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9일 찾은 제주시 오라동의 두산에너빌리티 윈드파워센터(WPC). 496.34㎡(약 150평) 규모의 2층 건물에서는 원격으로 전송된 전력 데이터와 설비 신호를 분석하는 모니터링 작업이 365일 24시간 쉼 없이 이어지고 있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이 곳에서 제주와 서남해 등 전국 10개 사이트에 설치한 풍력발전기 80기와 주요 부품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이날 현장에서 만난 최인욱 WPC 센터장(수석)은 "풍속, 유압, 냉각 상태 등 기기별로 300여 개 데이터를 수집해 이상 여부를 점검하고 있다"며 "이를 통해 고장을 최소화하는 선제적 유지보수(O&M) 서비스를 제공한다"고 전했다. 센터 2층 전면에 펼쳐진 6개의 대형 모니터는 풍력발전기 위치와 지형 정보, 실시간 수치 등의 현장 데이터들을 고스란히 보여준다. 구동 중인 발전기는 초록색, 대기는 파란색, 정비는 노란색으로 표시돼 현장 상황이 한눈에 들어왔다.
WPC의 핵심은 자체 개발한 디지털 관제 플랫폼 '윈드링크(Windlink)'다. 단순 모니터링을 넘어 설비 상태 진단과 운영 단계에 실질적으로 활용된다. 여기에 인공지능(AI) 기술도 접목했다. 과거에는 사람이 직접 현장을 점검하거나 사후 알림 중심으로 설비 이상 여부를 판단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현재는 AI 분석으로 이상 징후를 조기에 감지하고 정비 우선순위를 판단하는 방식으로 운영 체계를 전환하고 있다.
현재 운영 중인 AI 분석 모델은 크게 터빈 내부 기어박스·베어링의 미세한 떨림을 잡아내는 '진동 진단 AI'와 전반적인 설비의 운전 상태를 살피는 모델 두 가지로, 진단 정확도는 실제 엔지니어가 하는 수준과 비슷하다. 여기에 발전기별 누적 정비 이력과 운전 데이터를 종합 분석해 의사결정 정확도를 높여주는 'AI 에이전트' 기반 운영지원 체계도 구축 중이다. 이를 통해 갑작스러운 고장으로 발전기가 멈추는 돌발 상황을 막아 발전기 가동 안정성과 운영 효율을 동시에 높인다는 구상이다.
두산에너빌리티가 지난해 9월 WPC 문을 연 것은 풍력발전단지 운영에 필요한 역량을 AI 기반 데이터 분석과 결합해 발전 효율과 설비 안정성을 높이기 위해서다. 풍력터빈은 한 번 고장이 발생하면 곧바로 가동이 멈추고, 그 시간이 그대로 전력 손실로 이어진다. 지멘스, GE버노바 등 글로벌 풍력터빈 기업들이 이미 데이터 기반 관제센터를 구축한 것도 이 때문이다.
특히 국내 풍력발전 입지는 유럽 북해나 대만 등에 비해 평균 풍속이 낮은 편이어서, 제한된 바람을 얼마나 효율적으로 전기로 바꾸느냐가 중요하다. 터빈 상태를 실시간으로 살피고 이상 징후를 미리 잡아내는 기술이 발전량과 수익성을 좌우하는 배경이다. 최 센터장은 "각 사마다 터빈 설계와 구조, 제어 로직이 모두 다른 만큼 이에 맞는 데이터 분석 모델을 갖추는 것이 필요하다"며 "윈드링크는 두산에너빌리티 풍력터빈에 대한 이해를 기반으로 하고 있어 미세한 이상 징후나 운전 패턴 변화도 보다 정밀하게 분석할 수 있다"고 했다.
두산에너빌리티는 O&M을 넘어 발전량 예측 서비스 사업을 검토 중이다. 개별 발전기의 실제 상태와 운영 여건을 반영해 한층 더 현실적인 운영 판단을 지원하겠다는 구상이다. 1시간에서 하루 단위의 단기 예측 모델은 이미 실제 운전환경에서 활용 중이다. 한 달 이상의 발전량을 전망하는 중장기 예측 모델도 개발을 완료했으며 하반기부터 실증에 돌입할 예정이다.
발전량 예측 정확도는 발전사업자의 수익성과 직결되는 만큼 주요 사업 모델로 자리 잡을 가능성이 크다는 평가다. 이를 기반으로 VPP(가상발전소)와 같은 에너지 통합 관제 서비스로의 확장 가능성도 거론된다. VPP는 분산된 에너지원을 묶어 발전소처럼 운영하는 시스템이다. 최 센터장은 "현재는 기술을 실제 운영 환경에서 검증하고 고도화하는 데 우선 집중하고 있다"며 "시장 수요와 제도 환경, 사업성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사업을 확대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