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전기차 100만대 어디로…현대차·기아 가격경쟁 거세지나

임찬영 기자
2026.08.02 06:00
지난 1월 20일(현지 시간)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주 사라테의 사라테 터미널에서 하역한 중국산 BYD 하이브리드 및 전기차들이 주차돼 있다. 2026.01.21. /사진=민경찬

중국에서 수출된 뒤 수입국의 판매 통계에 아직 잡히지 않은 전기차가 100만대를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중국 전기차 업체들이 내수 부진 속에 수출을 크게 늘리면서 수출량과 해외 판매량의 격차가 확대된 것이다. 이 가운데 실제 재고로 남은 물량이 할인 판매로 이어질 경우 현대차·기아도 가격 경쟁에 대응하고 수익성을 방어해야 하는 부담이 커질 수 있다는 분석이 나온다.

국제에너지기구(IEA)가 지난달 30일 발표한 '불확실성 시대의 전기차 시장' 보고서에 따르면 최근 18개월 동안 중국에서 수출된 전기차 가운데 100만대 이상이 수입국의 판매 통계에서 확인되지 않았다. IEA가 집계한 전기차에는 순수전기차와 플러그인 하이브리드차가 포함된다.

IEA는 차량 운송과 통관에 시간이 걸리고 국가별 등록 통계에도 시차가 있는 만큼 수출량과 판매량의 차이를 모두 미판매 재고로 볼 수는 없다고 설명했다. 다만 중국의 전기차 수출이 급격히 늘면서 수출량과 해외 판매량의 격차도 확대된 만큼 일부 시장에 평년보다 많은 차량이 쌓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분석했다.

중국 자동차 업체들은 내수 판매가 줄어든 가운데 수출을 빠르게 늘리고 있다. 올해 상반기 중국 내 자동차 판매가 전년 동기보다 20% 이상 감소한 반면 자동차 수출은 65% 증가했다. 전기차 수출은 120% 이상 늘어 전체 자동차 수출에서 차지하는 비중도 지난해 약 35%에서 올해 상반기 45% 이상으로 확대됐다.

중국 전기차의 해외 공급이 실제 수요보다 빠르게 늘면 업체들이 재고를 줄이기 위해 가격을 낮출 가능성이 크다. 중국 업체들이 유럽과 동남아시아, 중남미 시장에서 할인 판매에 나설 경우 같은 지역을 공략하는 현대차·기아도 가격 인하나 판매 인센티브 확대로 대응해야 할 수 있다.

특히 유럽은 현대차·기아가 전기차 판매를 확대하고 있는 핵심 시장이다. 현대차는 올해 2분기 전기차 6만9366대를 판매했으며 유럽 시장의 판매 호조가 실적을 뒷받침했다. 기아도 EV3 등 대중형 전기차를 중심으로 판매를 늘리고 있다. 중국에서 수출된 미등록 물량 가운데 일부가 할인 판매로 풀리면 판매량을 지키는 과정에서 차 한 대당 수익성이 떨어질 수 있다.

중국 전기차의 해외 판매 확대는 국내 배터리와 부품 업계에도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중국 업체들은 자국산 배터리와 전동화 부품을 주로 사용하기 때문에 중국 전기차 판매가 늘수록 CATL과 BYD 등 중국 배터리 업체의 영향력도 함께 커질 가능성이 높다.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1~4월 글로벌 전기차용 배터리 시장에서 CATL과 BYD의 합산 점유율은 54.3%에 달했다. 국내 업체들은 중국을 제외한 시장에서도 입지가 약해졌다. 같은 기간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 삼성SDI 등 국내 3사의 합산 점유율은 28.7%로 전년 동기보다 8.5%포인트 하락했다.

업계 관계자는 "중국 전기차의 미등록 물량이 실제 할인 판매로 이어질지는 지켜봐야 한다"면서도 "중국 업체들이 내수 부진을 수출로 돌파하고 해외 생산까지 확대하는 상황인 만큼 국내 완성차와 배터리·부품업체가 맞닥뜨릴 가격 경쟁은 한층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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