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인공지능) 시대에 메모리반도체(이하 메모리)는 '전략적 자산'(strategic asset)이 됐다."
글로벌 3위 메모리 생산기업인 마이크론 테크놀로지가 시장 기대를 크게 웃도는 사상 최대 실적을 내면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실적 기대감도 높아지고 있다. 마이크론의 실적을 '업황 풍향계'로 보고 있는 업계에서는 메모리가 단순 부품을 넘어 AI 시대를 좌우하는 핵심 자원으로 부각되고 있는 점에 주목하고 있다.
이와 관련해 마이크론은 지난 18일(현지시간) 회계연도 기준 2026년 2분기(지난해 12월~올해 2월) 영업이익이 164억6000만 달러로 집계됐다고 밝혔다. 지난해 같은 기간 대비 8.2배 증가했다. 매출도 지난해보다 3배 늘어난 238억8000만 달러로 시장 전망(매출 197억 달러)을 크게 상회하면서 역대 최대치를 경신했다. 여기에 마이크론은 이번 3분기(3~5월) 매출을 335억 달러로 제시했다. 영업이익률은 76.7%에 이를 것이라는 추산이 나왔다. 산제이 메흐로트라 CEO(최고경영자)는 "AI는 단순히 메모리 수요를 늘린데 그치지 않고 메모리를 산업의 핵심인 전략적 자산으로 재정의했다"면서 이번 실적을 단순한 업황 반등이 아닌 메모리 산업의 구조적 변화 신호로 해석했다.
메모리 산업의 변화는 계약 방식에서도 나타나고 있다. 마이크론은 기존 LTA(장기공급계약)를 넘어 SCA(전략적고객계약)를 체결하고 있다. 기존 LTA가 통상 1년 단위 계약이었던 반면 SCA는 3~5년의 다년 계약으로 진행된다. SCA는 고객사에는 안정적인 공급을 공급사에는 수요 가시성을 제공하는 구조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도 장기 계약 확대에 나서고 있다. 전영현 삼성전자 DS부문장(부회장)은 지난 19일 열린 주주총회에서 "기존 연간, 분기 단위 계약을 3~5년 단위로 전환하는 방안을 추진 중"이라며 "장기 계약은 고객과 회사 모두에 예측 가능한 안정성과 가시성을 제공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마이크론은 △낮은 재고 수준 △공정 전환에 따른 생산량 감소 △HBM 비중 확대 △신규 공장(그린필드) 투자 필요 등을 근거로 현재의 타이트한 수급 상황이 올해 이후에도 지속될 것으로 전망했다.
한편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차세대 AI 칩 'AI6'의 연내 설계 완료 가능성을 언급하면서 삼성전자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 사업 기대감도 커진다. 내년 하반기 AI6 칩 양산이 전망됨에 따라 그동안 부진했던 파운드리 사업의 반등 가능성이 높아졌다.
테슬라의 AI 칩 개발이 순조롭게 진행되면서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도 긍정적인 신호가 감지된다. 우선 삼성전자는 지난해 7월 테슬라와 165억달러(24조원) 규모의 반도체 공급 계약을 체결하고 AI6 칩 생산을 맡은 바 있다. 이미 대만 TSMC와 함께 AI5 생산에도 참여하기로 했다.
AI6는 미국 텍사스주에 건설 중인 테일러 팹(공장)에서 2나노(nm·1nm는 10억분의 1m) 공정을 적용해 생산될 예정이다. 통상 테이프아웃 이후 초도 샘플 생산과 성능 검증을 거쳐 양산까지 약 9개월이 소요되는 만큼 올해 말 설계가 완료될 경우 내년 하반기 양산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수림 DS투자증권 연구원은 최근 보고서에서 "삼성 파운드리 가동률이 선단공정 중심으로 빠르게 회복되고 있다"며 "테일러 팹의 감가상각비 반영이 시작됨에도 불구하고 올해 유의미한 적자축소가 기대되고, 추가 수주를 통해 2027년 흑자전환을 전망한다"고 분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