청탁금지법이 바꾼 '저녁식탁'… 집밥·집술 전성시대

조철희 기자
2016.10.27 05:31

[청탁금지법 시행 한달] 저녁 비즈니스 모임, 술자리 줄어 귀가 후 집밥·집술…대형마트·편의점 식품·주류 매출 급증

교통 관련 공공기관에서 일하는 양모씨(38)는 평소 일주일에 서너 차례 갖던 저녁 식사 모임이 지난달 28일 '부정청탁 및 금품 수수 금지 법률'(일명 김영란법) 시행 후 현저히 줄어 연말까지 스케줄 수첩이 깨끗하다. 대신 퇴근 후 일찍 귀가해 집에서 가족들과 저녁을 먹는 날이 많아졌다.

양씨는 "최근 아내와 함께 대형마트에서 장을 보거나, 퇴근길에 편의점에 들러 간단한 저녁거리를 챙기고 있다"며 "김영란법 시행 후 이렇게 저녁 생활이 달라질 줄은 몰랐다"고 말했다.

김영란법 시행 1개월 만에 각 가정의 저녁 식탁이 달라졌다. 외부 식사 모임이 줄고 '집밥'을 선호하는 이들이 늘었다. 이에 따라 대형마트, 편의점 등의 식품 매출이 큰 폭으로 증가했다.

27일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달 28일부터 지난 24일까지 신선식품 매출이 전년동기대비 13% 증가했다. 올 들어 이마트 전체 매출 신장률 5%보다 2배 이상 높은 수치다.

저녁 식탁에 반찬으로 자주 오르는 육류와 채소 매출은 각각 20%, 17% 급증했다. 식사 후 다과용인 과일과 과자는 각각 13%, 9% 늘었다. 주류 전체는 6% 신장했고, 맥주가 11% 증가했다.

이마트 관계자는 "식료품과 주류 등의 매출 신장세가 전체 신장률보다 높게 나타난 것을 볼 때 각 가정에서 저녁식사를 준비하거나 집에서 간단히 음주를 즐기는 수요가 이전보다 늘어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저녁 회식과 술자리가 줄어든 것은 편의점에서 불티나게 팔리던 숙취해소음료의 매출 변화에서도 드러난다. 국내 최대 편의점 CU(씨유)는 지난 9월까지 숙취해소음료의 매출이 전년대비 20% 신장했다. 그러나 김영란법 시행 이후 최근까지 신장률은 9.6%로 한 자릿수에 그쳤다.

CU 관계자는 "숙취해소음료의 경우 일반적으로 10월부터 연말까지 매출이 지속 상승하는데 매우 이례적인 현상"이라며 "김영란법 시행으로 비즈니스 모임과 술자리가 줄어들면서 귀가 후 집에서 저녁을 먹거나 음주를 즐기는 사람이 부쩍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김영란법 이후 집에서 술을 마시는 '집술족'도 크게 늘었다. CU의 냉장안주 매출은 88% 급증해, 올 들어 9월까지의 38% 신장률에 2배를 뛰어넘었다. 맥주와 소주 매출은 각각 21%, 22% 증가했고, 수입맥주도 34% 급증했다.

저녁 식사 관련 매출도 크게 늘어 도시락은 판매액이 240% 급증해 올 들어 가장 높은 매출 증가 폭을 보였다. 김밥과 덮밥류 매출도 각각 118%, 200%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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