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보는세상]필수품 커피와 씁쓸한 향기

오승주 기자
2015.02.02 06:31
[편집자주] 뉴스현장에는 희로애락이 있습니다. 그 가운데 기사로 쓰기에 쉽지 않은 것도 있고, 곰곰이 생각해 봐야 할 일도 많습니다. ‘우리들이 보는 세상(우보세)’은 머니투데이 시니어 기자들이 속보 기사에서 자칫 놓치기 쉬운 ‘뉴스 속의 뉴스’, ‘뉴스 속의 스토리’를 전하는 코너입니다.

커피는 이제 일상생활에서 뗄레야 뗄 수 없는 필수품이다. 한 때 귀한 손님이 오면 내놓던 고급품이던 커피는 밥과 김치보다 많이 먹는 식품으로 한국인의 입맛에 스며들었다.

최근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표한 커피에 관한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조사'는 흥미롭다. 보고서에 따르면 한국인의 커피 주당 소비 빈도는 12.2회로 1인당 하루에 약 2잔을 마신다. 배추김치(11.9회)와 설탕(9.7회), 잡곡밥(9.6회)이 뒤를 이으면서 커피는 한국인이 김치보다 더 자주 먹는 음식으로 자리잡았다.

한국에서 생산되지 않는 커피는 전량 수입한다. 커피업계와 관세청에 따르면 지난해 커피 원두와 조제품(분말) 등 커피 수입량은 13만9764톤으로 2013년(12만1707톤)에 비해 14.8% 늘었다.

금액도 지난해 5억9541만5000달러(약 6454억원)로 2013년(5억376만달러)보다 18.2% 증가했다.

커피산업도 성장세가 가파르다. 지난해 가공·생산액은 1조6000억 원으로 92%의 성장세를 나타냈다. 구석구석 커피전문점이 들어서며 밥집보다 커피가게가 더 많은 곳도 있다. 프랜차이즈 커피점뿐 아니라 '자기만의 고급원두'를 앞세운 동네 커피집도 경쟁력을 갖추고 특유의 커피향으로 유혹한다.

그런데 커피의 생활화 이면에는 '씁쓸한 향기'가 스며있다. 한국의 상황이 고스란히 녹아있기 때문이다. 현재 한국에서 골목상권을 형성하는 자영업자는 610만명으로 추정된다. 통계청은 580만명(2014년 8월 기준)으로 집계하지만 농민과 어업인 100만명을 제외하고 무급 가족 종사자 130만명을 포함한 수치가 골목 자영업자로 여겨지고 있다. 한국의 자영업 비중은 전체 취업자 10명 중 3명(28.2%)꼴이다.

커피전문점은 그나마 소규모 자본으로 차릴 수 있는 직종으로 여겨져 너도나도 뛰어들고 있다.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최근 점포수 증가가 두드러진 이디야는 2011년 매장수가 588개에서 지난해 말 1245개로 늘었다. 3년 만에 2배 이상 증가한 셈이다.

엔제리너스와 투썸플레이스도 지난해 100개가 넘는 신규매장을 열었다. 특히 최근에는 대만전통 밀크티를 내세운 '공차'의 성장이 눈에 띈다. 2012년 4월 서울 홍대앞에 국내 첫 매장을 오픈한 공차는 2년도 안 되는 시기에 매장수를 280여개로 늘려 급신장의 대명사로 꼽힌다.

프랜차이즈를 넘어 네이버 지도검색 서비스에서 '커피전문점'을 치면 전국적으로 3만4053건이 뜬다. '카페'로 검색하면 8만9000건이 검색된다. 여기에 이동차량을 통한 길거리카페와 제과점이나 음식점, 대형 프랜차이즈 등에서 파는 커피까지 더하면 공식 집계가 어려울 정도다. 밥집 없는 곳은 있어도 커피점 없는 곳은 없다는 이야기가 과장이 아니다.

커피를 김치보다 더 많이 먹게 된 이유는 한국인의 생활방식이 바뀐 탓도 있겠지만 많은 장소에서 눈에 띄면서 자연스럽게 입으로 커피가 옮겨온 이유도 있다. 커피점이라고 운영은 쉬울까. 어디든 그렇지만 경쟁 격화 속에서 살아남기 위한 힘겨움은 처절할 것이다.

직장인에게도 이 같은 현상은 반갑지 않다. 점점 살아갈 날은 늘어나지만 직장 생활의 주기는 짧아지는 한국적 상황에서 '남의 일'이 아니라 '내 일'이 될 수 있다는 현실의 짓누름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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