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아 노동조합이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임단협) 교섭과 관련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92.5%의 찬성률로 가결했다. 현대자동차 노조가 3차 부분파업을 예고한 데 이어 기아도 파업 수순에 나서면서 현대차그룹 전반의 자동차 생산 차질 피해가 확산이 우려된다.
24일 노조와 업계 등에 따르면 전국금속노동조합 기아자동차지부는 전날 오전 11시부터 오후 8시까지 전 조합원을 대상으로 쟁의행위 찬반투표를 진행했다. 찬반투표에는 전체 조합원 2만4695명 가운데 2만1909명이 참여했다. 투표율은 88.72%로 재적 조합원 대비 찬성률은 82%, 투표자 대비 찬성률은 92.5%에 달했다.
이에 따라 중앙노동위원회가 오는 27일 조정 중지 결정을 내리면 노조는 파업을 포함한 합법적인 쟁의행위에 나설 수 있게 된다. 기아 노조가 현대차 노조처럼 파업에 나서게 되면 '5년 연속 무분규' 기록도 깨지게 된다.
노조 관계자는 "노조는 공정한 성과 분배, 65세 정년연장, 노동시간 단축, 타임오프제 철폐, 공장 내 신사업 전개와 신규인원 채용 등 조합원의 소중한 요구와 쟁취를 위해 더 가열한 투쟁을 전개해 승리를 위해 총력을 다할 것"이라고 말했다.
노조는 향후 중앙쟁의대책위원회 회의를 열어 파업 여부와 구체적인 일정, 수위를 결정할 예정이다. 다만 이 과정에서 회사가 제시안을 내놓고 교섭이 재개되면 파업 없이 잠정합의에 이를 가능성도 남아 있다.
기아 노사는 올해 수차례 본교섭과 실무교섭을 진행했지만 핵심 요구안을 둘러싼 견해차를 좁히지 못했다. 노조는 회사가 임금과 성과급을 포함한 일괄 제시안을 내놓지 않자 더 이상의 교섭이 무의미하다며 결렬을 선언했다. 지난 20일 임시대의원대회에서는 쟁의 발생을 만장일치로 결의했다.
노조는 올해 임단협에서 호봉승급분을 제외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영업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정년 65세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도입에 대응한 고용안정 대책을 마련하고 미래차와 후속 차종을 국내 공장에 우선 배치하라는 요구도 제시했다.
한편 현대차 노조는 전날 중앙쟁의대책위원회(쟁대위) 4차 회의를 열고 오는 29일부터 31일까지 사흘간 주간조와 야간조가 각각 4시간씩 3차 부분파업을 벌이기로 결정했다. 이번 3차 파업은 지난 20일부터 22일까지 진행한 2차 부분파업과 같은 수위다. 노조는 지난 13일부터 15일까지 주간조와 야간조가 각각 2시간씩 참여한 1차 파업을 시작으로 20일부터 22일까지 조별 4시간씩 2차 파업을 벌였다. 이번 일정까지 마치면 올해 부분파업 일수는 총 9일로 늘어난다.
노조는 올해 임금 및 단체협약 교섭에서 기본급 14만9600원 인상과 전년도 순이익의 30% 성과급 지급, 상여금 800% 적용, 국민연금 수령 시기와 연계한 정년 연장 등을 요구하고 있다. 인공지능(AI)과 로봇 도입에 따른 고용안정 대책과 완전 월급제 도입도 요구안에 포함됐다. 회사는 지난 8일 열린 15차 교섭에서 기본급 8만9000원 인상과 성과금 350%+1000만원, 주식 15주 지급 등을 제시했다. 노조는 조합원이 납득할 만한 추가 제시가 필요하다며 이를 받아들이지 않았고 이후 사측이 추가 제시안을 내놓지 않으면서 노사 교섭은 2주 넘게 중단된 상태다.
업계에서는 최근 2주간 진행된 두 차례 부분파업으로 현대차 생산라인 가동이 36시간가량 중단되면서 약 1만5800대, 6730억원 규모의 생산 차질이 발생한 것으로 보고 있다. 3차 부분파업이 예정대로 진행되면 피해 규모는 단순 계산으로 총 1조1200억원까지 늘어날 것으로 예상된다. 향후 기아까지 파업이 현실화할 경우 현대차그룹 전반의 생산 차질 규모는 수조원 규모로 커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