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면의 역사는 한국 사회의 성장과 함께 한다. 나라가 어려웠던 시절 '깜짝' 등장한 라면은 한때 배고픔을 달래기 위한 서민의 든든한 식량이 됐다. 현재는 많은 사람들의 허기를 달래는 식품으로, 간단한 요기를 위한 간편식으로, 때로는 술을 과하게 먹은 다음날의 해장용으로 사랑받고 있다. 빨간 국물에 꼬들꼬들한 면은 여전히 우리의 입맛을 잡아당긴다.
53년 전 오늘(1963년 9월15일)은 우리나라에 처음으로 라면이 출시된 날이다. 구불구불 과자같이 뭉쳐있는 튀긴 면과 국물용으로 별도로 포장된 스프는 당시로선 상당히 충격적인 비주얼이었다. 이 딱딱한 면이 끓는 물에 다시 쫄깃한 식감의 면으로 변화하는 것도 신기했다.
이날 우리나라에 처음 라면을 출시한 기업은 삼양식품. 삼양식품은 일본의 라면 기술을 도입해 국내 최초의 라면을 만들었다. 정부로부터 지원금을 받은 삼양식품은 일본 묘조식품의 라면 기계 2대를 사들여 한국식 라면을 만드는데 성공한다. 일본에서 세계 최초로 라면이 개발된 1958년보다 약 5년 뒤였다.
이 제품은 빨간색 봉지에 100g의 면과 닭고기 스프가 들어있었다. 가격은 약 10원. 당시 교사 월급이 약 1만3000원 수준이었고, 미싱 봉제사의 월급이 3000원인 것을 감안하면 상대적으로 저렴한 음식이었다.
사실 삼양라면은 우리나라의 어려웠던 현실을 반영한 우리의 역사이기도 하다. 일제강점기와 한국전쟁으로 식량난이 심각해지자 쌀을 대신해 간단하고 저렴하게 먹을 수 있는 식품을 개발했기 때문이다.
하지만 처음에 사람들은 라면에 크게 관심을 갖지 않았다. 조리를 해서 밥을 먹는 게 익숙한 사람들에게 이미 조리된 음식을 먹는다는 개념 자체가 낯설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3년간 삼양에선 각종 판촉행사와 시식행사를 진행했고 서민들에게 익숙한 음식으로 변화했다. 농심(당시 롯데공업)도 라면사업에 뛰어들면서 라면은 점차 서민 음식의 강자로 자리매김했다.
시장 점유율 80%까지 차지하며 잘나가던 삼양라면은 1988년 큰 위기를 맞게 된다. 1989년 비식용 소기름으로 라면을 만들었다는 내용이 보도되면서다. 이른바 '우지 파동'이다. 이 시간은 1997년 대법원에서 사실 무근이라는 판결을 받았지만 삼양라면의 시장점유율을 10%대까지 떨어지는 등 치명타를 입었다.
삼양의 굴곡진 역사와는 별개로 라면은 우리에게 여전히 사랑받는 음식이다. 해마다 신제품이 나오고 사람들의 입맛의 변화에 따라 라면의 종류도 수백가지가 나온다. 2014년 세계 라면협회의 조사결과에 따르면 우리나라 사람 1명당 1년에 먹는 라면 개수가 74개로 가장 많다. 세계에서도 그 맛을 인정받고 있다. 우리나라에서 가장 인기가 높은 A 라면의 경우 세계 100여국에 수출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