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데이 모닝 인사이트] 中 바이오 산업

최근 중국 바이오 기업들이 신약 개발에 인공지능(AI)을 접목시키면서 중국 바이오산업이 반도체·첨단 제조업과 유사한 구조로 바뀌고 있다. 로봇 시스템, 대규모 데이터 모델, GPU(그래픽처리장치) 기반 연산 플랫폼 등도 결합된다.
과거 신약 개발은 반복 실험에 의존하는 대표적인 '실험 과학' 영역으로 분류됐다. 후보 물질 발굴부터 합성, 검증까지 대부분의 과정이 인력 중심으로 이뤄졌고 개발 기간도 평균 10년 이상 소요되는 경우가 많았다. 그러나 바이오산업에 AI가 도입되면서 산업의 구조가 바뀌고 있다. 특히 변화 속도가 가장 빠른 영역은 초기 신약 발굴 단계다. 기존에는 수많은 후보 물질을 사람이 반복적으로 실험하며 검증해야 했지만 최근에는 AI가 표적 탐색과 분자 설계를 먼저 수행하고 로봇이 자동 검증하는 구조가 중국에서도 확산되고 있다.
대표 사례로는 광야오그룹이 꼽힌다. 광야오그룹은 3D 분자 생성 모델과 전자구름 밀도 기반 분자 생성·스크리닝 시스템을 도입해 초기 신약 발굴 효율을 크게 끌어올렸다. AI 기반 시스템 도입 이후 초기 신약 발굴 비용은 약 70% 감소했으며, 소분자 신약 초기 개발 주기도 기존 평균 1~2년 수준에서 3~6개월까지 단축된 것으로 나타났다.
AI 연구 보조 시스템 역시 빠르게 고도화되고 있다. 베이징 왕스즈후이의 '몰볼텍스(MolVortex)'는 AI 보조 도구를 넘어 초기 신약 개발 전 과정에 참여하는 '의약 조기 연구 AI 에이전트' 형태로 진화하고 있다. 몰볼텍스는 멀티모달 3D 분자 생성 모델 '몰바도(MolVado)'를 기반으로 구축한 소분자 신약 설계 플랫폼으로 업계에서는 '신약 개발 슈퍼 어시스턴트(Autopilot)'로 불리고 있다.
해당 시스템은 표적 기반 후보물질 생성, 구조 최적화, 약물 적합성 평가, 합성 가능성 분석 등을 자동 수행한다. 연구진과 반복 상호작용을 통해 설계를 지속적으로 고도화하는 구조를 갖췄다. 특히 약물 화학 설계 논리와 습식 실험 데이터를 하나의 폐쇄형 루프로 연결하면서 AI가 실제 연구개발 과정에 공동 참여하는 시스템으로 진화하고 있다는 평가다.
산업 협력도 본격 확대되고 있다. 왕스즈후이는 지난 20일 광야오그룹, 화웨이와 전략적 생태 협력 계약을 체결하고 AI 신약 개발 솔루션의 산업 적용 확대에 나섰다. 광야오그룹은 제약 인프라, 왕스즈후이는 알고리즘 개발·플랫폼 최적화를 담당한다. 화웨이는 AI 연산 능력과 프레임워크, 데이터 보안 시스템을 지원해 플랫폼의 안정적 운영을 맡는 구조다. 바이오산업이 제약사·AI 기술 기업·연산 인프라 기업이 결합된 산업형 생태계 단계로 이동하는 모습이다.
징타이커지는 AI 모델과 로봇 실험실을 결합한 'AI+자동화 연구 플랫폼'을 핵심 전략으로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즈칭성지제약과 협력해 AI 기반 PRMT5 억제제 'PEP08'을 개발했으며, 현재 고형암 환자 대상 임상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최근 양사는 두 번째 '합성 치사' 기반 항암 신약 프로젝트도 시작했다. '합성 치사'는 암세포 특정 유전자 취약성을 활용하는 차세대 항암 기술로, 표적 탐색 난이도가 매우 높은 분야로 꼽힌다. 과거에는 장기간 반복 실험에 의존해야 했던 영역이었지만, 최근에는 AI 모델과 자동화 시스템이 본격 도입되기 시작했다. 징타이커지는 단일 신약 성과보다 AI·로봇 플랫폼 기반의 반복 가능한 혁신 체계 구축에 더 큰 의미를 두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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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실리코 메디슨은 'AI 기반 오리지널 신약' 개발 노선을 강화하고 있다. 현재 다수의 AI 설계 신약 후보를 임상 단계까지 진입시켰으며, 글로벌 제약사들과 협력도 확대하고 있다. 특히 인실리코 메디슨의 특발성 폐섬유화증 치료제 'INS018_055'는 AI가 표적 발굴부터 설계까지 전 과정을 주도해 임상 2상 단계까지 진입한 최초 사례로 평가된다.
또 인실리코 메디슨은 최근 차세대 지능형 실험실 운영체제 '랩클로(LabClaw)'를 공개했다. 해당 시스템은 AI가 실험 목적을 이해하고 실험 계획을 조정하며, 로봇 실험실이 이를 자동 수행한다. 기존 자동화 실험실이 '명령 수행' 중심이었다면, 이제는 AI가 연구 과정을 스스로 조율하는 '자율형 연구 시스템' 단계로 진입하는 흐름이 나타나고 있다. 랩클로는 AI 표적 발굴 플랫폼 '판다오믹스(PandaOmics)', 자동화 실험 장비, 실험실 정보관리 시스템(LIMS), 데이터 분석 시스템 등을 통합 연결한 것이 특징이다. 질병 표적 발굴부터 화합물 스크리닝, 실험 수행, 데이터 분석, 보고서 생성까지 전 과정을 하나의 시스템으로 연결하는 방식이다. 기존 연구실 중심 구조가 AI·자동화·데이터 연산 기반의 산업형 연구 공정으로 확장되고 있다.
이를 통해 인실리코 메디슨은 항노화 연구 프로젝트에서 AI 시스템을 활용해 기존 수주 이상 걸리던 표적 탐색 작업을 수분 단위로 단축했다. 연구진은 자연어 형태로 연구 목적만 입력하면 AI가 대규모 논문 데이터와 자체 데이터베이스를 분석해 핵심 후보 표적을 자동 제안하고, 각 표적의 혁신성·약물 연관성·연구 가능성까지 함께 제시하는 구조를 구현했다.

제약 생산 영역에서도 AI 도입이 확대되고 있다. 한위야오예는 스마트 생산 플랫폼을 구축했다. AI는 생산 공정 최적화 방안을 자동 생성하며 공정 변수 조정 효율을 크게 높였다. 한위야오예에 따르면 생산 비용이 약 25% 절감된 것으로 나타났다.
산업 클러스터 형성도 빨라지고 있다. 현재 중국 AI 제약 기업들은 베이징·장강삼각주·웨강아오 대만구를 중심으로 집적되고 있으며, 바이오·AI·반도체·클라우드 산업 간 융합도 확대되고 있다. 특히 상하이 푸둥은 자동화 실험실·AI 신약 플랫폼·고성능 연산센터가 집중되며 중국 AI 제약 산업 핵심 거점으로 부상했다.
정책 지원도 강화되고 있다. 중국 공업정보화부 등 8개 부처는 올해 초 'AI+제조 행동 실시 의견'을 공동 발표하고 AI 기반 신약개발 플랫폼 구축과 연구개발 비용·주기 단축을 핵심 과제로 제시했다. 지방 정부들 역시 자동화 실험시설·연산 인프라·AI 바이오 플랫폼 구축 지원을 확대하고 있다.
저우빈빈 광야오그룹 회장은 지난 15일 중국 안후이 허페이에서 열린 'AI+제조 산업 정상회의 2026'에서 "의약 산업은 다른 제조업과 달리 '10년·10억 달러·10% 성공률'이라는 구조적 한계를 안고 있다. 연구개발 기간 장기화, 높은 투자 비용, 낮은 성공률이 산업 발전의 핵심 병목으로 꼽혀왔다"며 "AI 제약은 이러한 구조를 바꾸는 핵심 열쇠로 떠 올랐고, 중국 제약기업들이 추격을 넘어 병행·선도 단계로 이동할 수 있는 새로운 가능성을 열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