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가 올해 2분기에 89조4000억원의 영업이익을 내며 전 세계에서 가장 돈을 많이 버는 기업에 이름을 올렸다. AI(인공지능) 인프라 투자 확대에 따른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수요 급증이 만든 결과다. 불과 1년 전만 해도 상상하기 어려웠던 실적이다. 이런 호황 속에서 광주 반도체 클러스터도 서둘러 조성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온다.
하지만 지금이야말로 가장 냉정해야 할 시기다. 반도체는 이익의 정점이 높을수록 하락의 골도 깊은 산업이다. 물론 이번 AI 사이클은 과거와 다르다. 주요 빅테크들은 AI 메모리를 장기공급계약으로 확보하려 하고, 일부는 안정적인 공급을 위해 생산설비 투자까지 지원할 의사를 보인다. 메모리 업체들이 중장기 수요를 이전보다 예측하기 쉬워졌다는 의미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광주 클러스터를 포함한 대규모 투자 계획을 내놓은 배경이다.
이미 기업들은 증설에 적극 나서고 있다. 삼성전자는 평택 P5 팹 2개를 건설 중이고, SK하이닉스는 내년 2월 용인 반도체클러스터 1기 팹의 첫 클린룸 오픈을 계획 중이다. 3~4년 후면 D램 생산능력이 2배 가까이 늘어난다. 양사의 용인과 기존 반도체 단지 투자 규모만 총 2250조원이다. 광주 클러스터는 그 이후를 대비하는 장기 전략에 가깝다는게 업계의 시각이다.
무엇보다 기업도 시장을 낙관만 하지는 않는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생산시설이 확충되는 시점의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수급을 정확히 예측하기 어렵다', '투자 계획은 시장 상황과 경영 환경 변화에 따라 조정될 수 있다'고 공시했다. 반도체 경기 침체로 클린룸 공사를 중단한 사례가 불과 3년 전에 나왔다. 투자가 단계적으로 이뤄지는 이유다.
정부 역시 이런 산업의 특성을 고려해야 한다. 광주 클러스터의 성공은 착공 시점을 몇 달 앞당기는데 있지 않다. 안정적인 전력망과 용수, 교통망, 인력 공급 체계를 먼저 갖춰야 한다. 중요한 것은 수십년 동안 공장을 안정적으로 운영할 수 있는 기반 마련이다. 삼성전자의 실적은 새 시대의 시작을 보여준다. 장기적 시각과 긴 호흡이 필요하다. 기업들이 시장 상황에 맞춰 투자의 속도를 유연하게 조절하듯, 정부도 속도전보다 흔들리지 않는 인프라와 정책 기반을 먼저 만들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