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 호황맞아 상장 나선 中창신메모리…우리의 대응은?[차이나는 중국]

김재현 논설위원
2026.03.29 05:00
[편집자주] 차이 나는 중국을 불편부당한 시선으로 바라봅니다.
/사진=CXMT

사상 초유의 메모리 호황에 삼성·SK하이닉스가 올해 사상 최대 실적을 경신할 전망이다. 중국에서도 만년 적자를 벗어나지 못하던 D램업체 창신메모리(CXMT)가 역대 최대 실적을 기록할 것으로 예상된다.

창신메모리는 기세를 몰아 올해 6월을 목표로 중국판 나스닥인 커촹반 기업공개(IPO) 준비에 나섰다. 295억위안(약 6조4000억원)을 조달해 반도체 생산라인 건설에 투입한다는 계획이다.

지금 우리가 알아야 할 것은 메모리 호황으로 삼성·SK하이닉스 및 반도체 소부장 업체 실적이 호전될 뿐 아니라 창신메모리·양쯔메모리 및 중국 반도체 소부장 업체 실적도 크게 개선되고 있다는 점이다. 중국 반도체 업계가 이번 메모리 호황을 한국 반도체 추격의 계기로 사용하려는 분위기도 감지된다.

창신메모리는 한국 메모리 추격의 선봉장 역할을 하고 있지만, 비상장기업이라 회사 상태를 파악하기 힘들다. 작년 12월 말 창신메모리가 중국 증권감독관리위원회(CSRC)에 365페이지에 달하는 증권신고서를 제출해 자세히 살펴봤다. 그동안 누적된 창신메모리의 적자 규모도 놀랍지만,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된 매출 증가폭은 더 놀라웠다. 중국 메모리 굴기의 선봉장 창신메모리를 살펴보자.

창신메모리를 키운 주이밍 회장
글로벌 D램·낸드플래시 시장 점유율/그래픽=김지영

작년 3분기 말 창신메모리의 글로벌 D램 시장 점유율은 5%로 불과 1년만에 2%포인트 상승했으며 올해도 성장세가 지속되고 있다. 창신메모리는 허페이와 베이징에 3곳의 12인치 생산라인이 있으며 최근 생산가동률이 94.6%까지 올라왔다. 중국 최대 낸드플래시 업체 양쯔메모리의 점유율도 10%로 1년만에 3%포인트 확대되는 등 중국 메모리의 추격이 가속화되고 있다.

주이밍 CXMT 회장/사진=CXMT

창신메모리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주이밍(54) 창신메모리 회장부터 알아야 한다. 주 회장은 칭화대에서 물리학 학사 및 석사 학위를 취득했으며 미국 뉴욕 스토니브룩대(SBU)에서 전기공학 석사학위를 받았다. 졸업 후 모노리딕 시스템 등 미국 반도체 기업에서 4년간 근무한 뒤 중국으로 돌아와 2005년 기가디바이스를 창업했다. 이 회사는 낸드플래시 메모리의 일종인 노어(NOR)플래시 분야에서 세계 2~3위를 다툰다.

재밌는 건 주 회장이 2016년 기가디바이스를 상장시킨 뒤 같은 해 중국 허페이시의 제안을 받고 창신메모리를 창업했다는 사실이다. 주 회장은 2018년 기가디바이스의 최고경영자(CEO)직을 내려놓고(회장직은 유지), 창신메모리에 전력하기 시작해 지금도 이 회사의 회장을 맡고 있다.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주 회장은 창신메모리부터 급여를 단 한 푼도 안 받고 있으며 창신메모리의 지분 2.67%를 간접 보유하고 있다(참고로 주 회장은 시총이 40조원에 달하는 기가디바이스의 지분도 6.9% 가지고 있다).

CXMT 지분구조/그래픽=김지영

중국 지방정부 산하 투자기관이거나 국유펀드인 칭후이지디엔(21.7%), 창신지청(11.7%), 빅펀드 2기(8.7%)가 대부분의 지분을 가지고 있어 국유기업이나 다름없는 창신메모리의 지분을 주 회장이 가진 점으로 미루어 주 회장의 영향력을 짐작할 수 있다.

2018년 미국 마이크론테크놀러지의 기밀을 절취했다는 이유로 미국 법무부에 의해 기소된 이후 회사 자체가 사라진 D램업체 푸젠진화의 전철을 창신메모리가 어떻게 피했는지도 주목해야 한다.

창신메모리는 2019년 중국 반도체 업체 중 최초로 범용 D램인 DDR4 8Gb 개발에 성공했다. 파산한 독일 D램업체 키몬다(인피니온 자회사)로부터 엔지니어와 기술 특허를 확보해 19㎚(나노미터·10억분의 1m) 공정 기반의 DDR4 생산에 성공한 것이다. 현재 창신메모리는 중국 특허 3116개와 해외 특허 2473개를 보유하고 있다. 창신메모리는 푸젠진화 사례를 참고해 정부뿐 아니라 민간투자를 받고 키몬다로부터 수천 개의 D램 관련 특허를 사들이는 등 해외 특허 인수 및 해외 인재 영입으로 D램 양산을 이뤄냈다.

적자에도 연구개발에 누적 매출의 33% 쏟아부어
CXMT 주요 지표/그래픽=이지혜

재무제표를 살펴보면 2022년 하반기 시작된 메모리 반도체 다운사이클에서 창신메모리가 막대한 적자를 보면서도 설비투자와 연구개발(R&D) 투자를 지속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가격 다운 사이클은 대규모 자본 투입이 필요한 반도체 산업에서 신규 진입기업에게 가장 어려운 시기다.

그런데, 작년 3분기부터 가격 상승 사이클이 시작되면서 창신메모리 매출이 급증하고 있다. 창신메모리 증권신고서에 따르면 작년 1~9월 매출은 320억8000만위안(약 6조9600억원)으로 1년 전 대비 97.8% 급증했다. 다만 영업손실(59억7000만위안·1조3000억원)을 벗어나진 못했다.

작년 4분기에는 창신메모리의 영업손실이 한층 더 축소됐을 것으로 보인다. 창신메모리의 상장주관사인 중국국제금융(CICC)은 작년 창신메모리 매출이 최대 580억위안(약 12조6000억원)을 기록하고 올해 흑자전환할 것으로 예상했다.

R&D 투자도 중요하다. 창신메모리는 2023년 매출의 2배가 넘는 영업손실을 기록하면서도 매출의 51.4%(46억7000만위안)를 R&D에 쏟아부었다. 작년에도 매출의 23.7%에 달하는 돈을 R&D에 투자했다. 2016년 설립 후 창신메모리가 R&D에 쏟아 부은 돈은 모두 188억6700만위안에 달한다. 누적 매출의 33.1%에 달하는 규모다. 또한 연구개발 인력(4653명)이 전체 임직원(1만5300명)의 30% 이상인 것도 눈에 띄는 점이다.

창신메모리가 말하는 3가지 경쟁 열위
창신메모리의 3가지 경쟁 열위 및 대만 DSET의 대응방안/그래픽=김지영

우리가 보기에는 창신메모리가 거침없이 굴기 중인 것으로 느껴진다. 창신메모리는 어떻게 현 상황을 평가할까. 증권신고서에서 창신메모리가 언급한 3가지 경쟁 열위 항목을 살펴보자.

먼저 창신메모리는 ①상대적으로 출발이 늦어 글로벌 선두 기업과의 격차가 존재한다고 언급했다. 글로벌 D램업계는 오랫동안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 등 선두업체들이 주도해왔기 때문에 늦게 시작한 창신메모리는 매출·연구개발·설비투자 및 제품 포트폴리오 측면에서 격차가 크다는 것이다. 창신메모리는 여전히 초기 발전 단계인 회사가 비교적 높은 경쟁 압력에 직면에 있다고 언급했다.

다음은 ②글로벌 지정학적 요인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분업구조가 제약받고 있다는 내용이다. 중국 반도체 업체가 네덜란드 반도체 장비업체 ASML의 극자외선(EUV) 노광장비를 수입할 수 없게 한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제재를 지적한 부분이다.

마지막으로 창신메모리는 D램 산업이 전형적인 자본집약적 산업으로 반도체 생산라인 구축과 운영에 막대한 자금이 필요하지만, 상장회사인 삼성전자·SK하이닉스·마이크론과 달리 ③비상장기업인 관계로 자금조달에 제약을 받고 있다고 언급했다.

창신메모리는 당장 ②는 해결할 수 없지만, 메모리 호황과 IPO를 통해서 ①과 ③ 해결에는 한 걸음 더 다가갈 수 있게 됐다.

우리는 창신메모리의 IPO에 어떻게 대비해야 할까. 역시 중국 반도체 굴기로 위협을 느끼는 대만의 시각을 살펴보자. 작년 10월 대만 국가과학기술위원회(NSTC) 산하 과학기술·민주 및 사회연구센터(DSET)는 '창신메모리의 부상'(The Rise of CXMT)이라는 보고서에서 중국 메모리 굴기에 대응하기 위해 3가지 대책을 제안했다. 첫째, 기술 민주주의 국가들이 창신메모리 및 중국 메모리 기업들에 대해 수출 제한 조치를 취해, 이들 기업이 제재 대상 기업으로부터 획득한 지적재산권을 활용하거나 이익을 얻는 것을 막도록 촉구했다.

둘째, 기술 민주주의 국가들이 기존 핵심기술을 철저히 검토해서 관련 자산의 이전을 규제할 것을 권고했다. 마지막으로는 핵심기술 보안을 위해 대내외 투자 심사 체계를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모두 창신메모리가 언급한 2번째 경쟁 열위인 '글로벌 지정학적 요인으로 글로벌 반도체 산업의 분업구조가 제약받고 있다'는 부분을 겨냥한 내용이다.

올해 창신메모리는 메모리 호황과 상장으로 한 단계 도약의 기회를 맞이할 것이다. 한국도 중국 메모리 굴기에 대응하기 위해 대만의 제언을 신중히 검토할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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