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퇴직 은행원, 성과급 무려 3억"...70세 넘은 베테랑도 뛴다

"돌아온 퇴직 은행원, 성과급 무려 3억"...70세 넘은 베테랑도 뛴다

박소연 기자, 김미루 기자, 김도엽 기자
2026.03.31 06:30

[MT리포트]귀한 몸 '퇴직 은행원'(上)

[편집자주] 퇴직 은행원이 은행으로 돌아오고 있다. 희망퇴직으로 70년대 초반생들도 은행을 떠나기 시작한 가운데, 현장에선 전문성과 경험을 요하는 업무가 중시되고 있어서다. 5대 은행에선 매년 2300명을 희망퇴직으로 내보내고, 퇴직자 1000명을 재채용하는 기조가 고착화되고 있다. 은행권의 퇴직자 재활용은 고령화 시대 해법이 될 수 있을까. 우려할 지점은 없는지도 함께 짚어봤다.

성과급 3억 넘기도..."베테랑 필요해" 퇴직 은행원 다시 모셔온다

주요 은행권 PRM(기업금융 지점장) 채용 현황/그래픽=김지영
주요 은행권 PRM(기업금융 지점장) 채용 현황/그래픽=김지영

디지털·AI 전환으로 점포 수가 줄고 비대면 업무 비중이 커지면서 매년 수천명의 은행원들이 희망퇴직으로 은행을 떠나고 있지만 기업대출, 내부통제 등 경험과 노하우가 중요한 업무들에는 베테랑 퇴직 은행들의 수요가 커지고 있다. 특히 정부가 경험과 인적네트워크 등이 중요한 생산적금융을 강조하면서 이같은 추세는 가속화될 전망이다.

2019년 iM뱅크(당시 대구은행)가 첫 도입한 PRM(기업금융 지점장) 제도는 지방은행이 퇴직한 시중은행 지점장들을 채용해 수도권 영업망을 확장하기 위한 제도였다. 하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시중은행으로 전격 확대되고 있다.

iM뱅크의 PRM 제도는 2018년 10월 김태오 당시 DGB금융 회장이 수도권 영토 확장전략의 일환으로 2명을 채용해 시범 운영한게 시작이었다. 이후 2019년 5월 32명으로 PRM 제도를 전면 시행해 현재 91명의 PRM이 활동 중이다. 6년여 만에 3배 확대된 것이다.

iM뱅크의 경우 55세 이상 직원들만 채용하고 정년이 없다. 현재 70세가 넘은 직원도 있다. 성과에 따라 매년 20% 정도는 재계약이 안 되지만, 성과가 좋으면 최대 3억원 이상 성과급을 수령하기도 한다. 퇴직 행원은 인생 이모작에 성공하고, 은행권은 부족한 전문성을 보완한단 점에서 서로 '윈윈'하는 제도로 자리잡았단 평가다. 지난해 채용에선 20:1 경쟁률을 기록했다.

iM뱅크 PRM 연도별 인원 및 대출 실적 현황/그래픽=이지혜
iM뱅크 PRM 연도별 인원 및 대출 실적 현황/그래픽=이지혜

지방은행들은 PRM 제도를 속속 도입했다. 현재 부산·경남은행에 각각 9명, 전북·광주은행에 총 40여명의 PRM이 채용돼 수도권 기업금융을 담당하고 있다.

최근엔 대형은행도 뛰어들었다. 우리은행은 지난해 8월 PRM 18명을 채용하고 이들 '기업금융 베테랑'들을 주축으로 한 강북BIZ어드바이저센터를 신설했다. NH농협은행엔 올 초 13명의 PRM(기업금융전문역) 1기가 채용돼 활동하고 있다. 퇴직 지점장 중 현장경험과 영업능력이 우수한 이들이 현직 기업금융 담당 직원들에게 노하우를 전수하고 업무를 지원하는 역할을 하고 있다.

PRM 채용은 주로 은행 또는 신용보증기금 등의 영업점장(지점장)을 지낸 이들을 대상으로 하며, 기본 연봉에 성과급이 지급된다. 성과급은 각자가 유치한 영업자산에서 발생하는 수익 성과에 연동해 차등 지급되는데, iM뱅크의 경우 3억원 이상 성과급을 받는 이도 있다.

5대은행 퇴직직원 재채용 규모/그래픽=이지혜
5대은행 퇴직직원 재채용 규모/그래픽=이지혜

PRM 제도를 도입하지 않은 시중은행들도 퇴직 인력을 적극 활용하는 건 마찬가지다. 5대 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에 따르면 2021년부터 2026년 2월까지 5년여간 퇴직한 직원을 재채용한 경우는 5458명이다. 매년 1000명가량의 퇴직 은행원들이 다시 채용되고 있는 것이다. 올해는 2개월 동안 이미 289명이 재채용돼 이 속도대로면 최근 5년간 최대치를 경신할 전망이다.

기존엔 감사·내부통제 등 '백오피스' 영역에 수요가 몰렸다면, 최근엔 비대면 업무가 늘어나면서 자산관리 등 전문성이 요구되는 영역에 시니어를 채용하는 경우도 늘어났다. 희망퇴직 후 일정 기간이 지나면 계약직·기간제 등으로 복귀하는 경로가 사실상 제도화됐단 평가다.

PRM의 경우 퇴직 은행원들이 현장에서 마음껏 능력을 펼치며 소득을 창출하고, 은행은 그들의 경험을 활용한단 면에서 고령화 시대의 '윈윈' 모델로 자리잡았단 평가도 나온다. 다만 매년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사실상 퇴직 연령을 낮추면서 저비용으로 고급 인력을 활용하는 데 대한 비판도 제기된다.

연봉 '절반'에 고급인력을...2000명 희망퇴직, 1000명 다시 뽑는 은행권

iM뱅크 기업대출 성장률 비교/그래픽=이지혜
iM뱅크 기업대출 성장률 비교/그래픽=이지혜

은행권에서 퇴직 은행원 재채용 기조가 확산하는 것은 전문성 높은 숙련된 인력을 재활용하고자 하는 수요가 갈수록 커지고 있기 때문이다.

30일 은행권에 따르면 지난해 말부터 올해 초까지 KB국민, 신한, 하나, 우리, NH농협은행 등 5대 은행에서 희망퇴직한 인원은 총 2364명으로 집계됐다. 전년 같은 기간(2324명)과 유사한 수준이다. 최근 5년간 2024년을 제외하면 매년 2000명 안팎이 희망퇴직을 통해 은행을 떠났다.

희망퇴직 대상 연령은 40대 초반까지 내려왔지만, 주된 대상자는 50대 이상이다. 희망퇴직금은 지난해 최대 31개월치 급여을 지급했지만 최대 35~36개월치에 달했던 몇년 전보다는 줄었다. 희망퇴직 조건이 갈수록 후퇴할 것으로 전망되면서 매년 50대의 베테랑 직원들이 자발적으로 은행을 떠나는 현상이 고착화됐다.

은행권 관계자는 "임금피크제 들어가기 1~2년 전에라도 미래가 안 보인다 싶으면 희망퇴직 하는 이들이 많다"며 "40대는 특수한 경우고 60년대 후반생부터 70년대 초반생이 대다수"라고 했다.

현업 경험이 풍부한 직원들이 매년 대거 퇴사하면서 대출·심사 등 인력의 전문성이 떨어지는 부작용도 발생하고 있다. 금융권에선 특히 1970년대 초반생 고급인력들이 은행을 떠나기 시작했단 점에 주목한다. IMF 외환위기 이후 은행이 수년간 채용을 중단할 때 이들은 말단에서 기업금융 등 핵심경력을 쌓으며 중추 역할을 해온 세대다.

한 시중은행 관계자는 "IMF가 터지기 직전에 채용된 71~73년생 수가 많은 데다 기업대출·심사 등 업무에 역량 있는 인력이 몰려 있다"며 "AI 시대가 돼도 기업대출은 CEO도 만나야 하고 재무제표, 기술력도 봐야 하는데 경험이 없으면 어렵다"고 했다.

현재 iM뱅크를 비롯해 지방·시중은행에서 180명가량이 PRM(기업금융 지점장) 제도를 도입해 베테랑 기업금융 베테랑 인력을 수급하는 이유도 이들의 탁월한 실력 때문이다.

지난해 말 기준 iM뱅크 PRM의 기업대출 잔액은 4조633억2000만원으로, 2019년 말(4164억8100만원) 대비 10배 수준으로 뛰었다. 연평균 성장률 46.2%로 같은 기간 iM뱅크 전체 기업대출 성장률 3.53% 비교해 큰 차이를 보인다. 2024년 6월 시중은행으로 전환하면서 PRM 수를 100명 이상으로 크게 늘리고, 조직 내 PRM 제도 운영의 노하우가 쌓이면서 탄력을 받았다.

은행권의 퇴직 직원 재채용 지원 시스템/그래픽=김지영
은행권의 퇴직 직원 재채용 지원 시스템/그래픽=김지영

건전성 면에서도 큰 차이를 보인다. 연도별로 차이는 있지만 iM뱅크 PRM이 취급한 대출의 연체율·NPL(부실채권)은 전체 대비 절반 이하 수준으로 나타났다.

PRM처럼 현장에서 발로 뛰는 영업직군 외에도 5대은행에서 매년 1000여명의 퇴직 은행원을 재채용하는 이유는 이들의 전문성과 경험을 높게 사기 때문이다. 최근 영업점이 줄어드는 가운데서도 내부통제와 리스크 관리의 중요성이 커지면서 경험 있는 베테랑 직원들의 수요가 높다. 이들은 주로 기간제로 채용돼 은행은 고급인력을 현업 때의 40~50% 급여로 활용할 수 있단 점이 장점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예전엔 내부통제 점검 등 일부 업종에 대해서만 채용했다면 비대면 업무가 활성화되고 내부통제 점검 필요성이 확대되면서 채용 분야가 점차 확대됐다"고 설명했다.

은행들이 매년 대규모 희망퇴직으로 인력을 내보낸 뒤 이들을 저임금으로 재활용하는 행태가 고용 안정성을 저해한다는 비판도 나오지만 은행들은 매년 대규모 신입 채용을 이어가려면 어쩔 수 없는 선택이란 입장이다.

시중은행 관계자는 "은행권은 영업점을 더 줄이고 싶어도 당국 규제로 고정비용을 줄일 수 있는 방법이 사실상 없다"며 "희망퇴직을 해야 그나마 청년층 신입 고용 여력이 생기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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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소연 기자

기사로 말하는 기자가 되겠습니다.

김미루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미루 기자입니다.

김도엽 기자

안녕하세요. 금융부 김도엽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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