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GM(제너럴모터스 한국사업장)이 국내 1차 협력사를 대상으로 생산 자동화 역량을 차기 부품 소싱 평가에 반영한다. 로봇과 AI(인공지능)를 활용한 생산체계를 공급사 선정의 핵심 기준으로 삼겠다는 것이다. 중국 업체들의 저가 공세로 글로벌 자동차업계 원가경쟁이 치열해지면서 협력사의 제조경쟁력과 비용절감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차원이다.
18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한국GM은 차기 차종의 부품 발주(소싱)부터 생산 자동화 역량을 주요 평가요소로 반영하겠다는 방침을 1차 협력사들에 전달한 것으로 확인됐다. 차기 부품 수주경쟁에서 자동화 수준이 새로운 평가 잣대로 떠오른 것이다. 한국GM이 협력사 선정기준으로 제조현장의 디지털전환을 전면에 내세운 것은 올해가 처음이다.
한국GM은 협력사의 생산 자동화 수준을 자체 지표인 '자동화 성숙도 지수'(Overall Automation Maturity Index·OAMI)로 평가해 AI를 적용한 공장인 레벨4 달성을 중장기 목표로 제시한 상황이다. 5단계 체계인 OAMI는 레벨3의 경우 로봇 등이 센서 등을 활용, 환경을 인식하고 작업하는 수준이고 레벨4는 AI를 접목해 상당수 공정을 자율적으로 운영하는 단계다.
한국GM은 현재 협력사들의 자동화 레벨이 일정 수준에 미달한다고 즉시 거래를 제한하기보다는 개선계획 제출 등을 통해 단계적인 고도화를 유도하는 방식을 강조한다. 자동화 수준이 목표치에 미달하더라도 이를 계약배제 사유로 일률 적용하지는 않지만 협력사들이 자동화 설비투자와 스마트팩토리 구축을 추진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준비시간을 부여한 셈이다.
한 자동차업계 관계자는 "다음 차종 개발과 소싱시점부터 적용하는 방안으로 들었기 때문에 실제 반영시점은 2027년 이후일 것"이라며 "차기 차종 소싱 과정에서는 자동화와 스마트팩토리 구축 준비가 잘 된 협력사가 상대적으로 유리한 평가를 받으니 자동화 투자를 미리 준비하라는 취지로 이해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또다른 업계 관계자는 "현재 상당수 협력사가 레벨3 수준에도 미치지 못하는 상황으로 GM이 목표로 제시한 레벨4 이상에 도달한 업체는 거의 없을 것"이라며 "결국 협력사들의 자동화 투자를 유도해 생산성을 높이고 원가를 절감하겠다는 의도겠지만 중소·중견 협력사들 입장에서는 투자 부담이 있다"고 말했다.
한국GM이 자동화 기술의 고도화를 요구하는 배경에는 글로벌 자동차 시장의 원가절감 경쟁이 자리한다. 중국 업체의 저가 공세, 중동전쟁에 따른 생산비 상승, 세계적인 자동차 수요 둔화세가 완성차업계 전반에 비용절감에 대한 압박요인으로 작용하고 그 대안으로 협력사 자동화가 부상한 것이다.
국내 협력사들은 생산공정의 원가혁신을 위해서는 로봇·AI 등을 활용한 자동화 투자에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수천만 원에서 수억 원에 이르는 설비도입 비용은 협력사들에 큰 부담으로 작용하기 때문이다. AI와 로봇을 활용한 스마트팩토리 구축에 나서는 부품업체들을 대상으로 저리 융자나 투자지원을 확대해 설비투자 부담을 줄여줘야 한다는 지적이다.
이항구 평택대 특임교수는 "당장 2027년, 2028년부터 새 발주를 넣을 수 있기 때문에 정부가 신·증설에 대한 지원보다는 AI와 로봇을 활용한 생산성을 높이는 효율화 투자를 빠르게 지원해 원가경쟁에 대응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