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머노이드(인간형)로 대표되는 첨단 로봇 시장을 선점하기 위한 글로벌 패권전쟁이 본격화되고 있다. 미국은 소프트웨어, 중국은 가격 경쟁력을 무기로 한발 앞서 나갔고 '제조업 강국' 한국과 일본이 뒤를 바짝 쫓고 있다. 기술과 자본, 제조 역량이 총동원된 글로벌 경쟁에서 누가 최종 승자가 될지 세계의 이목이 집중된다.
휴머노이드 로봇은 주변 상황을 인식해 스스로 판단·대응한다는 점에서 명령에 따라 반복적인 업무만 하는 산업용·서비스용 로봇과 차별화된다. 산업용 로봇이 사람을 '보조'하는 수준이라면 휴머노이드 로봇은 '대체' 가능하다.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경제 성장 둔화 완화, 기존 산업의 혁신을 가능하게 할 대안으로 주목받는 이유다. 골드만삭스는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이 2025년 15억달러(약 2조3000억원)에서 2035년 378억달러(약 58조1000억원)로 연평균 38% 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시장에 먼저 진입한 국가는 미국과 중국이다. 구글·메타·엔비디아 등 세계적인 AI(인공지능) 기업 중심의 소프트웨어 경쟁력과 테슬라 등 혁신 기업의 과감한 도전이 미국을 피지컬 AI 강국 반열에 올렸다. 글로벌 최고의 인재·자본이 모이는 실리콘밸리, 혁신을 장려하는 미국 정부의 정책 기조도 이를 뒷받침했다. 중국은 정부 주도로 민관이 총력전을 펼치고 있다. 중국 수도 베이징이 청사진을 그리면 상하이라는 '실험실'이 각종 기술을 녹여내고, 이를 바탕으로 선전이 실제 제품을 만들어 내고 있다. 이 같은 체계적인 분업 구조가 '저가 고품질'의 휴머노이드 로봇 제작을 가능하게 하는 원동력이 되고 있는 것이다.
이미 한국도 도전장을 내밀었다. 제조업 부문의 높은 기술력과 폭넓은 산업 생태계가 강점으로 꼽힌다. 이를 기반으로 현대자동차그룹과 삼성그룹 등 주요 대기업이 대규모 자금 투입에 나섰다. 특히 관련 시장에서는 현대차그룹이 올해 초 세계 최대 IT(정보기술)·가전 박람회 'CES 2026'에서 공개한 아틀라스(Atlas)가 휴머노이드 로봇이 지향해야 할 '기술적 방향성'을 제시했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경철 KAIST 기계공학과 교수(엔젤로보틱스 이사회 의장 겸 미래기술원장)는 "종전까지 휴머노이드 로봇은 사람과 똑같이 움직여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다"며 "각종 관절이 360도 회전하는 아틀라스는 '사람이 못하는 동작, 더 효율적인 움직임이 가능해야 진정한 로봇'이란 메시지를 던졌다"고 강조했다.
전통적인 제조업 강국 일본도 기회를 엿보고 있다. 급속한 저출산·고령화에 따른 저성장 위기감 고조가 휴머노이드 로봇 도입을 촉진하고 있어서다. 실제로 토요타가 캐나다 공장에 미국 어질리티로보틱스의 휴머노이드 로봇을 도입하는 등 실전 활용에도 속도를 내고 있다.
전문가들은 글로벌 휴머노이드 로봇 시장에 아직 절대적인 강자는 없다고 보는 분위기다. 한국이 패권을 잡으려면 적극적인 정책 지원과 과감한 규제 완화, 하드웨어·소프트웨어 전 영역을 아우르는 대중소 협력 생태계 구축이 필수라는 분석이 나온다. 김필수 대림대 미래자동차공학부 교수는 "미국·중국과 비교해 한국은 휴머노이드 로봇을 포함해 피지컬 AI 기업의 '층'이 두껍지 않아 보완이 필요하다"며 "정부는 '기업하기 좋은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더 노력해야 할 것"이라고 제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