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바꾼 메모리 거래…'뉴노멀'된 삼전닉스·마이크론 장기공급계약

AI가 바꾼 메모리 거래…'뉴노멀'된 삼전닉스·마이크론 장기공급계약

최지은 기자
2026.08.01 08:30
구글 선호 매체 등록 구글에서 머니투데이 추가하기

[이슈속으로]삼성전자·SK하이닉스 'LTA', 마이크론 'SCA'…5년 장기공급 계약 확대

[서울=뉴시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차세대 AI 가속기의 핵심이 될 'HBM4E 12단'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전격 공급했다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하한 HBM4E 12단 제품 모습. 1c D램과 4나노 로직 다이 적용으로 공정 안정성과 양산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6.05.29. photo@newsis.com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서울=뉴시스] 삼성전자는 세계 최초로 차세대 AI 가속기의 핵심이 될 'HBM4E 12단' 샘플을 글로벌 고객사에 전격 공급했다고 29일 밝혔다. 사진은 삼성전자가 세계 최초로 출하한 HBM4E 12단 제품 모습. 1c D램과 4나노 로직 다이 적용으로 공정 안정성과 양산성을 동시에 확보했다. (사진=삼성전자 제공) 2026.05.29. [email protected] *재판매 및 DB 금지 /사진=류현주

메모리 반도체(이하 메모리) 시장이 단기 가격 중심 협상에서 다년 계약 중심으로 재편되고 있다. 실제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LTA(장기공급계약)', 마이크론은 'SCA(전략적 고객 계약)'를 앞세워 장기 계약을 확대하는 추세다. 이를 두고 업황 변동성을 메모리 제조사와 고객이 함께 분담하는 거래 방식이 업계 표준으로 자리 잡고 있다는 평가가 나온다.

1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글로벌 IB(투자은행) UBS는 지난달 초 보고서에서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등 한국 메모리 기업들은 5년 계약을 기준으로 전체 물량의 약 60~70%를 고정 가격으로 먼저 확정한 뒤 나머지 물량과 가격은 시장 상황에 따라 조정하는 LTA를 채택하고 있다"고 분석했다.

삼성전자(262,500원 ▲55,500 +26.81%)가 지난 30일 2026년 2분기 실적발표 컨퍼런스콜에서 공개한 LTA 계약 구조(5년 계약을 기본으로 매년 협상을 통해 계약 기간을 1년씩 연장하는 '롤링' 방식)도 UBS 분석을 뒷받침한다. 이미 아마존·구글 등 글로벌 5대 데이터센터 운영 기업들과의 협상도 마무리했다. LTA 물량은 향후 삼성전자 생산능력의 60~70% 수준까지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메모리 가격이 하락하더라도 투자 위험을 줄일 수 있도록 하한 가격이 설정된 것도 눈에 띈다. 김재준 삼성전자 메모리사업부 부사장은 "LTA를 원하는 고객사가 추가로 있어 시간이 지날수록 계약 고객 수도 증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SK하이닉스(1,718,000원 ▲396,000 +29.95%)도 최근 10여 개 고객과의 LTA 협상을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고객과 제품에 따라 세부 조건은 다르지만 계약 기간은 통상 5년이다. 송현종 SK하이닉스 코퍼레이트센터 사장은 "LTA는 단순 물량 공급을 넘어 중장기 공급 안정성을 확보하고 고객의 기술 로드맵에 맞춰 차세대 메모리를 개발하는 전략적 파트너십"이라고 설명했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SK-엔비디아 협력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한 뒤 취재진 질의를 듣고 있다. 2026.06.08. kch0523@newsis.com /사진=권창회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최태원(왼쪽) SK그룹 회장과 젠슨 황 엔비디아 CEO가 8일 오전 서울 종로구 SK서린빌딩에서 SK-엔비디아 협력 관련 언론 브리핑을 한 뒤 취재진 질의를 듣고 있다. 2026.06.08. [email protected] /사진=권창회

마이크론은 LTA의 일종인 SCA를 통해 다년 계약을 확대하고 있다. 메모리 가격의 상·하한선을 미리 설정해 가격 변동 폭을 일정 범위 내로 제한하는 구조다. 특히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의 다년 계약이 공급 물량 중심이라면 마이크론은 생산능력(CAPA) 자체를 미리 배정하는 방식이다. 마이크론은 데이터센터와 소비자용 기기, 자동차 부문에서 총 16건의 SCA를 체결했다. 계약이 모두 반영되면 전체 매출의 50% 이상이 SCA 기반으로 발생할 것으로 예상된다.

장기공급계약 확대는 메모리 제조사의 과잉 증설 부담을 줄이고 고객사의 안정적인 물량 확보를 가능하게 해 메모리 시장의 사이클을 완화하는 요인으로 꼽힌다. 특히 이번 계약은 AI(인공지능) 투자 확대에 따라 하이퍼스케일러 등 고객사들이 먼저 요구하고 있다는 점에서 과거와 다르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5년 단위 장기공급계약은 메모리 업계의 '뉴노멀(New Normal)'이 됐다"며 "단기 가격보다 중장기 공급 안정성을 중시하는 거래 관행이 자리 잡으면서 이러한 추세는 당분간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위험 부담을 줄이기 위한 선수금도 계약의 구속력을 높이는 장치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 마이크론 등 메모리 3사 모두 장기공급계약에 선수금을 포함한 것으로 알려졌다. 박준영 한화투자증권 연구원은 "고객사가 계약을 파기하면 다음 메모리 공급 부족기에 동일한 조건으로 다년 공급계약을 체결하기 어렵다"이라며 "경쟁사보다 불리한 조달 조건에서 경쟁해야 할 가능성이 커지는 만큼 불황기에도 다년 공급계약은 상당한 지속성을 가질 것"이라고 말했다.

<저작권자 © ‘돈이 보이는 리얼타임 뉴스’ 머니투데이. 무단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 금지>

최지은 기자

안녕하세요. 산업1부 최지은 기자입니다.

공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