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4년 11월 무렵으로 기억한다. 성매매특별법 발효 6개월에 맞춰 집창촌을 점검하라는 취재지시가 떨어졌다. 사건팀 후배들과 지역을 나눈 뒤 찬바람을 뚫고 밤거리로 나섰다. 택시를 탔다. "588 가주세요". 국내 최대 성매매집결지인 '청량리 588'(동대문구 전농동 588번지 일대)을 가자는 요구에 흘끔 옆자리를 쳐다보던 택시 기사의 눈빛을 잊을 수 없다. '간 큰 친구네…'라는 표정이 온몸 구석구석을 파고 들었다.
"요즘도 588에서 영업해요?" 어색함을 지우기 위해 말을 걸었다. "그럼요, 요즘엔 불 꺼놓고 쥐죽은 듯 있어도 다 하던데요,뭘". 어차피 '목적지' 정해놓고 가자는 승객의 불안한 마음을 달래려는 듯 미묘한 미소를 지으며 택시기사는 답했다.
택시에서 내려 골목 초입에 들어서자 불꺼진 창을 열고 여성들이 우르르 나타났다. '홍등'은 사라졌지만 여전히 바뀐 것은 없었다. 달려드는 '이모'들이 팔다리를 붙잡고 좀처럼 놔주지 않아 식은 땀이 흘렀다.
취재차 몇 가지를 '이모들'에게 물었지만 "장사도 안되는 데 별 희한한 일 다 당한다"며 욕설만 한 바가지 얻어먹고 찬바람 맞으며 도망치듯 후퇴했다. 다음 날 출근한 뒤 경과보고에서 "가서 뭐했냐"는 핀잔은 두말하면 잔소리였다.
12년전 성매매특별법 시행 당시 기억이 떠오른 것은 28일부터 시행되는 김영란법(부정 청탁 및 금품 등 수수의 금지에 관한 법률)때문이다.
성매매특별법도 발효를 앞두고 상당한 논란을 불러 일으켰다. 법 시행 여파로 호텔과 숙박업소, 유흥업소, 술집, 미용실, 의류, 화장품가게, 목욕탕 등 서민생활과 직결된 업종이 타격을 받을 것이라는 주장이 거셌다. 풍선효과에 따라 성매매가 주택가로 침투할 것이라는 우려도 설득력있게 전개됐다.
성매매특별법도 김영란법처럼 쌍벌주의다. 성매수남뿐 아니라 성매매를 한 여성, 성매매를 알선한 사람도 최고 징역형에 처할 수 있다. 김영란법도 부정청탁자뿐 아니라 수혜자, 소속 기관과 회사 등이 처벌을 받는다. 법 구조가 유사하게 짜여져 있다. 뿐만 아니라 헌법재판소의 판결까지 받았다. 모두 합헌이다.
성매매특별법은 지금도 논란을 일으키지만 긍정적인 효과를 부인할 수 없다. 별의별 방법으로 법망을 피해가려는 시도가 많았지만 '성매매는 불법'이라는 인식을 국민과 사회 전체에 각인시켰다.
시행 이전에는 '관습과 관용'이라는 이름으로 성매매를 용인하는 경우가 많았지만 법 시행으로 '성매매는 나쁜 짓'이라는 사회적 합의가 확산된 것만으로도 성공한 셈이다.
'588'은 청량리역 일대에 대대적인 재개발 사업을 앞두고 있어 폐쇄 직전이고, 파주 용주골과 용산역 앞 홍등가는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진 지 오래다.
김영란법도 실시를 놓고 각종 우려가 난무한다. 벌써부터 법을 지키는 것보다 법에 저촉되지 않는 방법에 대한 고민부터 넘쳐난다. 하지만 성매매특별법처럼 지금껏 '관행이라는 이름'으로 이어져 온 부정청탁과 공짜밥 문화가 '나쁜 짓'이라는 각인만 확산돼도 성공이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