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동후 법무법인(유한) 대륜 미국변호사 법률칼럼
환율 변동성과 글로벌 불확실성이 이어지는 가운데 해외로 자산을 이전하거나 분산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특히 한·미를 오가며 거주와 자산을 함께 관리하는 경우가 증가하면서 예상하지 못한 변수에 부딪혀 어려움을 토로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자산 이전의 성패는 자산 그 자체보다 이를 옮기는 '과정'에 달려 있다. 과정별 리스크를 사전에 점검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다.
이중 거주자의 자산 이전에서 가장 먼저 점검해야 할 부분은 '법적 지위'다. 한국 세법은 국내에 주소를 두거나 183일 이상 거소를 둔 개인을 거주자로 보는 반면, 미국은 시민권자나 영주권자뿐 아니라 실질 체류 요건(Substantial Presence Test)을 충족한 경우에도 거주자로 간주한다. 이처럼 양국의 기준이 충돌할 경우 이중 거주자로 분류될 수 있으며, 한·미 조세조약의 타이브레이커 룰(Tie-breaker Rule)에 따라 최종 거주지국을 판단해야 하는 복잡한 상황이 발생한다.
이 경우 동일한 자산이라도 어느 국가의 거주자로 인정되는지에 따라 과세 범위와 신고 의무가 달라진다. 가족의 거주지, 자산 소재지, 경제활동의 중심 등이 복합적으로 작용하면서 하나의 자산이 한국과 미국에서 서로 다른 기준으로 평가되는 사례도 적지 않다.
이와 함께 중요한 변수는 '자산 처분 시점'이다. 미국 이주 전후 중 언제 한국 자산을 매도하느냐에 따라 과세 결과는 크게 달라질 수 있다. 거주자 지위 변경 이후 처분이 이뤄질 경우 양국 기준이 동시에 적용되면서 세 부담이 예상보다 크게 확대될 수 있다. 특히 미국 거주자 신분에서 한국 자산을 매도하는 경우 기존에 적용되던 1세대 1주택 비과세 혜택이 제한될 수 있어 실질적인 세금 폭탄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존재한다.
물리적인 '절차 단계'에서의 제약도 주의해야 한다. 해외 거주자의 경우 국내 행정 시스템 접근 자체가 쉽지 않아 휴대전화 인증 제한, 원본 서류 제출 문제 등으로 초기 단계부터 진행이 지연되는 사례가 많다. 다만 이러한 행정적 제약은 변호인을 통한 대리 진행으로 상당 부분 해소할 수 있다. 위임장을 기반으로 한 서류 제출, 부동산 등기 및 금융 절차 대행 등을 통해 물리적 체류 없이도 업무를 진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러한 표면적인 행정 절차보다 더 본질적으로 대비해야 할 것은 점차 강화되는 '글로벌 규제 리스크'다. 최근 한·미 양국 모두 자산 보유와 이동에 대한 관리 기준을 강화하면서, 단순히 자산을 옮기는 행위를 넘어 그 과정에서의 '투명한 보고'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대표적으로 미국에서는 해외금융계좌 신고(FBAR)가 적용된다. 해외 금융계좌 잔액 합계가 1만 달러가 넘는 경우 신고 의무가 발생하며, 미이행 시 막대한 수준의 제재를 받을 수 있다. 국내 역시 해외 신탁 재산 신고 의무가 도입되는 등 단순 계좌를 넘어 신탁 구조까지 관리 대상을 전방위로 확대하는 추세다.
결국 대응 전략의 핵심은 국내외를 관통하는 '크로스보더(Cross-border) 역량'을 기반으로 통합적인 리스크 관리 시스템을 가동하는 데 있다. 자산 이전은 국내 처분으로 끝나지 않고 미국 내 세무 신고(FATCA)와 외환거래 소명 등 후속 절차가 그림자처럼 따라붙기 때문이다. 하나의 자산이 두 국가의 법 체계에서 동시에 판단되는 환경에서는 국내 실무와 해외 현지 대응이 분절되지 않고 유기적으로 연결되어야만 한다. 따라서 한국 내 행정 대리부터 미국 현지의 법률 대응까지 한 울타리 안에서 통합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로펌의 전문 역량은 이제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경 간 경계가 사라진 자산 관리 환경에서, 이러한 크로스보더 인프라를 통한 선제적 대응만이 자산 가치를 온전히 보존하는 유일한 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