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 노동조합이 40조원 넘는 천문학적 성과급 요구를 내걸 것으로 알려져 논란이 커진다. AI(인공지능)발 슈퍼사이클(초호황)에 올라탄 삼성전자가 1분기 영업이익 57조원이라는 기록적 수치를 발표하자 노조의 공세가 더 강해진 모양새인데 글로벌 경쟁의 절체절명 순간에 스스로 밥그릇을 깨버리는 꼴이란 비판이 나온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다음달 파업을 예고한 삼성전자 노조 내부에서는 영업이익의 15%를 성과급 재원으로 삼아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삼성그룹 초기업노동조합 삼성전자지부는 지난 7일 잠정실적 발표 직후 입장문을 내 "시장과 내부 전망치로 올해 영업이익 270조원 이상이 확실시된다"며 "실제 성과와 실적전망에 맞는 1등 기업에 맞는 정당한 보상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영업이익을 270조원으로 가정해도 15%면 40조5000억원이 성과급이다. 각 증권사가 현재 약 297조원인 삼성전자의 올해 연간 영업이익 컨센서스(증권가 전망치 평균)를 300조원 이상으로 줄줄이 상향 발표하는 상황을 고려하면 45조원 혹은 그 이상을 성과급으로 달라는 의미다. 노조는 '영업이익 15%' 등을 아직 회사 측에 공식적으로 요구하지는 않았지만 협상을 압박하는 과정에서 이와 유사한 수준의 요구를 내세울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졌다.
경제계 안팎에서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인재확보와 사기진작 등을 위해서 최고수준의 성과급은 당연하지만 정도가 지나치다는 지적이다. 우선 삼성전자는 주주가 주인인 '주식회사'라는 점에서 이같은 요구는 과도하다는 평가다. 45조원은 2025년 삼성전자가 주주배당으로 사용한 11조1000억원의 약 4배로 400만명에 달하는 삼성전자 주주가 1년 동안 회사의 성장을 믿고 기다려서 받은 보상의 4배를 종업원들이 따로 챙기겠다는 주장이기 때문이다.
사상 최대실적이 나오는 때일수록 더욱 R&D(연구·개발)와 M&A(인수·합병) 등에 투자해 미래를 준비해야 한다는 제언도 힘을 얻는다. 지난해 삼성전자가 R&D에 투자한 총금액은 37조7000억원이었는데 성과급이 이를 뛰어넘는다면 그만큼 기술연구에 쏟을 여력은 위축될 수밖에 없다.
업계 관계자는 "지금 세계는 글로벌 빅테크(대형 IT기업) 간에 사활을 건 'AI반도체 전쟁'을 치르고 있다"며 "경쟁사들이 수익을 차세대 반도체 시설투자와 R&D에 쏟아부으며 격차를 벌리는 시점에 삼성전자 노조는 '지금 당장의 몫'만 챙기겠다고 하면 어떻게 되겠는가"라고 지적했다.
또 45조원이면 주요 반도체 설계회사(팹리스)나 핵심 장비기업을 통째로 인수할 수도 있는 금액이다. 2020년 엔비디아가 영국의 반도체 설계회사 ARM을 인수하려고 시도한 당시 금액이 우리 돈 약 48조원이었고 이는 반도체산업 역사상 최대규모였다. 아울러 국내 기업 역사에서 최대 해외기업 인수로 꼽히는 2016년 삼성전자의 하만 인수가가 약 9조4000억원이었던 것에 비춰보면 45조원이 얼마나 큰돈인지 알 수 있다.
국민적 정서와 괴리감이 커 사회양극화를 조장한다는 비판도 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이란전쟁에 따른 국민피해를 지원하기 위해 긴급편성한 '전쟁 추경(추가경정예산)안' 규모가 약 26조원"이라며 "고물가, 고환율로 신음하는 대다수 국민과 중소기업 노동자들에게 40조원 넘는 삼성전자 노조의 성과급 요구는 박탈감을 안길 수 있다"고 밝혔다.
사상 유례없는 호황에 축포를 터트리기보다 냉철하게 현실을 직시해야 할 시점이라는 분석이다. 이종환 상명대 시스템반도체공학과 교수는 "지금이 삼성전자로서는 절대 놓쳐서는 안되는 절호의 기회"라며 "메모리는 말할 것도 없고 파운드리(반도체 위탁생산)에서도 대만 TSMC만으로는 빅테크의 수요를 감당할 수 없기 때문에 삼성의 수주가 늘어나고 빠른 시간 내 흑자전환이 유력하다. 한국 반도체산업에 너무나 중요한 때"라고 강조했다.
앞서 노조는 "SK하이닉스보다 더 많은 성과급을 주겠다"는 회사 측 제안에도 불구하고 성과급에 대한 '상한선 50%(연봉 대비) 폐지'를 제도화해야 한다며 교섭중단을 선언한 상태다. 이달 23일에는 대규모 집회, 5월21일에는 총파업도 예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