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가 미래 신산업과 반도체 산업 성장을 가로막는 현장 규제 개선 필요성을 강조했다.
경총은 8일 '현장의 불합리한 규제 개선 사례'를 발표하고 정부가 수용하거나 일부 수용한 주요 규제 개선 사례 10건을 소개했다. 경총은 이번 사례를 통해 규제혁신 필요성을 알리고 정부의 신속한 규제 합리화를 촉구했다. 경총이 소개한 개선 사례는 △미래 신산업 4건 △K-반도체 3건 △경영 애로 3건이다.
미래 신산업 분야에서는 원격의료 규제 개선, 양방향 충방전(V2G) 차량 제도와 인센티브 마련, 공동주택 주차로봇 도입, 4족 보행 로봇 인증 기준 마련 등이 포함됐다.
원격의료의 경우 기존 의료법상 의료인 간 지식과 기술 지원만 가능해 의료기관 밖 환자에게 의료서비스를 제공하는 데 한계가 있었다. 경총은 원격의료 규제 개선을 건의했고 지난해 의료법 개정으로 비대면 진료 근거 규정이 마련됐다. 해당 제도는 재진 환자와 의원급 의료기관을 중심으로 올해 12월 시행될 예정이다.
전기차를 움직이는 에너지저장장치로 활용하는 V2G 기술도 제도 개선 대상으로 제시됐다. 경총은 V2G 차량의 계통 연계와 계량 방식, 방전 요금 등 제도와 인센티브 마련을 건의했다. 정부는 이를 수용해 V2G 상용화 마스터플랜을 발표할 계획이다.
주차로봇과 4족 보행 로봇 관련 규제도 개선된다. 기존에는 주차로봇이 기계식 주차장치로 분류돼 아파트와 다세대 등 주택단지 내 설치가 제한됐다. 정부는 주차로봇 안전·관리 기준을 마련하고 일정 요건 아래 주택단지 내 설치를 허용하는 법령 개정을 추진할 예정이다. 4족 보행 로봇도 기존 4륜 로봇 중심 운행안전인증 기준 탓에 실증과 사업화에 제약이 있었으나 관절형 보행 로봇에 맞춘 기준 정비가 추진된다.
반도체 분야에서는 공장 소방관 진입창 규제 합리화, 산업단지 반도체 공장 높이 제한 완화, 반도체 공정용 고압가스 기준 마련이 주요 사례로 꼽혔다. 반도체 공장의 경우 클린룸과 가스·케미컬룸 등 특수시설이 많아 일반 건축물과 같은 진입창 규제를 적용할 경우 생산 차질 우려가 있었다. 관련 법령 개정으로 높이 44m를 초과하는 반도체 공장은 진입창 설치 의무가 면제됐고 특수시설에는 수평거리 기준을 유연하게 적용할 수 있게 됐다.
산업단지 내 반도체 공장 높이 제한도 완화됐다. 정부가 산업단지 용적률을 350%에서 490%로 높였지만 경기도 지구단위계획상 최고 높이 제한 120m 때문에 실제 증축 효과가 제한됐다. 이에 따라 용인반도체클러스터 일반산업단지에서는 반도체 공장 최고 높이를 150m로 높이는 변경 계획이 승인됐다.
기업 경영 애로 분야에서는 비숙련 외국인력(E-9)의 건설현장 간 이동 규제 완화, 건설 현장 간이소화장치 배치 의무 합리화, 전력배출계수 현실화가 포함됐다. 건설업은 현장별 공정 변화에 따라 인력 이동 필요성이 크지만 기존 제도에서는 동일 사업주 소속이라도 다른 주소 현장 간 이동이 제한됐다. 정부는 건설업 특성을 고려해 외국인력 현장 이동이 가능하도록 고용허가제도 개선을 추진할 예정이다.
김재현 경총 규제개혁팀장은 "인공지능(AI), 로봇, 미래차 등 첨단산업은 기술 진보가 법·제도 정비 속도보다 빠르기 때문에 상용화 전 단계부터 규제를 과감히 해소하고 '선 허용, 후 규제' 원칙으로 미래산업 성장의 골든타임을 확보해야 한다"며 "향후 경총은 민관합동 규제합리화추진단과 협력해 기업이 체감할 수 있는 현장 밀착형 규제 합리화를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