으로 약 3000억원의 추가 비용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다만 관세 대응력 강화와 구조적인 체질 개선이 진행되면서 올해부터 실적이 점진적으로 개선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온다.
황지현 NH투자증권 연구원은 "지난해 4분기 희망퇴직 비용이 반영되며 단기적인 실적 부진은 불가피하나 고정비 부담이 완화되며 올해 실적 반등 가능성은 높다"고 밝혔다.
사업별로 보면 주력 사업인 생활가전은 역대 최대 매출 달성이 전망된다. 프리미엄 시장과 함께 보급형 모델이 포함된 '볼륨존'을 동시에 공략하며 안정적인 성과를 냈다. 구독 사업의 꾸준한 성장도 실적 개선에 기여했다. 회사는 빌트인 가전과 모터·컴프레서 등 부품 솔루션 사업에 대한 투자를 확대해 추가 성장 동력을 확보한다는 계획이다.
TV 등 디스플레이 제품 기반 사업은 적자 전환이 예상된다. 글로벌 수요 둔화와 중국 업체와의 경쟁 심화로 마케팅 비용이 늘었다. LG전자는 webOS(웹OS) 등 플랫폼 사업을 강화하고 라이프스타일 TV 라인업을 확대하고 있다. 글로벌 사우스 지역을 중심으로 신규 수요도 발굴할 계획이다.
전장(차량용 전자·전기 장비) 사업은 지난해 매출과 영업이익 모두 역대 최대치를 거둬 전사 실적 방어에 기여한 것으로 추정된다. IVI(차량용 인포테인먼트) 시장의 프리미엄화로 고부가가치 제품 판매가 늘었다. 운영 효율화로 수익성 개선도 기대된다. 올해는 SDV(소프트웨어 중심 차량)를 넘어 AIDV(인공지능 중심 차량) 역량 확보에 속도를 낸다.
HVAC(냉난방 공조) 사업은 B2B 핵심 사업으로 성장 중이다. 공기 냉각부터 액체 냉각까지 아우르는 종합적인 냉각 기술을 앞세워 AI(인공지능) 데이터센터 냉각솔루션 분야에서 미래 사업 기회 확보를 추진한다.
LG전자는 올해 △전장과 HVAC(냉난방공조) 등 B2B(기업 간 거래) 사업 △웹OS 등 Non-HW(비하드웨어) 사업 △가전 구독 등 D2C(소비자직접판매) 사업을 중심으로 '질적 성장' 영역 확대에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해 기준 이들 사업이 전사 매출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절반에 달한다.
LG전자는 "미국 관세 부담이 올해도 이어질 전망이지만 생산지 운영 효율화와 오퍼레이션 개선으로 상당 부분 만회했다"며 "올해도 영향을 최소화할 계획"이라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