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막장극장' 롯데, 후진적 지배구조 탈피 시급

민동훈 기자
2015.08.03 16:25

전문가들 "복잡한 순환출자고리·불명확한 지분구조 개선해야"…지주사 전환·일본롯데 정보공개 난제

롯데그룹 경영권 다툼의 원인이 후진적인 지배구조에 있다는 지적이 잇따르고 있다. 전문가들은 소수지분으로도 거대 기업을 지배할 수 있는 복잡한 순환출자고리는 물론 정확한 지분구조 조차 알려지지 않은 불투명한 지배구조가 바뀌지 않을 경우 언제든 유사한 분쟁이 재발할 수 있다고 꼬집었다.

금융감독원과 공정거래위원회 등에 따르면 롯데그룹은 계열사간 상호 출자 등을 통해 총 416개의 순환출자 고리를 갖고 있다. 예컨대 롯데쇼핑이 롯데카드에 출자하면 다시 롯데카드가 롯데칠성음료의 주주가 되고, 롯데칠성음료는 롯데쇼핑 지분을 갖는 식이다.

이러한 복잡한 출자고리를 통해 상장사인롯데쇼핑지분을 고작 0.9%만 보유하고서도 신격호 롯데그룹 총괄회장은 그동안 손가락질만으로 이사회 구성원을 내칠 수 있을 정도로 막강한 권한을 행사해 온 것이다.

비상장기업이라는 장막에 숨어 투자자들이 그룹 주요 정보에 접근할 수 있는 경로를 차단한 비밀주의도 문제라는 지적이다. 실제로 롯데그룹은 전 세계 111개 계열사를 거느린 거대 기업집단임에도 한국의 9개 계열사 만이 상장했을 뿐이다.

오정근 건국대 건국대 금융IT학과 특임교수는 "롯데쇼핑주주라고 해도 대주주인 호텔롯데가 비상장사인 탓에 이 회사를 실질적으로 지배하고 있는 일본 롯데홀딩스를 비롯해 일본계 주주들의 실체를 확인할 수 없다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투자자 보호를 위해 최대주주가 비상장사일 경우에도 주주구성 정보나 이사회 의결 사항 등을 공개토록 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후계구도를 일찌감치 확정하지 않은 것이 문제를 키웠다는 지적도 있다. 신격호 총괄회장이 94세의 고령임에도 직접 현안을 챙기면서 최근까지도 환갑이 넘은 두 아들을 경쟁시킨 것이 불행의 씨앗이었다는 것이다.

안승호 숭실대 경영학과 교수는 "우수한 경영진이 선택되도록 경쟁하는 것 자체는 나쁘지 않다고 본다"면서도 "다만 "명확한 후계자 기준을 세워 후계구도를 안정화했으면 이 같은 분쟁은 없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그룹 지배구조 개선이 필요하다는데 공감했지만 실제로 개선이 이뤄질지에 대해서는 시각이 엇갈렸다.

차재헌 동부증권 연구원은 "경영권 분쟁에서 누가 이기더라도 국내 롯데그룹 지배구조상 핵심에 있는 롯데쇼핑의 지주사 전환 가능성과 호텔롯데의 상장 가능성에 대한 준비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반면 박희진 신한금융투자 연구원은 "롯데호텔을 상장하려면 일본 비상장사인 L투자회사들과 광윤사의 지배구조가 모두 밝혀져야 한다"며 "지금까지 공개를 꺼려서 공모로 회사채를 발행하지도 않았던 회사가 굳이 지배구조를 바꾸려고 하지는 않을 것 같다"고 지적했다.

안승호 숭실대 경제학과 교수는 "신동빈 회장이 전권을 가져오면 서구적인 방식으로 그룹 지배구조를 개편할 것으로 보이지만 신동주 전 부회장의 경우 종전보다 더 폐쇄적으로 바뀔 가능성 높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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