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 자택, 5월 문 연다…"시민 문화공간으로"

'물방울 화가' 김창열 화백 자택, 5월 문 연다…"시민 문화공간으로"

정세진 기자
2026.03.31 06:20

종로구, 김창열 화백 자택 구입해 공공문화 시설로 탈바꿈
2021년 별세 전까지 30여년 창작 활동한 작업실 시민에 공개
오는 5월 개관 후 광화문~김 화백 자택 잇는 '종로아트버스'도 운행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감창열 화백 자택을 방문했다. /사진제공=서울 종로구청
정문헌 서울 종로구청장이 서울 종로구 평창동의 감창열 화백 자택을 방문했다. /사진제공=서울 종로구청

북한산 자락을 따라 굽이진 평창동 언덕길을 한참 올라가자 고요한 주택가 끝에 한 화가의 시간이 고스란히 남은 집이 모습을 드러냈다. '물방울 화가' 고(故) 김창열 화백이 30여 년간 머물며 작업한 서울 종로구 평창동 자택이다. 이 공간이 공공문화예술공간으로 다시 문을 연다. 종로구는 김 화백의 옛 자택을 '김창열 화가의 집'으로 조성하고 준공식을 연다고 31일 밝혔다. 전시 준비를 거쳐 올해 5월 말부터 일반 시민에게 공개할 예정이다.

김 화백의 평창동 자택(412-11)은 그가 2021년 별세할 때까지 가족과 함께 거주하며 창작 활동을 이어온 국내 유일의 작업 공간이다. 김 화백은 1929년 평안남도 맹산에서 태어나 서울대 미대를 졸업한 뒤 프랑스 파리국립미술학교에서 유학하며 독자적인 예술 세계를 구축했다. 한국 현대사의 격변을 통과하며 '물방울'이라는 독창적 소재로 자신만의 작품 세계를 완성한 작가의 삶과 흔적이 이 집에 고스란히 남았다.

종로구는 2020년 9월 김 화백의 아들 시몽 씨와 협약을 맺은 뒤 2022년 해당 주택을 매입했다. 이후 2026년 개관을 목표로 2024년 12월부터 리모델링 공사에 착수했다. 평창동 일대의 우수한 문화·예술 자산을 보존하면서 지역 주민과 시민의 문화 향유 기회를 넓히겠다는 취지다.

리모델링 설계는 제주도립 김창열미술관을 설계한 '플랫폼아키텍처'가 맡았다. 작가의 사적 공간을 모두를 위한 문화공간으로 재구성하되, 삶과 작업의 흔적을 최대한 보존·복원·재현하는 데 중점을 뒀다. 시설은 연면적 511.96㎡, 지하 2층~지상 2층 규모다. 지상 2층에는 카페와 티켓 부스, 지상 1층에는 기획전시실이 들어선다. 지하 1층에는 아카이브실과 수장고를, 지하 2층에는 작업실과 서재를 재현한 핵심 공간을 마련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창열 작가의 자택 내 작업실의 원형천장./사진=정세진 기자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창열 작가의 자택 내 작업실의 원형천장./사진=정세진 기자

특히 지하 2층 작업실은 이 공간의 상징처럼 느껴진다. 원형 천창을 통해 자연광이 은은하게 스며들고, 그 빛은 책상 위까지 조용히 내려앉는다. 플랫폼아키텍처 측은 이 원형 천창이 김 화백의 고향집 우물을 형상화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김 화백은 생전 "나는 작업을 위해 빛을 아틀리에 안에 들이지 않는 편이다. 동굴 같은 곳에서 내면의 빛에 의지한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김 화백이 사용하던 캔버스와 화구, 서적 등도 재현해 전시할 계획이다. 유가족으로부터 기증받은 작품 390점을 포함해 총 2609점의 소장자료를 확보했다.

개관에 앞서 공개된 영상에서는 유가족의 회고도 담겼다. 다른 아들 오안 씨는 "아버지가 작업실에서 신문을 보시고 사과를 드시던 모습이 생각난다"며 "생전에 시민들이 행사로 작업 공간을 방문한 적이 있었는데, 아버지도 그때 작가의 작업 공간을 사람들이 궁금해한다는 점을 느끼신 것 같다"고 추억했다.

정식 개관에 앞서 정문헌 종로구청장은 "김창열 화백의 미술관은 이미 제주에 있는 만큼 종로에 있는 자택은 또 다른 방식으로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며 "미공개 아카이브와 실제 작품 구상의 현장을 구민과 시민에게 공개한다는 취지로 사업을 추진했다"고 말했다.

종로구는 5월 개관에 맞춰 '종로아트버스'도 신설할 계획이다. 서울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 1번 출구를 출발해 박노수미술관, 윤동주문학관, 석파정 서울미술관, 서울시립 미술아카이브, 가나아트센터를 거쳐 김창열 화가의 집까지 연결하는 노선이다. 정 구청장은 "김창열 화백의 자택이 공공문화시설로 새롭게 태어났다"며 "국내외 미술 애호가들이 찾는 상징적 장소로 자리매김할 수 있도록 지원하겠다"고 했다.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창열 작가의 자택 내 작업실./사진=정세진 기자
서울 종로구 평창동 김창열 작가의 자택 내 작업실./사진=정세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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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정책사회부 정세진 기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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