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2년만에 조(兆) 단위 실적을 회복했다. 하지만 미국 전기차 수요 둔화와 잇단 계약 취소 여파로 4분기에는 적자로 전환하면서 불안한 추세를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올해 에너지저장장치(ESS) 시장을 적극 공략해 실적 반등에 나설 계획이다.
LG에너지솔루션이 지난해 전년 대비 133.9% 증가한 1조3461억원의 영업이익을 기록했다고 9일 공시했다. 2조1632억원의 흑자를 냈던 2023년에는 못 미쳤다. 매출은 23조6718억원으로 전년 대비 7.6% 감소했다.
연간 기준으로는 실적이 개선됐지만 마지막 분기(4분기) 흐름은 부진한 모습을 보였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4분기 영업손실 1220억원을 기록하며 6013억원 흑자를 봤던 직전분기(3분기)와 달리 적자를 냈다. 미국 인플레이션감축법(IRA)에 따른 첨단제조생산세액공제(AMPC)를 제외하면 4분기 손실 규모는 4548억원에 달한다. 지난해 1~3분기 AMPC 제외 기준으로 1542억원의 누적 흑자를 기록했으나 연간으로는 3006억원 적자로 마감됐다.
미국 내 전기차 구매 보조금 종료로 전기차용 파우치 배터리 물량이 줄어든데다 최근 잇따른 계약 취소에 따른 재고 조정 영향이 반영된 것으로 보인다. 미국에서는 도널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전기차 구매 세제 혜택이 없어지면서 월간 14만대 안팎이던 전기차 판매량이 지난해 10월 6만9000대, 11월 6만5000대로 급감했다. 실제로 LG에너지솔루션이 배터리팩 제조사 FBPS와 체결했던 3조9000억원 규모의 전기차 배터리 모듈 공급 계약, 포드와의 9조6000억원 규모 계약이 지난달에 연이어 취소됐다.
여기에 북미 ESS 라인 가동에 따른 초기 비용과 미국 조지아 구금사태로 인한 가동 중단 영향도 실적에 부담으로 작용했다. 이와 관련해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3분기 실적발표회에서 "북미 전기차용 고수익 제품 출하 감소에 따른 믹스 영향과 조지아 구금사태로 4분기 단기적인 이익 감소는 불가피하다"고 밝힌 바 있다.
업계에서는 친환경 정책 변화에 따른 북미 완성차 업체의 전략 조정으로 올해도 전기차 수요 둔화가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과 GM의 합작사인 얼티엄셀즈 1·2공장이 상반기 가동 중단에 들어갈 가능성도 거론되는 상황이다. 김철중 미래에셋증권 연구원은 "북미 얼티엄 라인 운용 불확실성으로 1분기까지 전기차 실적 부진이 지속될 것"고 전망했다.
반면 실적 반등을 뒷받침한 ESS 시장은 올해 본격적인 성장 국면에 진입할 것으로 예상된다. 에너지 컨설팅업체 우드맥킨지에 따르면 지난해 3분기 미국 내 ESS 설치 규모는 5.3GW(기가와트)로 전년 동기 대비 31% 증가했다. 이에 우드맥킨지는 향후 5년간 미국 ESS 수요 전망치를 기존보다 15% 상향 조정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지난해 미시간 홀랜드 단독 공장과 캐나다 스텔란티스 합작 공장에서 ESS용 리튬인산철(LFP) 배터리 양산에 돌입했으며 지난해 5월 완전 인수한 미시간 랜싱 공장에서도 ESS 라인 양산 준비를 진행 중이다.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대표 역시 올해 신년사를 통해 "ESS 사업의 성장 잠재력을 최대한 실현해 가고자 한다"며 "타이밍이 중요한 실행인만큼 적기 공급을 위해 북미, 유럽, 중국 등에서의 ESS 전환을 가속화해 공급 안정성과 운영 효율화도 함께 높일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