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수 국내 기술로 개발된 '안내 삽입렌즈'가 시장에 나왔다. 세계에서는 네 번째, 국내에서는 첫 사례다. 이를 개발한 고려아이텍(대표 이창선)은 37년 업력의 안과 의료기기 전문 회사로, 글로벌 소수 기업이 독점해 온 영역에서 국산 기술의 존재감을 드러냈다.
고려아이텍이 안내 삽입렌즈 개발에 본격 나선 건 약 10년 전. 회사는 일반 콘택트렌즈 시장의 한계를 봤다. 존슨앤존슨 등 글로벌 헬스케어 기업들이 막대한 자본으로 물량공세를 펼치는 만큼 난시·미용 콘택트렌즈로는 정면 승부가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신 '특수 렌즈'를 선택했다.
"당시 노안용 핀홀 렌즈와 백내장 치료용 인공수정체의 국산화에 성공한 상태였죠."
이준우 고려아이텍 연구개발 총괄은 "안내 삽입렌즈는 시장성이 뚜렷하지만 개발 난도가 높다"며 "10년간의 노력 끝에 인공수정체와 안내 삽입렌즈를 모두 제작할 수 있는 전 세계 3번째 기업이 됐다"고 말했다. 이어 "인공수정체(볼록렌즈 원리)와 콘택트렌즈(오목렌즈 원리)에 대한 전문성을 모두 갖췄기에 가능했다"고 덧붙였다.
안내렌즈삽입술은 눈 안에 특수 렌즈를 넣는 시력 교정 기술이다. 백내장 수술 시 혼탁해진 수정체를 제거하고 볼록한 인공수정체를 삽입하는 것과 달리, 안내 삽입렌즈는 수정체를 그대로 둔 채 오목한 렌즈를 홍채와 수정체 사이에 넣는다. 회사는 디자인 특허와 공정 노하우 등을 축적, 안내 삽입렌즈 'KPL'(Korea phakic lens. 한국형 유수정체)를 개발했다. 지난해 4월 식품의약품안전처의 의료기기 허가도 취득했다.
이 총괄은 "글로벌 안내 삽입렌즈 시장은 미국의 스타서지컬 등 소수 기업이 사실상 독점 중"이라며 "인도 업체들도 진입해 있지만 신뢰 차원에서는 평가가 갈린다"고 말했다. 이어 "이 틈새를 국내 기술로 파고든 것이 우리의 전략"이라고 덧붙였다.
회사는 단기간의 상업화 대신 '느리지만 확실한 길'을 택했다. 식약처 허가 이후에도 1년 넘게 제한적 임상을 진행하며 400~500명 규모의 수술 데이터를 축적했고, 렌즈 공급도 소수의 키 닥터에게만 한정했다. 정밀 검사 시스템도 구축, 렌즈 성능과 안정성을 데이터로 검증하고 있다.
그는 "기존 제품의 단점을 90% 이상 보완했다"며 "'KPL'은 기존 제품 대비 시야 범위가 넓은 데다 빛 번짐이나 야간 불편감이 적은 게 장점"이라고 말했다. 이어 "시중 제품 사이즈가 4종류라면 KPL은 6개로 선택 폭을 넓혔다"며 "눈 크기, 도수, 난시가 생기는 축 방향을 종합적으로 고려할 수 있고 동양인 눈에도 잘 맞는다"고 말했다.
고도 근시 인구 증가와 라식·라섹 부작용에 대한 인식 확산으로 안내 삽입렌즈 수요는 늘고 있다. 이 총괄은 "지난해 세계 최대의 안과 기업 알콘이 스타서지컬을 2조 원대에 인수하려 시도한 사실은 안내 삽입렌즈 시장의 매력을 보여준다"며 "고려아이텍 또한 최근 글로벌 빅파마나 다국적 의료기기 회사로부터 기술 제휴나 조인트벤처 제안을 받은 바 있지만 우리 힘으로 시장을 두드려보기로 했다"고 말했다.
"한국 시장은 작지만 요구 수준은 세계 최고입니다. 이 같이 까다로운 시장에서 검증받은 제품이라면 해외에서도 충분히 통할 수 있어요. 올해는 국내 시장에서 신뢰를 쌓는 게 목표죠."
고려아이텍은 최근 KPL 론칭 심포지엄을 열고 국내 1호 안내 삽입렌즈의 출범을 알렸다. 임상 데이터와 의료진 평가를 앞세워 국내 입지를 다진 뒤 미국식품의약국(FDA) 등 해외 인증과 글로벌 진출도 단계적으로 검토한다는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