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건설경기 침체가 장기화되면서 건축자재(건자재) 업계가 기존 건설 수요 구조에서 벗어나 신기술 기반 산업으로 사업의 축을 옮기고 있다. 수주 감소와 분양시장 위축이 이어지자 고부가가치 기술을 앞세운 포트폴리오 재편이 본격화되고 있다.
26일 한국건설산업연구원에 따르면 1월 건설기업 경기실사지수(CBSI)는 전월 대비 6.0포인트 하락한 71.2를 기록했다. 기준선인 100을 크게 밑도는 수치로 건설사들의 체감 경기가 여전히 비관적이다.
이 같은 상황에서 유리, 바닥재, 필름 등을 제조하는 KCC글라스는 건자재 중심의 사업을 넘어 스마트 글라스, 차량용 안테나 유리, 반도체용 유리기판 등 미래 산업과 접목된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며 사업 다각화를 추진하고 있다.
스마트 글라스가 대표적인 사례다. KCC글라스는 스마트 필름 전문업체 디폰과 협력해 전류 조절을 통해 빛의 투과율을 정밀하게 제어하는 'VPLC(Variable Polarized Liquid Crystal)' 기술을 개발했다.
투명도를 256단계로 조절할 수 있는 게 특징이다. 지난해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CES 2025'에서 공개되며 글로벌 시장의 관심을 받았다. 사생활 보호 기능과 에너지 절감 효과를 동시에 구현할 수 있어 스마트시티와 미래 모빌리티 분야에서 활용 가능성이 높다.
차량용 유리 분야에서도 기술 고도화가 진행 중이다. LG전자와 협업해 개발 중인 '투명 안테나' 적용 유리는 유리 내부에 필름 타입의 안테나를 삽입하는 방식이다. 돌출형 샤크핀 안테나의 디자인 제약을 해소하는 동시에 전기차와 자율주행차 확산으로 급증하는 데이터 송수신 수요에 대응하는 통신 성능 확보를 목표로 한다.
AI 반도체 산업을 겨냥한 유리기판 사업 강화도 눈에 띈다. 유리기판은 고온 변형이 적고 표면이 평탄해 미세회로 구현과 전력 효율 개선에 유리한 차세대 패키징 소재로 주목받고 있다.
KCC글라스는 산업통상부가 추진하는 '차세대 패키징용 저유전손실 유리기판 소재 및 가공 기술 개발' 과제의 총괄 주관사로 선정돼 소재 개발과 함께 TGV(Through Glass Via) 등 가공 기술 고도화에 나섰다. 미국 코닝, 독일 쇼트 등 현재 해외 기업이 선점하고 있는 해당 분야에서 연구개발을 통해 기술 자립과 '유리기판 밸류체인' 국산화를 달성하는 게 목표다.
KCC글라스 외에도 건자재 업계 전반에서 유사한 움직임이 나타난다. LX하우시스는 자동차 소재와 산업용 필름을 미래 성장축으로 삼고 경량화와 친환경 소재 연구를 확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건설경기 침체가 길어지면서 건자재 기업들이 신기술 중심으로 사업 영역을 확장하는 전략을 강화하고 있다"며 "특히 KCC글라스는 오랜 기간 축적된 유리 생산 기술과 설비 인프라를 기반으로 첨단 산업과의 접점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주목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