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스닥 가는 SK하이닉스, 도약과 리스크 동시에

김아영 기자
2026.06.25 16:30

AI 투자자금 45조 조달 본격화..글로벌 투자자 기반 확대-미국 자본시장 직접 진입 효과
SEC 공시·내부통제 확대는 '부담'…규제 대응 과제도

경기 이천 SK하이닉스 본사 모습. /사진=뉴스1 /사진=(이천=뉴스1) 김민지 기자 /사진=(이천=뉴스1) 김민지 기자

SK하이닉스가 국내 대형주 최초로 사실상 나스닥에 상장한다. 인공지능(AI) 반도체 투자 확대에 필요한 자금을 미국 자본시장에서 직접 조달하기 위한 행보지만 양면의 칼날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글로벌 투자자 기반을 넓히고 추가 자금 조달 창구를 확보할 수 있다는 점은 긍정적 요인으로 꼽힌다. 다만 미국 자본시장이 요구하는 공시·규제 체계와 집단소송 위험이 새로운 부담으로 지목된다.

25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SK하이닉스는 다음 달 10일 나스닥 글로벌 셀렉트 마켓에 ADR(미국주식예탁증서)을 상장한다. 국내 시가총액 상위 기업 가운데 나스닥에 직접 상장하는 것은 SK하이닉스가 처음이다. 이번 상장은 제3자배정 유상증자를 통해 신주 1779만주를 발행한 뒤 ADR을 상장하는 방식으로 진행된다. 예상 조달 규모는 약 45조원이다.

특히 구주매출이 아닌 신주발행을 택한 점은 이번 상장의 목적이 단순한 해외 투자자 확보에 있지 않다는 점 보여준다. 기존 주주 지분을 매각하는 구주매출과 달리 신주발행은 조달 자금이 회사로 직접 유입되기 때문이다. 해당 자금은 용인 반도체 클러스터 1기 팹과 청주 P&T7 어드밴스드 패키징 팹, EUV(극자외선) 노광 장비와 같은 기계장치 확보 등에 투입될 예정이다. AI 반도체 경쟁이 기술력뿐 아니라 생산능력 확보 경쟁으로 확산하는 상황에서 미국 자본시장을 투자 재원 조달 창구로 활용하겠다는 전략이다.

실제 나스닥 입성을 통해 얻는 실익도 적지 않다. 미국과 유럽 기관투자자들이 직접 투자할 수 있어 투자자 저변이 확대된다. 엔비디아를 비롯한 글로벌 AI 반도체 기업들이 포진한 시장에서 HBM(고대역폭메모리) 시장 선두 기업으로서 존재감을 높일 수 있다는 점도 의미가 크다. AI 메모리 대표주 이미지를 강화하는 동시에 향후 추가 자금 조달 창구를 확보하기에도 용이하다.

업계에서는 이번 상장이 단기 자금 조달을 넘어 글로벌 상장사 체제로의 전환이라는 의미도 있다고 본다. 미국 투자자와 직접 소통하고 다양한 자본시장 활용 수단을 확보할 수 있어서다.

하지만 나스닥 상장은 혜택만큼 부담도 동반한다. 미국 자본시장이 요구하는 규제 체계도 수용해야하기 때문이다. SK하이닉스는 상장 이후 국내 공시에 더해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 공시 의무도 이행해야 한다. 여기에 미국 자본시장이 요구하는 내부통제 체계 구축과 운영 부담도 커질 전망이다. 국내 공시 의무에 더해 미국 기준 규제까지 지켜야 하는 구조다. 이 경우 회계·법무·IR(기업설명) 조직 확대는 물론 상장 유지 비용 증가도 불가피하다.

법적 리스크도 커진다. 미국 연방 증권법 적용을 받으면서 공시나 투자자 보호와 관련한 집단소송 위험에 노출된다. 미국은 증거개시 절차와 손해배상 규모가 한국보다 훨씬 광범위해 기업 부담이 크다. 투자자 권리문제도 변수다. 향후 주주배정 유상증자가 이뤄질 경우 국내 주주는 신주인수권을 행사할 수 있지만 ADR 투자자는 미국 증권법상 절차에 따라 권리 행사 방식이 달라질 수 있다. 글로벌 투자자 유치를 통해 자본 조달 창구를 넓히는 대신 국내 주주와 ADR 투자자 간 권리 차이라는 새로운 과제도 안게 된 셈이다.

업계 관계자는 "SK하이닉스의 나스닥 상장은 단순한 해외 상장이 아니라 AI 투자 경쟁에 필요한 자금을 글로벌 시장에서 직접 조달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며 "다만 미국 투자자들이 요구하는 공시와 내부통제, 주주권 기준까지 충족해야 하는 만큼 상장의 성패는 상장 이후에 판가름 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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