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와 두산, 신세계가 합류하며 올해 춘추전국시대를 맞은 시내면세점 시장에서 해외 명품 브랜드 업체들이 전성시대를 구가하고 있다. 면세점 위상과 매출에 미치는 영향이 커 신규 업체들이 명품업체 유치에 사활을 걸고 있어 몸값이 치솟았기 때문이다.
희소가치 유지를 위해 명품 업체들은 면세점 공급 물량을 제한하고 있다. 이 때문에 면세점 숫자가 늘어난 한국 시장은 그들로선 몸값을 높이기 더없이 좋은 곳이다. 이에 따라 신규 면세점들이 수익성 확보 고민과 더불어 명품 업체들의 마진율 압박에 부담이 가중될 것으로 예상된다.
올 상반기 롯데면세점 본점 지근 거리의 신세계백화점 본점에 문을 열 예정인 신세계면세점은 백화점 네트워크에도 불구하고 명품 업체 입점을 확정 짓지 못하고 있다. 두산은 루이비통과 샤넬 등에서 면세점 입점의향서(LOI)를 받았다고 일찌감치 밝혔지만 아직까지 확정 소식이 전해지지 않고 있다.
HDC신라면세점 역시 이부진 호텔신라 사장이 지난해 9월 프랑스 파리에서 베르나르 아르노 루이비통모에헤네시(LVMH) 회장을 직접 만났지만 별다른 성과를 끌어 내지 못했다. 결국 루이비통·샤넬·에르메스 등 3대 명품브랜드 없이 지난해 말 프리오픈했다. 신규 사업자인 한화 갤러리아면세점63도 마찬가지다.
면세점들이 이처럼 해외 명품 업체에 목을 매고 있지만 사실 시장에서 명품 브랜드의 지위에 변화가 시작됐다. 시내면세점 고객의 70%에 달하는 유커(중국인 관광객)들이 한국 화장품을 선호하면서 매출 순위가 뒤바뀐 것이다. 롯데면세점 본점과 신라면세점 서울점의 경우 지난해 상반기 루이비통과 까르띠에 대신 LG생활건강 '후'와 아모레퍼시픽 '설화수'가 매출액 최상위를 차지했다.
면세점 업계 관계자는 "해외 명품이 없으면 유커를 불러모을 수 없다는 기존 관념을 깰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마진율이 낮은 해외 명품 대신 중국인 단체관광객들이 선호하는 한국 제품을 앞세워 실속을 챙기는 것이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물론 신규 면세점으로선 명품 유치를 통한 홍보 효과가 필요하다. 그러나 업계 일각에선 이들이 특허 입찰에 나서며 스스로 국산 브랜드와 중소 브랜드 판매를 강화하겠다고 약속한 만큼 고정관념을 벗어난 접근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