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 과자 맛 어때요? 먹을 만 한가요?" 이달 중순 중국 상하이 출장 중 막히는 차 안에서 과자봉지를 꺼내든 기자에게 동행했던 현지 업체 직원이 물었다. 과자는 상하이 숙소 앞 편의점에서 구입한 오리온 '오!감자'(중국명 '야!투도우')였다.
질문을 받고 난감함과 놀라움이 교차했다. 중국 과자라고 철석같이 믿고 있는데 "당신이 알고 있는 '하오리요우'(오리온의 중국명)는 사실 한국 기업"이라고 도저히 말할 수 없었다. 오리온이 1993년 중국에 첫 진출한 후 줄기차게 펼쳐온 현지화 전략에 왠지 방해가 되는 것만 같았다. 또 중국에서 현지 제과업체로 인정받을 만큼 완전히 뿌리를 내린 오리온의 위상에 깜짝 놀랐다.
생존 경쟁이 치열한 중국에서 해외 기업이 살아남을 확률은 그리 높지 않다. 중국 시장에 진출했다가 빛을 보지 못하거나 실패한 기업은 무수히 많지만 성공한 한국기업은 손가락에 꼽을 정도다.
'초코파이'에 이어 '오!감자', '고래밥' 등이 잇따라 흥행해 중국 내 2위 제과업체로 성장한 오리온과 중국에서만 2조원 넘는 매출을 올리고 있는 이랜드(중국명 이롄), 중국에서 매년 30~40% 성장하며 1조원 매출을 앞둔 'K-뷰티' 선두주자 아모레퍼시픽(중국명 아이모리타이핑양)이 대표적이다.
이들 기업은 1990년대 초중반 중국에 법인을 설립한 후 단기 실적보다는 장기적 관점에서 과감한 투자를 아끼지 않았다는 공통점이 있다. 10년여간 시장을 연구하고 현지인들과 신뢰를 쌓은 것이 밑거름이 돼 2000년대 들어 빛을 발하기 시작했다.
오리온은 베이징사무소를 낸 이후 곧바로 사업을 시작하지 않고 5년간 시장조사만 했다. 이랜드가 중국에 직원을 파견할 때 중국 관련 서적 100권을 읽게 하고, 최종양 중국법인 대표가 진출 초기 6개월간 버스와 기차를 타고 193개 도시를 순회하며 현지 사정을 익힌 일화도 유명하다. 아모레퍼시픽은 'K뷰티' 열풍이 확산되기 전부터 중국에 연구소를 세우고 현지 대학, 병원들과 함께 중국 여성들의 피부 특성을 연구했다.
중국에 오래 근무한 '중국통'이 많은 것도 눈여겨볼 대목이다. 대다수 한국기업이 3~4년 주기로 해외 파견 주재원을 교체하지만 이들 기업은 현지 주재원의 절반 가량이 10년 이상 중국에서 근무한 베테랑이다. 중국 사업 초기에 나와 지금까지 중국에서 활동하는 직원들도 있다.
철저한 현지화도 성공 요인이다. 아모레퍼시픽은 지난해 말 현재 중국 법인 직원 수가 6000여 명이지만 이 가운데 한국인은 50명이 채 안 된다. 법인장도 중국인이다. 이랜드는 중국인이 좋아하는 곰 캐릭터를 활용한 '티니위니'를 앞세워 단일 매출 5000억원대 대형 브랜드로 키웠다. 아모레퍼시픽은 수분 제품에 관심이 많은 '라네즈 수면팩' 등 현지 맞춤형 제품으로 소비자들을 사로 잡았다.
경기 침체로 내수가 멈춘 상황에서 국내 기업에게 해외사업은 선택이 아닌 필수다. 특히 13억 인구의 중국은 정복하기 어렵지만 포기할 수 없는 거대 시장이다. 조급증을 버리고 철저한 현지화 전략을 펴는 것이 답이다. 오리온과 이랜드, 아모레퍼시픽도 중국에서 빛을 보기까지 꼬박 20여 년을 투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