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 해상풍력 세웠더니 육지가 '들썩'…섬마을에 무슨 일이[르포]

신안·목포(전남광주)=권다희 기자
2026.07.18 07:59

[스마트에너지리포트]왜 호남인가: 지산지소의 경제학
⑤유동인구·고용 낳는 해상풍력

[편집자주] 기후변화 대응를 비롯해 에너지안보와 인공지능(AI) 고도화 등 다양한 변수가 에너지 생산·이용·소비의 모든 과정을 급속도로 변화시키고 있다. 머니투데이가 이같은 변화가 지속가능하게 이뤄지려면 무엇이 필요할지 다양한 주제를 통해 제시해본다.

지난 14일 전남1 해상풍력단지 정비에 쓰이는 CTV(왼쪽 선박)가 신안군 암태면 생낌항에 정박해 있다/사진=권다희 기자

지난 14일 전남광주통합특별시 신안군 암태면 생낌항. 어선들이 드나드는 작은 항구 한쪽에 흰색 작업선 한 척이 묶여 있다. 바다 위 풍력발전기로 정비인력을 실어 나르는 승무원수송선(CTV)이다.

어선 옆 해상풍력 정비 선박

이 선박은 생낌항에서 배로 약 45~50분이 걸리는 신안군 자은도 북서쪽 해상의 전남해상풍력1단지(전남1) 운영·정비(O&M)를 담당한다. 항구에서 500m 남짓 떨어진 곳에 있는 전남1 O&M 센터가 이 작업을 담당하는 거점이다 .

전남1은 SK이노베이션E&S와 덴마크 재생에너지 투자·개발사 코펜하겐인프라스트럭처파트너스(CIP)가 조성한 96메가와트(MW) 규모 해상풍력단지다. 지난해 5월 상업운전을 시작한 풍력발전기 10기가 설치돼 있다. 1년 여 간 사고 없이 가동된 비결이 이 O&M 센터다.

발전기는 바다에 있지만 운영의 거점은 육지의 O&M센터다. 센터 2층 관제실에서는 이 풍력발전기들의 운전 상태를 실시간으로 확인한다. 정비에 필요한 부품과 장비를 보관하는 창고도 이 센터에 있다.

정비는 정해진 일정에 따라 설비를 점검하는 계획정비와 갑작스러운 고장에 대응하는 비계획정비로 나뉜다. 바람이 강한 겨울철을 피해 상대적으로 풍속이 낮은 시기에 계획정비를 집중적으로 진행한다.

정안제 전남해상풍력 O&M 부사장은 "해상에서는 날씨와 파도, 조류에 따라 배가 발전기에 접근할 수 있는지가 달라진다"며 "이상 발생 시 필요한 인력과 부품, 선박을 준비하고 안전하게 작업할 수 있도록 일정을 조정하는 것이 O&M센터의 주요 역할"이라고 말했다.

전남1 O&M 센터 전경, 전남해상풍력주식회사(JOWP) / 사진=권다희 기자

30명이 만든 섬 마을의 '상시 수요'

해상풍력이 들어온 뒤 생낌항과 암태면 일대에 생긴 가장 눈에 띄는 변화는 오가는 사람의 증가다. 현재 O&M센터에는 전남해상풍력과 설비 운영사, 풍력발전기 제작사 등의 직원 약 30명이 상주한다.

이들은 대부분 암태면과 인근 지역 식당에서 끼니를 해결한다. 계획정비나 고장 수리 때에는 외부 협력업체 기술자들이 추가로 들어온다. O&M 과정에 필요한 크고 작은 협력업체 수도 약 17곳이다.

국내에서 실제 가동 중인 대규모 민간 해상풍력단지가 드문 만큼 정부와 지자체, 기업, 연구기관 관계자들의 방문도 이어진다. 센터를 찾은 사람들은 지리적 여건상 인근 식당과 숙박시설을 이용할 수밖에 없다.

지난 7월13일 목포신항, 전라남도 영광군 안마도·송이도 인근 해역에 조성되고 있는 낙월해상풍력단지에 쓰일 타워가 놓여 있다. 앞서 건설된 전남1도 이 항만을 해상풍력 단지를 짓기 위한 배후항만으로 이용했다./사진=권다희 기자

건설 기간에는 유동인구를 낳는 파급효과가 더 뚜렷했다. 차로 약 40분 거리의 목포신항에 풍력 터빈 블레이드, 타워 등 기자재를 보관하면서 조립과 설치를 맡은 국내외 인력이 목포신항 부근에 장기간 머물렀다. 건설기간 참여한 협력업체만 약 50곳이다.

대규모 제조공장처럼 수백 명을 한꺼번에 채용하는 사업은 아니지만, O&M 인력은 발전소가 가동되는 수십 년 동안 지역에 머문다는 점에서 지역 경제에 지속적인 영향을 미친다. 매일 식당을 찾고 외부 기술자가 들어올 때마다 숙박과 교통 수요를 만든다.

전남1 해상풍력단지. 전라남도 신안군 자은도 북서쪽 공유수면 해상에 발전기 10기가 설치돼 있다. /사진제공=SK이노베이션E&S
96MW에서 900MW로…늘어날 배와 사람

전남1은 신안 앞바다에서 추진되는 해상풍력 사업의 출발점에 가깝다. 1단지에 이어 각각 399MW 규모의 전남2·3단 개발이 2031년 상업운전을 목표로 진행 중이다. 세 단지가 모두 가동되면 전체 규모는 약 900MW로 늘어난다.

단지 규모가 커지면 이를 관리할 배와 인력도 늘어날 수밖에 없다. 현재 전남1은 CTV 1척으로 10기의 풍력발전기를 관리한다. 400~800MW급 단지는 CTV와 점검선 등 최소 3척 이상의 작업선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발전기 수가 늘면 정기점검과 고장 대응을 담당하는 기술자뿐 아니라 선박 운항, 부품 공급, 해저케이블과 변전설비 점검 수요도 함께 증가한다. 정 부사장은 "설비용량과 고용, 경제적 파급효과가 정확히 같은 비율로 늘어나는 것은 아니지만 발전기를 직접 관리하는 정비 인력은 발전기 수에 따라 증가하게 된다"고 말했다.

해상풍력 사업(발전사업허가 취득 기준) 지역별 설비용량 및 점유율/그래픽=김지영(사진출처=SK이노베이션E&S)

전남1·2·3도 이 지역에서 추진되고 있는 해상풍력 사업 전체와 비교하면 일부다. 신안을 포함해 전남광주 서남해 바다에 발전사업허가를 받은 해상풍력 사업은 21기가와트(GW) 이상이다.

지난 5월 기후에너지환경부가 발표한 '제1차 재생에너지 기본계획'에 따르면, 이 중 정부가 2033년경까지 개발하겠다고 밝힌 전남광주지역 해상풍력 집적화단지 규모가 7.3GW다. 이 계획이 현실화하면 인근에 발생할 경제적 환류효과는 급속히 커질 수 있다.

원래 어항으로 조성됐던 생낌항. 어선과 함께 현재 전남1 정비를 위한 선박도 이 항구를 사용하고 있다/사진=권다희 기자

다른 발전원 보다 큰 해상풍력의 고용 효과

특히 주목되는 부분은 해상풍력 발전이 만드는 일자리다. 해상풍력은 바다에서 작업해야 해 전문교육과 자격을 요구한다. 국내에는 대규모 해상풍력 운영 경험을 보유한 인력이 많지 않다. 예정된 해상풍력 사업들이 실제 착공·준공 단계로 넘어가면 인력 수요를 채우기 어려워질 가능성이 크다.

초기에 '인력난'이 있을 수 있지만, 다시 말해 이는 이 지역을 중심으로 새로운 일자리가 늘어날 수 있다는 의미이기도 하다. 올해 마이스터고로 지정 된 목포공업고 등 지역 교육기관이 잠재적 인력 수요에 대비해 관련 교육 준비에 나선 배경이다.

풍력발전의 고용 유발효과는 이미 영국과 덴마크 등 풍력발전을 앞서 도입한 국가에서 현실화했다. 국내 한 연구*에서도 풍력의 취업유발계수는 8.7명으로 태양광7.7명, 원자력 5.5명, 가스복합화력 2.1명, 석탄화력 1.3명 보다 컸다.

풍력산업에서 10억원의 최종 수요가 발생할 때 직접 고용과 기자재 제조와 건설, 운송, 정비, 서비스 등 전후방 산업을 합쳐 약 8.7명의 취업이 유발된다는 의미다. 금속구조물, 케이블, 전기설비, 선박, 설치·정비 서비스 등 여러 산업이 결합하는 풍력 사업의 특성이 광범위한 고용을 낳으며 다른 발전원 보다 더 많은 일자리를 만든다.

최정철 국립목포대학교 기계조선해양공학부 교수는 "같은 1MW 규모의 발전설비를 짓더라도 풍력은 화력발전보다 투자비가 더 많이 든다"며 "따라서 발전설비 규모를 기준으로 환산하면 풍력이 만들어 내는 취업 유발효과는 화력발전에 비해 더 크게 벌어진다"고 설명했다.

*양민영·김진수(2023), 「10차 전력수급기본계획에 따른 발전원별 경제적 파급효과 분석」, 『에너지경제연구』 22권 1호, 135~158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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