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T리포트]"기대 이상" 합격점 준 유통업계…일부 '현장점검' 목소리도

박진영 기자, 김태현 기자
2018.07.29 16:09

[52시간근무, 한 달 명암]개인, 가족 시간 여유, 업무 효율도 ↑…일부 기업·직군 미흡해 '현장점검' 요청도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에 비교적 선제적으로 대응한 유통업계 종사자들이 한달 동안 초기 시행에 대체로 '합격점'을 주고 있다. 근무시간 단축에 따라 개인시간에 대한 만족도가 높아지고, 집중적으로 근무해 업무효율도 더 높다는 것이 대체적인 분위기다. 하지만 일부기업에서는 아직 야근 문화가 개선되지 않고 있어 실효성있는 현장점검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있다.

신세계백화점에 근무하는 사무직 직원 A씨(31)는 지난 1월부터 신세계백화점이 주52시간 근무제 도입에 앞서 선제적으로 시행한 '주 35시간 근무제'에 큰 만족감을 나타내고 있다. 아침 9시에 출근에 오후 5시 '칼퇴'하게 된다는 것을 지난해 말 들었을때만 해도 이 시스템이 잘 지켜지지 않을 것이라 장담했다. 하지만 막상 시행해보니 기대 이상이었다. '늦은 퇴근'을 하면 팀, 부문별로 '패널티'와 '눈치'를 받는 분위기가 형성될 정도가 됐다. A씨는 "퇴근 후 발레, 골프 등 배운적 없는 취미활동을 하고, 친구들도 여유롭게 만나 삶의 행복도가 크게 높아졌다"며 "오히려 근무시간 중에는 자리를 거의 뜨지 않을정도로 집중해서 일하게 된다"고 말했다.

52시간 근무제 시행 직전 근무혁신을 강조하는 시각물과 이마트 직원들이 퇴근하는 모습 /사진제공=이마트

롯데백화점과 롯데마트 측은 기존 오후 6시 퇴근시간과 PC오프제 등을 시행하고 있는만큼 크게 달라진 점은 없다는 입장이다. 하지만 주 52시간 근무제 도입후로는 더 눈치보지 않고 직급에 상관없이 '칼퇴'할 수 있는 분위기가 마련됐다. 사회분위기 변화에 따라 회식자리가 크게 줄었고 하더라도 일찍시작해 가볍게 1차에서 마치는 변화도 생겼다. 현대백화점은 영업시간은 유지하되 각 점포 근무 직원들의 근무시간을 한 시간씩 단축했다.

롯데백화점의 한 직원은 "백화점업계가 업황둔화에 직면한 상황에서 회사 분위기가 안좋을 수도 있지만, '당당한 칼퇴' 문화가 자리잡아가며 만족감은 더 높아진 분위기"라며 "덩달아 강화되는 여성, 육아 및 가족지원 제도도 잘 안착되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다수 오프라인 매장의 영업시간도 단축됐다. 이마트와 롯데마트의 폐점시간은 기존 밤 12시에서 11시로 앞당겨졌다. 직원들의 근무시간 단축 영향을 반영한 곳도 있지만 대체로 비용 등을 고려한 운영 효율 제고와 사회분위기 변화에 발맞추는 수준으로 해석되고 있다. 신세계백화점은 개점 시간을 오전 10시30분에서 11시로 바꿨다.

'저녁이 있는 삶'을 본격적으로 마케팅하려는 움직임도 활발하다. 롯데백화점에서는 52시간 근무제 시행 직후 저녁시간대 할인혜택을 주는 프로모션을 시행했고 업계 전반적으로 레저,취미 등에 방점을 둔 마케팅이나 저녁시간 대 고객을 노리고 주중 세일을 강화하는 시도도 잇따른다.

특히 백화점과 대형마트 문화센터에서는 저녁시간대 강좌수를 대폭 늘려 '칼퇴 후' 직장인 고객 발길 끌기에 나섰다. 실제로 수요도 그만큼 늘었다. 롯데백화점은 올해 봄·여름학기보다 이번 가을학기 '워라밸'(워크앤라이프밸런스) 관련강좌를 150% 이상 늘렸다. 남성들을 위한 '쿠킹클래스'는 개설 하루 만에 수강마감됐다. 이마트도 가을학기 저녁시간대 직장인 타깃의 강좌를 150% 증설했다. 회화나 악기를 비롯 이색 취미 수업, 맞벌이 부부를 위한 육아 프로그램도 강화했다. 직장인들이 강좌를 한눈에 비교할 수 있도록 '워라밸' 코너도 만들었다.

주 52시간 근무제 첫날 영업시간 단축을 알리는 안내물이 붙어있는 백화점 입구 /사진제공=뉴스1

하지만 일부 기업과 직군에서는 여전히 미흡함을 호소하며 현장 점검을 강화하자는 목소리도 있다. 한 대기업 유통계열사에 종사하는 A씨는 "전략, 기획부서 등 직원들은 여전히 52시간을 초과하는 밤샘 작업을 할 때도 있다"며 "대체로 불가피해서라기 보다 비효율적인 지시나 보고문화 때문일 때가 많다"고 말했다.

또 다른 사무직원 A씨는 "PC오프를 하지만 일을 다 마무리못해 집에서 노트북을 켤때도 많다"며 "상사, 기업분위기에 따라 52시간 근무제를 적극적으로 지키는지 많이 다른 것 같다"고 말했다. 이어 "현장 직원들의 경우에도 업무강도를 호소하는 경우가 있는데 정부에서 철저하게 현장 점검을 할 필요가 있고, 기업들도 시간만 줄일 것이 아니라 인력 충원도 고민해야 한다고 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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