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원 아침밥' 오픈런하고 '거지맵' 켠다…짠한 청년들의 '짠테크'

최문혁 기자
2026.04.14 04:13

한끼 1000원 학생식당 오픈런
'주문체험' 가짜 배달앱도 등장
청년층 중심, 심리적 압박 심화

13일 낮 12시쯤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학생 식당에 학생들이 식권을 사기 위해 줄을 섰다./사진=최문혁 기자.

#13일 오전 서울 동대문구 한국외대 교내식당. 오전 8시부터 배식을 시작한 '천원(1000원)의 아침밥'은 20분 만에 식권 200장 중 175장이 소진됐다. '천원의 아침밥'은 청년들의 식비부담을 줄이기 위해 5000~6000원 상당의 아침식사를 1000원에 배급하는 정부와 지자체의 지원사업이다.

고물가 상황이 이어지면서 대학생들의 식비부담이 커지고 있다. 끼니를 해결하기 위해 교내식당을 찾는 학생이 늘고 저렴한 식당정보를 공유하는 '거지맵' 서비스부터 '가짜 배달앱'까지 등장하는 등 소비방식도 달라지는 모습이다.

13일 국가데이터처 가계동향조사에 따르면 지난해 우리나라의 엥겔계수는 30.4%로 1994년 이후 최고치를 기록했다. 엥겔계수는 소비지출 중 식료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을 나타낸다. 엥겔계수엔 외식비도 포함되기 때문에 식료품비 비중이 커졌다는 건 기본적인 식비부담이 그만큼 늘었다는 의미다.

대학생들도 식비에서 체감물가 상승을 가장 크게 느낀다. 한국외대 2학년 이모씨(22)는 "학교 근처에서 자취하다 보니 매 끼니를 해결하는 게 부담"이라며 "강의시간보다 좀더 일찍 나오면 저렴하게 아침을 먹을 수 있어 학식을 자주 이용한다"고 말했다.

점심시간이 되자 교내식당은 학생들로 빠르게 들어찼다. 이날 낮 12시쯤에는 수업을 마친 학생들로 식당 앞 긴 줄이 이어졌다. 식권을 사기 위해 키오스크 앞에 줄을 선 2학년 정모씨(21)는 "요즘은 점심시간마다 항상 붐빈다"며 "인기 메뉴가 나오는 날은 줄이 훨씬 길다"고 말했다.

식비부담이 늘면서 젊은층의 소비행태도 달라졌다. 저렴한 식당정보를 공유하는 지도 사이트 '거지맵'이 대표적이다. 지도에는 2000원부터 1만원 사이 이른바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식당'이 표시된다. 사이트에는 지도 외에도 할인정보와 절약방법을 공유하는 '거지방' 커뮤니티도 활성화돼 있다. 거지방에는 '쿠폰으로 참치캔 14개를 1만2000원에 구매했다'는 등의 방법을 공유하는 게시글이 올라와 있다.

배달소비를 줄이기 위한 새로운 시도도 등장했다. '음식만안와요'라는 사이트(사진)에서는 다른 배달앱처럼 이용자가 배달주문을 체험할 수 있지만 실제 결제와 배달로는 이어지지 않는다. 대신 '가짜 주문'을 완료하면 주문한 음식만큼의 '칼로리와 돈을 아꼈다'는 메시지가 표시된다.

해당 사이트를 만든 대학생 박모씨(21)는 "배달을 습관적으로 이용하는 소비패턴을 바꾸기 위해 사이트를 제작했다"며 "식비는 쉽게 줄일 수 있는 항목이 아니다 보니 물가가 오를수록 청년들이 느끼는 부담은 더 클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물가상승으로 청년층이 느끼는 외식물가 압박이 더 클 것이라고 분석했다. 최철 숙명여대 소비자경제학과 교수는 "자취하는 대학생은 1인가구 비중이 높고 외식 의존도가 크기 때문에 식비 상승 영향을 직접적으로 받는다"며 "학생들이 저렴한 학식이나 가성비 식당으로 몰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소비행태 변화가 단순한 절약을 넘어 '심리적 압박'으로 이어진다는 분석도 있다. 최 교수는 "실제 소비욕구를 해결하지 못하는 '가짜 배달앱' 사이트가 인기를 끄는 것은 기이한 현상"이라며 "고물가 상황에서 청년층의 심리적 압박이 상당하다는 것을 방증하는 사례"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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