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이 춤추고 발차기 할 때 한국은 냉장고 '번쩍'...휴머노이드 전쟁

중국이 춤추고 발차기 할 때 한국은 냉장고 '번쩍'...휴머노이드 전쟁

유선일 기자
2026.06.19 06:15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Made in Korea가 만드는 글로벌 미래]2-②

[편집자주] 반도체·방산·조선·배터리·변압기까지, 한국 제조업이 글로벌 무대에서 경쟁력을 입증하고 있다. 선진국들이 특정 분야에 치우친 것과 달리, 한국은 첨단 기술 중심의 '풀 스펙트럼' 포트폴리오로 공급망 재편기에 다양한 산업의 핵심축으로 떠올랐다. 다만 중국의 추격과 대외 불확실성이라는 변수 앞에서 미래를 낙관할 수만은 없다. 세상을 움직이는 축으로 부상한 한국 제조업의 현황과 과제 등을 짚어본다.
[서울=뉴시스] 현대자동차는 다가오는 'FIFA 월드컵 2026™'의 공식 파트너로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축구 동작 학습을 통해 로보틱스 기술을 고도화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스쿨 오브 풋볼'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캠페인 론칭 영상에서 아틀라스가 축구에 매료되는 장면.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2026.05.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서울=뉴시스] 현대자동차는 다가오는 'FIFA 월드컵 2026™'의 공식 파트너로서 보스턴다이나믹스의 휴머노이드 로봇 '아틀라스'가 축구 동작 학습을 통해 로보틱스 기술을 고도화해 나가는 과정을 담은 '스쿨 오브 풋볼' 캠페인 영상을 공개했다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캠페인 론칭 영상에서 아틀라스가 축구에 매료되는 장면. (사진=현대자동차 제공) 2026.05.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사람을 대신해 힘들고 위험한 일을 하는 휴머노이드(인간형) 로봇의 개발은 인류의 오랜 염원이었지만 기술적 한계로 진전이 더뎠다. 최근들어 휴머노이드 로봇 상용화에 기대가 커진 것은 AI(인공지능)의 급속한 발전으로 '두뇌'를 채울 수 있게 됐기 때문이다. 자연스럽게 시장의 관심은 두뇌가 내린 명령을 실행할 '몸통'으로 옮겨갔고 이에 따라 '제조업 강국' 한국의 경쟁력이 부각됐다. 불과 10년 후 56조원 규모로 커질 것으로 예상되는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 선점을 위해 한국 정부도 지원에 팔을 걷어붙였다.

휴머노이드 경쟁력, 결국은 제조업

로봇은 이미 우리에게 익숙한 존재다. 가정에 로봇 청소기, 식당에 서빙 로봇이 돌아다니는 모습이 생소하지 않다. 각종 '로봇 팔'을 이용해 제품을 만드는 공장도 이미 무수히 많다. 그러나 이들 로봇은 통제된 환경에서 정해진 동작만 반복한다는 점에서 사람을 온전히 대신하는 존재로 보긴 어렵다. 이들은 산업용·서비스용 로봇 등으로 구분한다. 복잡하고 예측되지 않는 비정형 환경에서 스스로 판단해 움직이고, 사람에게 맞춰 설계된 공간에서 다양한 작업을 할 수 있어야 휴머노이드 로봇으로 볼 수 있다. 향후 휴머노이드 로봇은 기업 내 활용도가 특히 높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요건을 충족해야 비용 절감, 생산성 제고가 가능하다.

이른바 '챗GPT 모먼트'를 계기로 폭발적으로 발전한 AI 기술이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을 가능하게 했다. 특히 시각(Vision)으로 수집한 데이터를 언어(Language)로 이해해 행동(Action)으로 옮기는 VLA 기술 구현으로 휴머노이드 로봇의 '두뇌'를 완성할 수 있게 됐다. 그러나 뛰어난 명령을 내리는 두뇌가 있어도 이를 행동에 옮길 몸을 제대로 만들지 못하면 활용 가치를 높이기 어렵다.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서 성공하려면 결국 '제조 경쟁력'이 뒷받침돼야 하며, 향후 한국이 시장을 선도할 수 있을 것이란 기대가 나오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로봇을 사람처럼, 나아가 사람보다 효율적으로 움직이도록 하는 제조 기술은 구현이 쉽지 않다. 특히 쿵푸나 춤을 선보이는 로봇보다 공장에서 사람을 대신해 무거운 짐을 나르고 부품을 조립하는 '일하는 로봇'을 만드는 데 훨씬 높은 수준의 제조 기술이 필요한 것으로 평가된다. 실제로 로봇 전문가들은 중국 주요 업체의 제품보다 2028년 공장 실전 투입이 예정된 현대자동차그룹 로봇 계열사 보스턴다이나믹스의 '아틀라스'를 더 높게 평가한다. 보스턴다이나믹스는 최근 아틀라스가 23㎏의 냉장고를 들고 안정적으로 이동하는 영상을 공개하며 "강화학습과 전신 제어 기술의 발전을 보여주는 사례"라고 밝혔다.

주목받는 현대차·삼성…정부도 총력 지원

그동안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은 미국·중국이 주도하는 형국이었다. 그러나 현대차그룹이 올해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린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6'에서 아틀라스를 선보이며 한국은 단숨에 미국·중국의 강력한 라이벌로 떠올랐다. 현대차그룹은 2028년 아틀라스를 미국 자동차 제조 공장에 도입하는 한편 연 3만대 양산 체계를 갖추겠다고 밝혔다.

/그래픽=김다나 기자
/그래픽=김다나 기자

현대차그룹이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서 경쟁력을 확보할 수 있었던 배경으로 '제조 경쟁력'이 꼽힌다. 글로벌 3위 완성차 업체로서 다양한 형태의 자동차를 제조해온 현대차·기아의 기술과 경험, 나아가 현대모비스 등 그룹 주요 계열사의 부품 제조 역량이 자연스럽게 로봇 사업으로 연결됐다는 분석이다. 실제로 휴머노이드 로봇 제조 원가의 약 60%를 차지하는 핵심 부품 액추에이터(Actuator)를 현대모비스가 개발 중이다. 이 회사는 나아가 로봇의 '손' 역할을 하는 그리퍼(Gripper) 등으로 사업 분야를 넓혀갈 예정이다.

현대차그룹 외에도 삼성, 두산, LG 등이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역량을 모으고 있다. 대표적으로 삼성전자는 지난 2024년 말 로봇 전문기업 레인보우로보틱스의 최대주주 지위를 확보했다. 레인보우로보틱스는 국내 최초로 2족 보행 로봇 '휴보'를 개발한 카이스트 휴보 랩(Lab) 연구진이 2011년 설립한 기업이다. 삼성전자는 이와 함께 대표이사 직속 '미래로봇추진단'을 꾸리고 휴머노이드 로봇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공격적인 투자가 가능한 국내 주요 대기업이 휴머노이드 로봇 사업에 뛰어들고 있어 기대가 크다"며 "액추에이터나 그리퍼 외에도 배터리, 센서 등에서 한국 기업들이 세계적인 경쟁력을 갖고 있어 전망이 밝다"고 말했다.

정부도 지원을 강화하고 있다. 휴머노이드 로봇이 반도체와 마찬가지로 개별 기업이 아닌 '국가 간 경쟁'으로 확산할 만큼 중요 산업이 될 것이란 판단에서다. 정부는 2030년 휴머노이드 3대 강국 진입을 목표로 'AI 로봇 M.AX 얼라이언스'를 중심으로 기업 간 공동 개발, 기술 교류를 추진 중이다. 올해 '경제성장전략'에는 휴머노이드 개발 15대 프로젝트, 월드모델 기반의 AI 학습을 통한 전 분야 AI 로봇 확산 등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한국수출입은행은 '휴머노이드 로봇산업 동향 및 전망' 보고서에서 "휴머노이드는 상용화 초기 단계에 있어 한국 기업에도 기회가 있다"며 "기업이 자금 부족 등으로 사업화에 실패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정책금융 지원 확대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유선일 기자

산업1부에서 자동차, 항공, 물류 등 담당하고 있습니다. 대학에서 일본어, 대학원에서 국가정책학을 공부했습니다. 2022년 경제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 표창을 받았습니다. 제보는 [email protected]로 부탁드립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