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500억달러 '마스가' 본격 시동...K조선, 미 군함 시장까지 정조준

김도균 기자
2026.07.26 09:33
한미 조선협력센터/그래픽=이지혜

미국 조선업 재건 프로젝트인 '마스가(MASGA)'가 본궤도에 오르면서 국내 조선 3사(HD현대·한화오션·삼성중공업)의 현지 공략도 속도를 내고 있다. 한미 조선협력센터 출범을 계기로 설계와 생산, 인력 양성, 스마트 조선소 구축 등 미국 기업과 협력 범위를 전방위로 확대하는 모습이다.

24일 조선 업계에 따르면 조선 3사 경영진은 23일(현지시간) 미국 워싱턴 D.C.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 참석하며 본격적인 협력 강화에 나섰다. 센터 설립은 지난 5월 산업통상자원부와 미국 상무부가 체결한 '한미 조선 파트너십 이니셔티브' 업무협약의 후속 사업이다. 센터는 미국 조선업계와 네트워크 구축, 정책 동향 분석, 기업 간 협력, 현지 조선소 생산성 향상, 인력 양성 등을 지원하는 거점 역할을 맡는다.

1500억 달러 규모로 제시된 '마스가' 프로젝트의 제도적 기반이 마련되면서 국내 조선사의 현지 진출에도 속도가 붙을 전망이다. 국내 조선사 가운데 유일하게 미국 현지 조선소인 한화필리조선소를 보유한 한화오션은 최근 '해상 미사일 시험 계측선(MRIV)'을 수주하며 미국 안보 자산 건조에 실제 진출했다. MRIV는 미사일 비행시험 과정에서 궤적 추적과 원격측정 자료 수집, 통신, 시험 결과 분석 등을 수행하는 선박으로 미국의 차세대 미사일 방어체계인 '골든돔' 구축의 핵심 지원 자산으로 꼽힌다.

한화필리조선소 전경./사진제공=한화

여기에 한화오션은 이번 센터 개소와 함께 미국 함정 설계 전문기업 '레이도스 깁스 앤 콕스'와 글로벌 전략수송함 공동 설계에도 나서며 특수선 협력 범위를 넓혔다. 이 회사는 제2차 세계대전 이후 미국 해군 수상함의 70% 이상을 설계한 기업이다.

조선소를 직접 보유한 한화오션과 달리 HD현대는 현지 파트너십 구축을 통해 선박 건조를 모색한다. HD현대는 최근 미국 최대 EPC(설계·조달·시공) 기업 키윗과 전략적 파트너십을 체결하고 미국 현지 선박 공동 건조와 블록·모듈 생산 협력을 추진하기로 했다. 향후에는 부유식 데이터센터(FDC) 분야까지 협력을 확대할 계획이다. 지난해에는 헌팅턴잉걸스, 에디슨 슈에스트 오프쇼어(ECO)와도 각각 선박 건조 협력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HD현대는 미국 측과 조선업 경쟁력 강화에도 공을 들인다. 글로벌 엔지니어링 기업 지멘스와 AI 기반 미래형 조선소인 '차세대 마린 플랫폼' 도입에 협력하기로 한 게 그 일환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이를 바탕으로 설계부터 생산, 물류, 검사, 시운전까지 선박 건조 전 공정이 디지털 환경에서 연결되는 자율 제조 체계를 구축할 계획이다. HD한국조선해양은 2024년부터 미국 미시간대, 서울대와 손잡고 미국 조선산업 인력 양성도 실시하고 있다.

HD현대와 헌팅턴 잉걸스는 지난해 10월 ‘APEC 2025’가 열린 경북 경주의 라한셀렉트 호텔에서 주원호 HD현대중공업 특수선사업부 사장과 에릭 츄닝 헌팅턴 잉걸스 전략 개발 총괄 부사장(사진 왼쪽에서 세번째와 네번째)이 참석한 가운데 ‘상선 및 군함 건조 협력에 관한 합의 각서(MOA)’를 체결했다./사진제공=HD현대

삼성중공업은 상선, 군함 MRO(유지·보수·정비)를 시작으로 미국 기업과 협력 범위를 넓히는 양상이다. 삼성중공업은 지난해 12월 미국 콘래드조선소와 LNG(액화천연가스) 벙커링 선박 공동 건조 협력에 나섰으며 양사가 개발 중인 1만2000㎥급 LNG 벙커링 선박은 최근 미국선급협회(ABS)로부터 기본설계인증(AiP)을 획득했다. 이와 함께 스타트업 사로닉 테크놀러지스와는 무인수상정 자율운항·AI 디지털 솔루션을, 비거마린그룹과는 함정 MRO 분야 협력을 추진하는 등 협력 분야를 다변화하고 있다.

국내 조선업계의 궁극적인 목표는 미국 군함 건조 시장 진출이다. 미국 국방부와 해군이 이달 초 각각 전투함과 급유함 사업과 관련한 정보요청(RFI)을 발송한 것은 그 가능성을 가늠하는 긍정적인 신호로 받아들여진다. RFI는 정부가 사업 추진에 앞서 가격과 납기, 공급 능력 등 시장 정보를 파악하기 위해 진행하는 사전 절차다. 다만 미국 군함의 자국 건조를 원칙으로 하는 번스-톨레프슨법 등 관련 규정이 유지되고 있는 만큼 국내 조선사의 전투함 직접 수주는 여전히 제도적 장벽이 남아 있다. 업계 관계자는 "미국 전투함 건조 시장 진출은 관련 법 개정 여부가 핵심 변수인 만큼 중장기적인 관점에서 접근하고 있다"고 말했다.

김정관 산업통상부 장관이 23일(현지 시간) 미국 워싱턴 D.C. 메이프라워호텔에서 열린 '한-미 조선협력센터 개소식'에 참석해 강경화 주미한국대사, 하워드 러트닉 미 상무부 장관 등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사진=뉴시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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