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사태가 한 달 넘게 지속되지만 LNG(액화천연가스)운반선 중심의 조선업 수주 릴레이는 계속된다. 중동 수급불안 리스크를 북미 등을 중심으로 한 'LNG 사업확대에 따른 운반선 수요증가'가 상쇄했다.
30일 조선업계에 따르면 삼성중공업은 지난 20~23일 LNG운반선 3척을 수주한 사실을 공개했다. 계약규모는 약 1조1480억원이다. 한화오션 역시 지난 25일 LNG운반선 2척을 7563억원에 공급하는 계약을 했다. 글로벌 LNG운반선 발주가 지난달 28일(현지시간) 미국·이스라엘의 이란 공격 이후에도 차질없이 이뤄진 영향이다.
당초 이란사태 발발 이후 LNG 물동량 감소가 LNG운반선 신조 투자심리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LNG 생산거점에 이란의 미사일 공격을 받은 카타르가 한국 등에 '불가항력'을 공식선언한 이후 이런 우려는 더욱 증폭됐다. 하지만 일단 LNG운반선 발주와 수주소식이 연달아 전해지며 이런 분위기는 기우에 그치는 모습이다. LNG운반선이 주도하는 조선업 수주 사이클의 구조가 견고하다는 방증이라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글로벌 차원에서 LNG 프로젝트가 활발히 진행되며 운반선 발주가 자연스럽게 늘어나는 상황인 셈이다. 올들어 K조선의 LNG운반선 수주량은 HD한국조선해양 10척, 삼성중공업 6척, 한화오션 4척에 달한다.
실제로 중동 내 수급불안에도 미국을 중심으로 한 LNG운반선 수요는 지속적으로 늘어나는 추세다. 글로벌 에너지회사 토털에너지스는 최근 미국 해상풍력 2개 사업을 포기하고 해당 자금(9억3000만달러) 전액을 미국 LNG 프로젝트에 투자키로 결정했다. 텍사스·캘리포니아를 중심으로 추진하는 LNG터미널 건설도 활발히 진행 중이다. 아울러 미국의 쉘이 베네수엘라에서, 일본 인펙스가 호주에서 가스프로젝트를 추진하려는 움직임도 포착된다. 최광식 다올투자증권 연구원은 "중동 LNG 공백을 (대체하기 위해) 준비하는 다른 프로젝트들이 있다"며 "중동 외 지역의 LNG터미널 물량증가는 (선사들이) 시장을 긍정적으로 내다보게 한다"고 분석했다.
카타르 측에 LNG운반선을 인도하는 게 힘들어졌다는 점 자체는 K조선에 악재가 될 수 있다. HD한국조선해양·삼성중공업·한화오션 국내 조선 3사의 카타르 LNG운반선 수주잔고는 64척 수준으로 알려졌다. 제때 LNG운반선을 인도하지 못한다면 조선사의 현금흐름은 단기적으로 악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
장기적 측면에서는 상황이 달라진다. 카타르 입장에서 LNG운반선을 필연적으로 교체해야 하기 때문에 일괄취소 가능성은 낮다는 관측에 힘이 실린다. 이동헌 신한투자증권 연구원은 "카타르 외 대체 프로젝트들이 이 공백을 얼마나 빠르게 메우느냐가 중요하다"며 "카타르발 공급안정성에 대한 불확실성이 확대될 경우 수입국 및 바이어는 미국 프로젝트를 중심으로 계약을 앞당길 수 있는데 발주처의 다변화는 장기적으로 조선업에 더 우호적 환경을 조성할 수 있다"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