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CC 폐쇄는 석유화학 구조조정 단기처방"..'스페셜티 전환'에 승부수

김도균 기자
2026.02.27 05:50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5일 서울 서초구 코트라에서 열린 석유화학 사업재편승인기업 CEO 간담회에서 CEO들과 기념촬영을하고 있다. 왼쪽부터 조남수 HD현대케미칼 대표, 이영준 롯데케미칼 대표, 김 장관, 송명준 HD오일뱅크 대표./사진=뉴스1

전 세계 에틸렌 공급 과잉이 최소 2년 이상 이어질 것이라는 전망이 나왔다. 국내 석유화학업계가 충남 대산 산업단지를 시작으로 구조개편에 착수했지만 글로벌 공급 부담을 해소하기에는 한계가 있다는 지적이다. 업황 반등의 열쇠로 꼽히는 고부가(스페셜티) 제품 전환을 위해 정부가 자금 지원에 나서자 업계는 환영의 뜻을 밝히면서도 규제 완화 등 추가적인 제도적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입장이다.

27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P 글로벌(S&P Global)은 이달 '세계 올레핀·폴리올레핀 업황 전망(Global Olefins and Polyolefins Outlook)'을 통해 2026~2027년 전 세계 에틸렌 순증설 규모가 연평균 약 1148만톤에 달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같은 기간 연평균 에틸렌 수요 증가량(684만톤)을 크게 웃도는 수준이다. S&P 글로벌은 또 에틸렌 공급 증가 속도가 수요를 하회하는 시점을 2028년으로 예측했다.

국내외에서 진행중인 석유화학 구조조정 효과가 단기간에 체감되기 어렵다는 분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국내에서는 HD현대오일뱅크와 롯데케미칼의 구조개편안이 정부의 승인을 받으면서 롯데케미칼의 연간생산량(연산) 110만톤 규모 NCC(나프타분해설비)가 폐쇄 수순을 밟게 됐다. 향후 각 기업이 제출한 개편안이 확정되면 국내 감산 규모는 270~370만톤까지 늘어난다. 일본과 유럽 역시 노후 설비를 중심으로 감산·폐쇄를 추진 중이다.

최영광 NH투자증권 연구위원은 "추가 설비 합리화를 감안하더라도 전 세계 에틸렌 가동률은 기존 전망치 대비 약 1.0~1.5%p(포인트) 높아지는데 그칠 것"이라고 진단했다.

결국 업계에서는 고부가 제품으로의 빠른 전환이 업황 반등의 핵심이라고 보고 있다. LG화학은 강도와 내구성을 대폭 높인 초고중합도 PVC(폴리염화비닐)와 반도체 공정용 고순도 세정액을 통해 차별화를 꾀하고 있다. 롯데케미칼은 고강도·고내열 특성을 강화한 '슈퍼 EP(엔지니어링 플라스틱)' 등을 통해 자동차·전자 소재 시장 확대를 모색하고 있다.

한화솔루션은 초고압케이블 소재인 400kV(킬로볼트)급 케이블용 XLPE(가교 폴리에틸렌)와 해저케이블용 XLPE를 앞세워 초고압 전선 시장 공략에 나섰다. 금호석유화학도 고내마모성과 연비 개선 특성을 갖춘 고기능성 합성고무 SSBR(솔루션 스티렌부타디엔고무)에 집중하고 있다.

이 같은 상황에서 정부가 고부가 산업 중심의 구조개편을 지원하기로 하자 업계는 환영의 뜻을 나타냈다. 앞서 정부가 승인한 구조개편안 '대산 1호 프로젝트'에는 총 2조1000억원 규모의 지원 패키지가 담겼는데 고부가·친환경 사업구조 전환을 위한 기술개발 지원금 260억원도 포함됐다. 이를 두고 업계 관계자는 "NCC 폐쇄는 단기 처방이고 실질적으로 현재 상황을 극복하려면 신성장 동력 발굴이 절실하다"며 "이에 대한 정부 지원이 나왔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설명했다.

규제 완화 등 제도적 뒷받침이 병행돼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설비 전환과 신사업 진출에는 인허가·환경 규제 등 다양한 장벽이 따른다"며 "금융 지원과 함께 규제 합리화가 병행돼야 실질적인 경쟁력 제고로 이어질 수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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