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린 人사이트]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 전시회에서 만나다
④리차드 베이커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 APAC 에너지전환 무역 총괄

지정학적 리스크와 인플레이션이 글로벌 해상풍력 산업 전반을 여전히 압박하는 상황에서도 영국은 입찰 제도와 공급망 정책을 손질하며 시장의 속도를 다시 높이고 있다. 가격은 시장 현실에 맞게 조정하고, 부족한 공급망은 인센티브를 통해 자국 안으로 끌어들이는 방식이다.
지난 17일 여수 해상풍력 공급망 컨퍼런스 전시회에 참석한 리처드 베이커 스코틀랜드 국제개발청(SDI) 총괄과 크리스 헤이 주한영국대사관 서기관을 만나 영국의 경험과 과제를 들었다.
영국은 해상풍력 중심으로 재생에너지 비중을 빠르게 늘려 와 현재 전력의 약 63%를 무탄소 전원으로 생산한다. 2030년까지 무탄소 전력 비중 95%를 목표로 하는데, 이를 위해 약16기가와트(GW)인 해상풍력 설비규모를 2030년 27~29GW로 늘릴 계획이다. 중국 외 지역에서 가장 큰 해상풍력 시장이기도 하다.
영국의 해상풍력 핵심 지원 제도는 개발사에 일정 기간 고정 가격으로 전력 판매 수익을 보장하는 '차액결제계약(CfD)'이다. 전력 도매가격이 기준가격보다 낮으면 차액을 보전하고, 반대로 도매가격이 높으면 개발사가 차액을 돌려주는 방식이다. 개발사업자에게 장기적인 수익 확실성을 제공하는 동시에, 가격을 낮추는 효과를 현실화했다. 2014년 도입 이후 다른 국가들의 입찰에도 참조돼 왔다.
그러나 최근 글로벌 인플레이션 속에서는 제도의 한계도 드러났다. 대표적인 사례가 2023년 제5차 배정 라운드(AR5)다. 당시 영국 정부가 제시한 고정식 해상풍력 상한가격은 메가와트시(MWh)당 44파운드(약 89원/kWh)였다. 그러나 이 가격은 치솟은 원자재 가격과 금리, 건설 비용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했다.
결국 대형 개발사들이 입찰을 외면하면서 고정식 해상풍력 낙찰 물량이 '0'이 되는 사태가 벌어졌다. 베이커 책임은 "당시 정부가 책정한 가격이 실제 공급망 비용과 맞지 않았다"며 "입찰이 무산되자 영국 정부는 가격을 현실화해 시장 가격과의 격차를 메웠다"고 했다.
영국 정부는 이듬해 AR6에서 고정식 해상풍력 행정상한가격을 대폭 높인데 이어 AR7에서는 계약 기간을 15년에서 20년으로 연장해 개발사의 수익 예측 가능성을 높였다. 또 고정식 해상풍력 예산을 당초 9억파운드에서 17억9000만파운드로 2배 가까이 늘렸다. 그 결과 올해 초 발표된 AR7은 고정식과 부유식을 합쳐 약 8.4GW의 해상풍력 물량을 확보하며 역대 유럽 최대 입찰규모라는 성과를 냈다.

영국 해상풍력의 또다른 핵심 전략 중 하나는 공급망의 현지화 유도다. 일부 국가가 추진했던 로컬 콘텐츠 규제 보다 투자 시 인센티브를 제공한다는 측면에서 방점이 다르다. 경쟁력 있는 해외 기업이 영국 내 투자해 현지 공급망의 일부가 되도록 유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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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를 뒷받침하는 제도가 AR7부터 본격 적용된 '클린 인더스트리 보너스(CIB)'다. CIB는 해상풍력 개발사가 영국 내 저탄소 제조와 공급망 투자에 기여할 경우 추가적인 CfD 수익 지원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된 인센티브다. 단순히 낮은 입찰가만 경쟁하는 구조에서 벗어나, 공급망 투자와 산업 기반 구축을 함께 평가하겠다는 의미다.
영국 정부는 CIB 예산을 초기 2억파운드에서 5억4400만파운드로 확대했다. AR7에서 진행된 첫 CIB 라운드에서는 약 2억400만파운드의 공공투자가 최대 34억파운드 규모의 민간 투자를 유도할 것으로 기대된다고 밝혔다. 항만과 제조시설, 저탄소 공급망에 대한 투자를 해상풍력 경매 제도와 직접 연결한 셈이다.
여기에 영국은 '그레이트 브리티시 에너지(GBE) 공급망 펀드'도 가동하고 있다. 해상풍력과 전력망 분야의 병목 부품을 대상으로 영국 내 제조시설을 신설하거나 확장하는 기업에 최대 3억파운드 규모의 자본보조금을 제공하는 제도다. 해외 기업이라도 영국에 법인을 두고 현지 제조 역량을 확충하는 방식이라면 지원 대상이 될 수 있다.
헤이 서기관은 "한국 기업이 현지 거점을 만들고 개발사·1차 협력사와 조기에 관계를 구축하면, 개별 프로젝트 수주를 넘어 영국과 유럽 해상풍력 시장으로 확장할 수 있는 발판을 마련할 수 있다"고 했다.

영국은 특히 한국과 부유식 해상풍력에서 양측에 '윈윈'하는 협력 구조를 만들 수 있다고 본다. 부유식은 고정식 보다 깊은 바다에 설치할 수 있어 향후 해상풍력 시장의 새로운 성장 축으로 꼽힌다.
스코틀랜드에만 현재 약 40GW 규모의 해상풍력 파이프라인이 있으며, 이 중 23GW 이상이 부유식 해상풍력이다. 특히 스코틀랜드 애버딘 인근 해상에서 운영 중인 킨카딘 부유식 해상풍력 단지는 48MW 규모의 전력망 연계 프로젝트로, 부유식 해상풍력 상용화 가능성을 보여준 대표 사례로 꼽힌다.
베이커 총괄은 한국을 "스코틀랜드의 해상풍력 역량을 매우 잘 보완하는 전략적 파트너"라고 가했다. 스코틀랜드가 해상 프로젝트 경험, 부유식 해상풍력 리더십, 해저 엔지니어링, 해상 운영, 설계, 운영·유지보수에 강점을 갖고 있다면, 한국은 조선, 철강, 대형 제작, 전기기기, 대규모 산업 실행 능력을 보유하고 있다는 설명이다.
베이커 총괄은 "전 세계적으로 부유식 프로젝트는 비용과 기술적 난제라는 중요한 시험대에 올라 있으며 이럴 때일수록 글로벌 협력이 필요하다"며 "부유식 해상 엔지니어링 경험이 풍부한 스코틀랜드와, 세계 최고 수준의 중공업·제조 역량을 가진 한국이 손을 잡는다면 글로벌 해상풍력 시장을 함께 선도할 수 있다"고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