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배터리업계가 중국의 굴기에 맞서 '완전한 혁신'을 선언했다. 에너지저장장치(ESS)와 로봇, 방산 등 배터리 활용 영역을 확대해 현재의 위기를 돌파하겠다는 계획이다.
엄기천 신임 한국배터리산업협회장(포스코퓨처엠 사장)은 11일 오전 JW메리어트호텔 서울에서 열린 배터리산업협회(이하 협회)의 '2026년 이사회·총회'에서 취재진과 만나 "10년전만해도 우리나라가 중국을 앞서고 있었는데 지금은 많이 추월당했다"고 전제한 뒤 "(국내 업체들은) 중국 업체들과 비교했을 때 원가 경쟁력이 부족해 일반적인 개선(만)으로는 안된다"면서 이같이 밝혔다.
이에 협회는 올해 주요 사업으로 배터리 산업 체질 전환, 초격차 경쟁력 확보 등을 확정했다. 엄 회장은 "이제는 셀 중심의 성장단계를 넘어 소재·부품·장비를 아우르는 유기적이고 완성도 높은 밸류체인으로 진화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실제로 미국의 전기차 보조금 폐지로 글로벌 완성차업체들이 전동화 투자를 잇따라 축소하며 배터리업계를 둘러싼 위기감은 커지고 있다. 지난해말 포드는 LG에너지솔루션과 9조6000억원 규모의 공급계약을 해지했고, SK온과도 미국 합작법인(JV) 체제를 정리했다. 스텔란티스는 전기차 손실이 지속되자 지난 6일 LG에너지솔루션과 캐나다에 설립한 JV '넥스트스타에너지' 지분을 LG에너지솔루션에 넘겼다. 아울러 삼성SDI와의 미국 JV '스타플러스에너지(SPE)' 철수설도 제기되고 있다. 업계에서는 스텔란티스가 발을 뺄 가능성이 큰 것으로 보는 분위기다.
중국업체들에게 뺏긴 시장 점유율도 좀처럼 회복하지 못하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SNE리서치에 따르면 지난해 국내 배터리 3사의 합산 글로벌 시장 점유율은 전년 대비 7.4%포인트(p) 하락한 36.3%를 기록했다. 반면 CATL·BYD 등은 비중국 시장에서도 점유율을 늘렸다.
국내 배터리업계가 AI(인공지능) 산업 확산에 따라 데이터센터 투자가 급증하며 성장이 기대되는 ESS로 눈을 돌리고 있는 이유다. 전임 회장인 김동명 LG에너지솔루션 사장은 이날 "북미에 투자한 자산들을 적극 활용해 급증하고 있는 ESS 수요를 많이 흡수하려고 하고 있다"며 "수주·개발·생산 활동 등 3가지를 열심히 해 최대한 실적을 내보려고 한다"고 설명했다. 정부 주도로 진행 중인 ESS 중앙계약시장 입찰 등 국내 ESS 사업도 점차 확대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특히 차세대 배터리 개발에 속도를 낸다. 엄 회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진짜 혁신을 해야 한다"며 "전고체·SiC(실리콘카바이드) 등 차세대 배터리에서 승부를 봐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최근 떠오르는 로봇용 배터리와 관련해 김 사장은 "대부분이 알만한 로봇업체들에 고에너지밀도와 고출력이 가능한 원통형 배터리를 공급 중"이라며 "향후 로봇 시장은 궁극적으로 전고체 전지로 나아가게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꿈의 배터리'라 불리는 전고체 배터리는 높은 에너지 밀도, 낮은 화재 위험 등의 특성을 갖고 있다. 국내에서는 삼성SDI가 내년 상용화를 선언했으며,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은 2029년 내에 양산에 들어간다는게 목표다. 포스코퓨처엠·에코프로비엠 등 소재사들도 양산 준비에 나선 상태다.
한편 배터리업계는 '한국판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의 조속한 통과도 촉구했다. 엄 회장은 "지난 2년간 노력해온 것으로 알고 있다"며 "올해 과실이 있을 것"이라고 기대감을 나타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